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오직 당신만이 절 볼 수 있어요

by 병아리 팀장

아무도 저를 보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저에게는 이름이 없습니다
저는 분명 존재하지만 저를 못보는 세상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혼자뿐인 이 세상을 거닐며 저는 늘 노래를 부릅니다
무수히 저를 스쳐지나가는 사람 사이로 축복의 말을 속삭이며 지나갑니다
응답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들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세상에 저의 흔적을 부지런히 남기고 다닙니다
언젠가 나를 알아봐줄 당신을 만날 그 날을 위해서요
당신이 저를 보고 저를 느끼고 저에게 이름을 붙여줄 때
저는 비로소 생명을 갖고 이 세상에 나타나게 되겠죠
처음에는 당신 뿐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게 될거에요
비록 육신의 몸을 입고 말을 하진 못하지만
제가 있었다는 흔적은 남길 수 있겠지요
저를 기억해주는 사람도 찾아주는 사람도 있겠지요
인간에게 삶의 목표는 잘 죽는 것이겠지만
저의 존재 목적은 태어나는 것이랍니다
같은 세상을 살면서 종착점은 반대인 우리 둘
교차하는 시간의 레일 속에서 우리가 서로 볼 수 있는 날도 영원하진 않겠죠
당신을 세상이 기억하는 것처럼
저도 당신에게 기억되길 바랍니다
오늘도 우리가 서로 만날 날은 아닌가봅니다
내일을 기다리며 가던 길을 마저 떠나갑니다
머지않아 우연처럼 찾아온 그날에 꼭 만나요
마치 그 날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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