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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Aug 28. 2016

Haden summer

- 황경신

여름이 자꾸 깊어가면서
뭔가를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잠이 깨기 직전에 기억이 났다.

오전 내내 앨범을 뒤졌다.
이사 오면서 웬만한 앨범은 다 처분했는데
왜 보이질 않는 거야
하다가 겨우 찾아낸 헤이든.
그래, 이걸 듣지 않으면 여름이 아닌 거야.

올여름은 왠지
가끔 심장이 턱 막히는 적막함과는 거리가 멀 것 같지만
굳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쌓아온 추억은 충분히 쓸쓸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미조리의 하늘을 생각하며
헤이든의 베이스를 마신다.
한 모금 또 한 모금.

올여름은 그러니까 또
갈증에 조금 덜 시달릴 테고
나는 작년보다 튼튼해졌으니
여름은 작년보다 조금 가벼워졌으니
굳이 헤이든을 복용하지 않아도 괜찮겠지만

어쨌든 여름은 여름
그리고
이걸 듣지 않으면 여름이 아닌 거야.

P.S : 
어느 날 갑자기 화들짝 피어서
아, 깜짝이야, 놀라게 하고
또 어느 날 풀썩 져버린
치자꽃
향기가 베란다를 가득 채우던 날은
아마 여름의 초입이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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