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와 미켈란젤로

by 병아리 팀장

헤밍웨이는 '이제 안써져. 안써진다고'라는 말을 남기고 62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켈란젤로는 '아쉽다. 이제야 조각의 기본을 알 것 같은데'라는 말을 남기고 89세의 나이에 자연사하였다.
문학과 미술 두 분야의 거장의 최후는 왜 이리 달랐을까. 둘 다 한 성격하고 자기 분야에 미친 듯이 매진했던 천재들인데. 문학은 쓸수록 고갈되고 미술은 그릴수록 무한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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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평론가를 마귀처럼 멀리하였고 그 결과 문학 관련하여 그의 곁에 남은 지인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글은 늘 혼자 쓴다는 신념 아래 본인의 체험을 넓히며 자기 자원을 고갈시키는 글만을 계속 써왔다. 그리고 그의 글은 오로지 소설이라는 장르 하나에 국한되어 본인의 아이디어와 체험이 고갈될 경우 더 확장될 여력에 한계가 있었다.
미켈란젤로 역시 평론가와 동료 작가들, 심지어 의뢰주까지 등한시하며 교류하지 않았으나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상대에 대해서는 반드시 맞대응을 하였다. 때로는 독설과 때로는 뒷담화를 통한 그 아웅다웅하는 과정이 그의 세계를 개인에서 세상으로 끄집어내었고 그것이 조각에서 회화로, 건축으로까지 확장시켰다. 그렇게 세개의 서로 다른 분야는 말년에 서로 섞여 미켈란젤로라는 하나의 세계에 녹아버린 것이다.

헤밍웨이는 문학이라는 대양으로 나아가기보단 헤밍웨이라는 우물을 그 바닥끝까지 파내었기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였고 미켈란젤로는 조각, 회화, 건축이라는 세 개의 대양을 완주하여 자신이라는 바다로 이었기 때문에 죽는 순간까지 다음을 생각할 수 있었다.
헤밍웨이에게는 자신이 곧 문학이었지만 미켈란젤로에게는 자신은 미술의 일부라고 생각하였다. 그 생각의 차이가 헤밍웨이와 미켈란젤로에게 서로 다른 최후를 맞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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