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베인 진심이 전해지길 바래

by 병아리 팀장

나는 그림을 못그려.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모양이 없거든. 감사, 분노, 걱정, 후회, 질투, 의심... 내 기억과 감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려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데 모양이 없어서 그릴 수가 없어.
그래서 나는 글을 쓰게 되었어. 약속된 단어를 조립하여 지금의 감정을 그려보자, 흥분한 마음과 이 마음을 그리는데 필요한 단어라는 퍼즐조각을 어떻게 맞출까를 같이 고민하면서 아슬아슬 한자 한자 적어가고 있어. 마치 그 모습은 걸음마를 처음 뗀 새끼 오리가 뒤뚱뒤뚱 거리며 불안하게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이야. 넘어질까 보는 사람의 마음이 조마조마하지만 처음 걷는 그 모습이 대견하고 귀여워서, 어설프게나마 한걸음씩 걸으며 남긴 발자국이 생후 첫 걸음을 한 오리의 당시 상황을 그 어떤 말보다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어. 그런 간절함이 언젠가 전해질 것이라 믿기에 오늘도 뒤뚱거리면서 글을 쓰고 있는 거란다. 제대로 전해질까 아닐까, 이 단어가 맞나 안맞나 고민이 베인 문장들이 한 걸음 한 걸음 고민하며 발을 옮기는 새끼 오리처럼 너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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