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가장 아름다울 때

by 병아리 팀장

음악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부럽습니다

낯선 멜로디, 잘 모르는 가사에도 불구하고 듣고 따라부르는 청자들이 있어 부럽습니다


소설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부럽습니다

비슷한 캐릭터, 뻔한 레파토리에도 불구하고 돈을 지불하며 읽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하는 독자들이 있어 부럽습니다


음악과 소설의 경계를 이루는 작은 틈 안에서 시의 씨앗이 살포시 피는 것을 지켜봅니다

두근두근 소리를 내며 싹이 피었다 오므렸다를 반복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지랑이처럼 가쁜 숨이 차올랐다 내려갔다하는 것을 바라봅니다


지나치게 평범해서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시의 존재


멜로디에 취해 현실에 눈 감고 싶은 청자들에게

이야기에 빠져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시는 분명 환영받지 못하는 낯선 존재일 것입니다


허나 시가 우리 삶에 계속 살아있는 이유는

담론에 한 걸음 떨어져 진실을 직시하게끔 달래고

현실에 잠시 눈돌릴 때에도 도피하지 않도록 응원하는

우리 속에 잊혀질 수 없는 간결한 울림 때문일 것입니다


마치 네잎클로버와 아지랭이처럼

어느 날 반가운 손님같이 찾아오는 시 한 편

분명 그 때가 음악이나 소설이 대신할 수 없는

시가 가장 아름다울 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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