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밑천을 세어보자. 벤쳐기업 직장자리, 빚 1억, 집 하나. 끝이다.
이제 가져야할 것을 써보자. 글쓰기 작품집 하나, 억대 연봉, 영업/기획자 커리어.
갖고 싶은 것은 죄다 추상적이고 불확실하고 그리고 안돼도 죽지 않는 것들이다. 안돼도 죽지 않으니 목숨 걸고 할리 없고 그래서 딱 하는 시늉 수준에서 머무르고 만다.
안되면 죽는 상황으로 서서히 퇴보한 후 정신차려 반등하길 바라는가. 아니면 위에 쓴 것들을 정말 목숨걸고 이루겠다는 가치관으로 정신상태를 바꿀 것인가. 이도저도 싫다면 지금처럼 어영부영한 상태로 계속될테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가부터 확실히 하자. 반드시 잡고 싶은 것. 구체적인 것. 즉각적이고 직시할 수 있는 것.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생각이 났다. 나는 나같은 놈을 원하는거다. 친구로. 멘토로. 돈도 명예도 글도 다 그것을 빙둘러서 얘기하기 위한 수단일 뿐. 난 나를 원하는 것이다. 나랑 똑같은 놈이 옆에 있음으로 인해 얻는 여유, 안도, 신뢰 등등 말이다. 그럼 나 같은 놈은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나에게 있어 나같은 놈이란 결국 나를 알고 나처럼 나를 대하는 녀석인건데 세상에 있으려나. 나를 종이바닥에 문질러 나를 본뜨려는 시도가 글쓰기였고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놈을 찾기 위해 모임을 돌린 것이고 나로서 있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 나는 나를 원한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길 원한다. 이따위 사고방식, 이따위 가치관, 이따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나는 무언가를 꾸준히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젠 남이 가진 밑천을 세어보자. 내 주변에 있는 놈들 중 괜찮은 놈이거나 부러워하는 놈. 그놈이 가진 것에 값을 매겨보자. 애인, 직장. 딱 두개 뿐이네. 그렇다는 이야기는 니가 진실로 원하는 것은 그 정도의 여자친구와 그 정도의 직장이라는 것뿐. 그 외의 것들은 전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좋은 직장과 좋은 여자친구를 얻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나이 서른 넘은 상태에서의 직장이야 티오가 날때마다 경력으로 이직원서를 쓰면서 지금 하는 일에서 커리어를 쌓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일 것이고. 여자친구를 얻기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나의 행적을 돌이켜보니 나는 아무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 약속을 만들지도 않고 새로운 사람을 찾지도 않고 먼저 연락하지도 않고 기껏 기회가 와도 성의없는 답변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유있는 척 관대한 척 위선은 엄청 떨고 있다. 그렇게 베베 꼬인게 나인 것이다.
솔직하지 못한만큼, 그런 상태가 오래가는만큼 나는 더 붕뜬 상태로 오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로또같은 기적을, 아니뗀 굴뚝에 연기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쓰는 글이 진정 앞서 말한 목표를 위해 쓰는 것인가. 내가 하는 일이 진정 앞서 말한 목표를 위해 하는 것인가. 얼마나 시간이 흐르고 후회해야 나는 나를 바로잡고 원하는 것을 직시하며 솔직해질 수 있을 것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인정하는 것은 더 힘들고, 포기와 위선은 나이보다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언제 내려놓을 것인가.
p.s : 어쩌면 이 과정, 이 삶 자체가 내가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목표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고 과정 자체를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