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세 아버지와 34살 아들의 티격태격 동거일기
내 아버지는 나보다 29년을 더 사셨다.
이미 예순이 넘은 나이임에도 정년을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도 현역으로 부지런히 일하고 계시다.
어머니와 형님은 그런 아버지를 존경하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나도 속으로는 그렇지만 속이 베베 꼬인 성격 탓인지 곧이 곧대로 말을 하진 않는다.
그냥 놀고 먹고 쉬는 것을 싫어하는 내 경향 때문인지, 아니면 친한 사람일수록 더 짖궂게 얘기하는 독특항 성향 때문인지 아버지와 얘기할 때의 내 발언 수위는 상당히 강하다.
내가 아버지에게 자주 하는 말을 옮기자면...
"아흔 살까지만 일합시다."
"롤모델을 송해로 삼으십시오."
"27년만 더 일하시면 그 다음엔 일하고 싶어하셔도 제가 말릴게요."
"100억 벌어서 동물원 하나 사주십시오."
"제 친구 중에 삼척에서 대학교 인사과 직원으로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거기서 시간강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혹시 자리 필요하시면 얘기주세요."
"현직에 계신동안 결혼하면 축의금이랑 화환 많이 올까요?"
"이번 생은 일하다 가시는 걸로..."
막상 글로 써보니 쓰는 순간 여러번 멈칫멈칫하는 걸로 봐서 나 자신도 미안한 맘이 들정도로 표현의 수위가 꽤 높았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아버지와 가족들 모두 내 말을 즐기는 것을 볼 때 그만두긴 어려워 보인다.
생각해보면 긍정적인 효과도 아주 없지 않으니.
내 덕에 아버지는 배우자인 어머니한테 잔소리를 들을 일이 없고 어머니는 내 덕에 아버지에게 잔소리할 일이 없으니 말이다.
자식에게 잔소리 들으면 애교로 보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마누라에게 들으면 바가지로 생각하는 남편들이 많으니.
내가 하는 일은 일종의 예방주사이고 가정을 위해 악역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생각하련다.
P.S : 위에 쓴 글을 한번 더 읽어보았다. 나 불효자 맞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