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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Apr 09. 2017

[영화리뷰]어느 날

로맨틱물을 기대했는데 인생에 관한 영화일 줄이야.

<어떤 하루>,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남과 여>의 감독으로 유명한 이윤기 감독. 현실적인 주제를 이색적인 배경과 설정에서 그려내는 감독이 이번에는 판타지 장르에 손을 대어서 기대감을 갖고 보았습니다. 더구나 캐스팅은 김남길과 천우희. 김남길의 힘뺀 연기를 볼 수 있다는 희망과 천우희의 최초 로맨스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설렘에 아무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봤다가...제대로 데였습니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 그는 상사로부터 교통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이 된 시각장애인 미소(천우희)측 대리인과 합의를 보라는 지시를 받고 그녀를 찾아가는데...분명히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 외에 강수의 눈에 보이는 멀쩡한 미소. 그녀는 어떻게 강수의 눈에만 보이는 것인지, 그리고 그녀가 강수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항상 사랑과 인생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이윤기 감독이 판타지, 그것도 나름 흔한 유체이탈이란 소재를 사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좀더 대중적인 작품이 나오겠구나 생각했는데...그런건 없었습니다. 유체이탈이라는 설정은 작품의 주제를 던지기 위한 도구였을 뿐, 이 작품은 로맨스나 판타지가 아닌 삶을 유지하고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불치병 투병으로 장기간 아내를 간호하다 지친 강수,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다 본인의 출생을 찾으려는 미소. 영화를 보며 삶은 개개인별로 주어진 장애의 크기에 따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어야할 이유가 있어 죽는 것이 아닌 살아야할 이유가 없을 때 죽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처럼, 아직 아내를 떠나보내지 못한 강수와 보고싶은 엄마를 보지 못한 미소의 욕구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강수도 미도도 결국 어떤 삶을 살지, 그리고 그삶을 이어갈지 말지에 대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영화의 주제와 연출, 내용만 보면 지루한 느낌이 들 수 있는 것을 끝까지 보게 관객을 붙잡아두는 힘은 전적으로 김남길과 천우희의 힘입니다. 특히, 밝고 화사한 분위기의 천우희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항상 어둡고 강한 역할만 하다 처음으로 밝은 역할을 한 그녀의 신선함에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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