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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Oct 13. 2016

이제 사랑이 보일 것 같다

- 이병률

세상에 많은 사람이 닥쳐오고 지나가지만 '사람'은 빠져 있는 일이 다반사다. 사람은 섬뜩할 정도로 제외된 채 세상은 흥분된 채로 제멋대로다. 누구나 애면글면 살고 있다고 해도 사람이 되기 위해 사는 삶하고는 거리가 멀다. 모르긴 해도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네 번의 계절을 따로따로 진하게 물들일 사랑같은 감정 말이다.
모르는 한 사람을 알게 되고, 알게 된 그 한 사람을 사랑하고, 멀어지다가 안 보이니까 불안해하다가, 대책 없이 마음이 빵처럼 부풀고 익었다가 결국엔 접시만 남기고 고스란히 비워져가는 것. 이런 일련의 운동(사랑)을 통해 마음(사람)의 근육은 다져진다. 사랑한 그만큼을 앓아야 사람도 되고 사랑한 그만큼을 이어야 사랑도 된다.
지금 눈 부릅뜨고 살고 있는 건 나이들어서까지 살아 있는 눈빛을 잃지 않고 데려가기 위해서라던 누구의 말이 생각났다. 눈에 힘을 주고 산 이유가 눈이 풀려 보일까봐 그랬다면 이제는 나부터라도 눈에 힘을 빼고 살아볼까 한다. 눈에 힘을 빼면 이제 사랑도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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