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 살아가는 법

직장속에서 온전한 나로서 살아가기

by 병아리 팀장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기 위해 살아가는 거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그게 뭔말인가 했지만 철이 들면서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학생일 때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여 부모님에게 자랑이 되는 모범생 자식이 되고 싶었고
성인이 되었을 때는 학업도 열심히 하면서 내 학비와 용돈은 스스로 벌고 예쁜 애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엘리트가 되고 싶었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는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번듯한 직장에 남부럽지 않은 연봉, 사랑하는 아내와 가정을 만들 수 있는 가장이 되고 싶었다.
근데 머릿속에 막연하게 그려진 그 모습이 전부 실제 나와는 맞지 않더라.
나는 이해되지 않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과목의 공부에는 일체 관심이 없었고 교수님이나 선생님이 가르치는대로 하며 사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남들이 전공책을 달달 외우는 동안에 책에 나오는 학자의 이력과 사생활, 인간관계를 알아보고 젊잖은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아닌 모습에 혹하는 재미를 즐겼다.
여성에게 호감이 가는 외모와 성격, 매너와 말투로 바꾸는 것을 매우 귀찮게 생각했고(그러면서도 여자를 몹시 좋아하긴 했지만) 책보고 글쓰고 논쟁하는 것을 좋아했다.
직장에 들어가서는 절차서와 직급, 직책 등 시스템에 메여 사는 것을 싫어하였고 내가 하는 일이 나 자신의 발전에 하등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고문처럼 느끼며 괴로워했다.
그래서 전공 학점도 좋지 않았고 사귀던 사람들과 길어야 반년밖에 유지하지 못하였으며 직장도 다섯 번이나 옮겼다. 그리고 서른 네살의 나이에 지금 스타트업계에서 고독하게 일하고 있다. 인턴 생활을 첫 사회생활로 잡는다면 26살부터 시작한 것인데 8년이라는 시간동안 내가 한 것은 시행착오와 실패, 진로변경이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시간이 후회가 되지 않는다.
자기 연민이나 정신승리같은 것이 아니라 이제 나 자신을 받아들였다고 표현하고 싶다.
애초에 나는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되려고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무수히 노력과 시도를 하였지만 결국은 내 성격과 내 본질에 맞는 일과 환경에서 지내고 있지 않은가.
애초부터 이런 삶을 선택하였든 아니든 시간과 경험의 차이만 있었을 뿐 나는 크게 다를 것은 없었을거라 생각한다.
지금의 내가 진짜 나이고 그렇기에 딱히 후회하지도 미련이 있지도 않다.
설령 타임머신이 있어 시간을 되돌린다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지금의 삶을 선택할 것이니까. 나만의 개똥철학을 갖고 이거저거 시도하다 실패하면 다시 하고 또 안되면 다른 것을 해보고 그런 삶 말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고 싶다는 충동은 나이가 든 지금에도 계속 생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자랑이 되고 싶어서, 내 스스로 당당해지고 싶어서 등등.
가슴 속 한 가운데 구멍을 그런 걸로 메우면서 안정받고 위로받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허나 충동은 충동으로 접어두련다.
이제 20년의 세월이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고 있으니까.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하고 싶은 것을 지금 바로 즐기는 삶 그대로 살아가련다. 그러면 안되는 일에 기를 쓰고 후회하는 맘고생은 안하게 될테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손해보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