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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하는 명상가 Oct 09. 2018

그냥 되고 싶은 모습대로 되는 것.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by 러네이 엥겔른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좀 서글퍼졌다.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미국마저) 왜 (여자) 아이가 자라서 (여자)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일들이 이렇게나 똑같은가. 문화도 국적도 다른 상황에서, 여자 아이들은 몸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또 여성성이 드러나게 되는 순간부터 (크고 작은) 성추행, 몸에 대한 수치심, 어린 시절부터 외모에 대한 칭찬 또는 지적질이나 위로를 경험하며 예뻐야 한다는 강박을 (크고 작게) 가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구나를 새삼 깨달으며 불편한 진실을 다시 상기한 기분이 들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아이 필 프리티(I feel pretty)'는 센스있고 재치있는 여성이지만 뚱뚱한 몸 때문에 자존감이 낮은 '르네'를 주인공으로,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풍자하는 코메디 영화다. 르네는 운동하다 머리를 다치고 (실제 몸은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지만) 본인 스스로가 슈퍼모델 빰치게 아름다워 보이게 된다. 그려면서 르네는 자존감, 자신감 충만한 상태로 행동들이 변하게 되고, 그야말로 인생이 바뀌고 사랑도 쟁취하게 된다. 이 영화는 여자 지인들 사이에서 추천이 많이 된 영화이기도 한데, 나또한 보는 내내 유쾌하고 감동도 있었지만 영화관을 나설 때엔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결국 (착각이라도) 내가 이쁘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쳐야 하는가? 즉, 자존감이 높아서 나오는 매력이 결국 외모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어야 하는가? 


그때의 그 답답함에 대해 이 책이 해소할 팁을 준 것 같다. 외모에 대한 만족이나 스스로에 대한 세뇌가 답이 아니라, 심플하다. 외모에 대해 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보이고 싶은지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줄이고, 바디톡/팻톡을 멈추는 것. 그리고 그런 관심과 노력을 (남자들처럼)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더 쏟고 집중하라는 것. 뚱뚱해도 아름답고, 말라도 아름답고, 주름도 아름답고, 모든 형태의 생김새가 '아름답다'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이야기 자체를 멈추는 것 말이다.


요즘 번지고 있는 코르셋 운동의 본질이, 여성성을 없애고 남자 또는 중성처럼 보이는 '표면적인 변화'로 가자는게 아닐 것이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이 없는 것. 어떻게 보여지는지가 아니라 그냥! 내가 되고 싶은 모습대로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젠더 관련한 책은 늘 어렵거나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비교적 소프트하게 생각할 지점을 많이 던져주었던 것 같다. 막연하게 딸을 낳기가 두렵다고 생각했는데, 딸을 낳아도 좋겠다는 엉뚱한 희망을 발견하게 하기도 했다. 다음 세대의 여성들은, 또 남성들은 우리가 겪고 있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젠더 이슈를 토론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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