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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Mar 08. 2017

[영화리뷰]프리즌

신인감독의 딜레마. 신상품을 내려다 기성품이 되어버린 처녀작.

완전범죄가 이뤄질 수 있는 교도소 수감자라는 신분을 이용하는 정익호(한석규)와  그를 감시하는 전직경찰 송유건(김래원)이 내용의 큰 줄기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중심이 어긋나 있습니다. 교도소 내에서 억대의 돈을 말 한마디로 굴리며 교도소를 제집드나들듯 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정익호에게는 굳이 교도소에 머물러야할 이유가 약합니다. 영화에서는 교도소 수감자라는 신분을 이용한 완전범죄가 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하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양지의 무대에서 자유를 만끽하고픈 인간의 본성을 포기했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인간은 지배욕 이상으로 명예욕이 더 강하다는 점도 익호라는 캐릭터의 개연성에 의문을 더합니다.) 

이에 더해 그를 떠받드는 교도소장부터 간수들, 죄수들의 개연성 역시 부족합니다. 생면부지의 각자의 출소일이 전부 다른 이들이 정익호라는 인물 하나에 충성하면서 살인도 불사한다고 하면 어떤 목적이 있어야하는데 영화에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고향에 계신 부모님 여행 보내드리는 정도인데 상관없는 사람을 죽이는 일도 서슴치 않으려면 더 납득할만한 동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 영화의 약점은 참신함의 부족도 연기력 부족도 아닌 어중간한 타협입니다. 영화의 캐치프레이즈인 '감옥에서 시작되는 완전 범죄'를 현실성있게 표현하려면 정익호를 포함한 그 일당을 다크나이트의 조커와 같은 광기의 살인마들로 그리는 것이 차라리 나았을 것 같은데, 극중 정익호는 독고다이이지만 판단력과 이성의 범주는 어디까지나 정상인인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언제 배신할지도 모르는(실제 영화에서도 반란은 자주 일어납니다)범죄자들과 감옥 밖의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것을 보면 글쎄요라는 느낌이 자꾸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신인감독들이 입봉작에서 늘 저지르는 실수를 반복합니다. 참신함과 대중성의 양갈래길에서 헤매다 어중간한 작품으로 타협하는 실수 말이에요.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완전범죄라는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면 정익호를 원톱 주연으로 내세워 교도소의 생태계와 양지에 있는 검은 커넥션을 그리는데 집중하는 것이 맞았습니다. 그것을 무간도, 신세계 류의 언더커버 작품의 성공에 혹하여 범인을 잡는 권선징악적 엔딩의 대중성을 택하는 순간부터 이 괴리감은 커져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 맴돕니다.
감독은 작가로는 10번의 경력이 있는 분이지만 상업영화의 연출을 담당할 때 머릿속에서 구상한 내용대로 뚝심있게 끌고 가기엔 힘이 부쳤던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한석규와 김래원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하지만 과거 그들의 필모그래피의 어디선가 가져온듯한 캐릭터의 그것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이 작품만의 독특한 개성넘치는 인물을 선보이진 못합니다.
배경이 감옥이다보니 문자 그대로 여자배우는 단 한명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화면 자체도 어둡고 음침하여 영화를 보는 동안 기분이 계속 가라앉는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영화를 보며 리프레쉬하실 분들께는 추천드리기 힘든 영화입니다.

P.S : 조재윤이 드라마 피고인에 이어 프리즌에서도 죄수복을 입고 나오니 관객들이 바로 웃음을 터뜨리더군요. 이것이 이 영화의 몇 안되는 웃음 포인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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