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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Aug 27. 2016

기적처럼 만났으면 해

- 황경신

나는 그곳에서 한 걸음 밖으로 나왔어요.
아젠 뒤를 돌아보아도
그렇게 많이 아프지 않아요.

얼떨결에 다친 손가락이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어제보다 조금 덜한 통증.
조금씩 돋아나는 새살.
마치 그걸 보여주려고 스스로 잘린듯한
착한 손가락.

아직 피아노도 못 치고
아직 샤워할 때도 불편하고
아직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지만
잘 적응하고 있어요.

가끔 내가 서 있던 곳을 바라보아요.
친구들이 말했듯
조금 더 여러 가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생각해보면
왜 감사할 일이 없겠어요.
이제 그것만 기억하고 나는 앞으로 가겠어요.

저문 밤 속에서 내 손을 잡아준 친구들 고마워요.
오늘은 아주 다른 아침 완전히 새로운 날이에요.

그리고 언젠가
기적처럼 다시 만났으면 해요.
나는 평화롭고 평화롭게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아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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