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장애+여성+실화'라는 흥행요소들의 최대공약수를 뽑아낸 영화
20세기 실존했던 캐나다의 여류화가인 모드 루이스의 일생을 그린 작품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불치병인 루게릭병에 걸려 심각한 관절염을 앓고 부모에게마저 버림받았지만 감각적이고 개성적인 그림으로 인정받아 전설이 된 화가입니다.
영화는 모드가 집에서 구박받는 모습을 조명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숙모와 오빠의 괄시, 장애에도 불구하고 도움은 커녕 돌을 던지며 조롱하는 사람들 속에서 모드에게 탈출구는 오로지 그림을 그리는 것. 지옥같은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만 품다 우연히 인력소개소에 가정부를 구하러 찾아온 생선장수 에버렛 루이스를 보게 됩니다.
모드는 루이스의 집을 찾아가게 되고 자신을 가정부로 고용해달라고 합니다. 에버렛은 몸이 불편한 모드를 외면하고 쫓아버리려하나 모드의 성실한 집안일 솜씨와 긍정적인 태도, 그리고 그녀의 미술 실력에 점차 맘을 열기 시작하는데...
감독인 에이슬링 월쉬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의 원작인 핑거스미스를 샐리 호킨스와 같이 작업한 경력이 있습니다. 여감독이어서 그런지 섬세한 심리묘사에 능한데 특히 이번 작품은 무려 10년동안 생선장수와 레게릭 환자를 관찰하며 준비했다고 합니다. 감독은 실제 인물이었던 모드 루이스와 에버렛 루이스, 그들의 집을 사실에 가깝게 묘사하기 위해 집안 내 실제 있었던 미술 작품을 작은 것까지 하나하나 채워넣어 영화의 사실감을 더하였습니다. 에버렛이 결혼 후 아내 루이스를 수레에 싣고 집으로 돌아갈 때 모드가 행복해하는 모습, 무뚝뚝하게 웃음 하나 보이진 않지만 팔에는 힘줄 가득 힘을 주며 집으로 뛰어가는 에버렛의 모습을 사이드샷으로 잡았다 줌아웃하는 장면, 에버렛이 모드를 쳐다보며 '나는 내 와이프를 보고 있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 등 영화 곳곳에 감독이 이 작품을 어떻게 연출해야 관객이 최대한 만족할지에 대해 수없이 고민했을 흔적들이 느껴졌습니다.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샐린 호킨스는 '핑거스미스'가 끝난 후 '내 사랑'(원제는 '마이 모디')의 각본을 감독으로부터 받고 바로 출연을 승낙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루게릭병 환자인 모디를 재현하기 위해 관절염 환자들을 관찰하며 두발이 앞으로 휘어진 걸음걸이와 구부정한 자세, 손을 앞으로 모으는 버릇, 눈을 똑바로 못맞추고 곧잘 아래로 눈을 피하는 증상까지 모두 잡아내며 실제의 모드 루이스에 흡사할 정도의 연기를 선보입니다. 동정심이 들지만 감정이 과하게 개입하지 못하게, 관객이 철저히 객의 눈으로 보게끔 톤을 조절하는 것은 분명 그녀의 연기력입니다.
모드 루이스의 남편이자 무뚝뚝하고 배운 것 없는 생선장수인 에버렛 루이스 역을 맡은 에단 호크는 본래 이 작품에 출연할 생각이 없었으나 부인(우마 서먼이 아닌 그의 가정부였던 현재 부인)의 강력한 추천에 힘입어 이 작품에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에단 호크는 거친 상남자의 에버렛 루이스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거친 숨소리를 내며 목소리톤을 낮추고 생선장수 특유의 거친 몸짓과 적은 말수로 배역에 완전히 몰입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강력한 장점은 모드 루이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도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남들이 그녀의 미술에서 어떤 점에 빠지는지를 스쳐지나가는 대사, 장면, 움직임, 소품 하나하나에 담아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소위 떡밥이라 불리는 어설픈 복선 등의 장치적 기법이 아닌 배우의 연기와 소품들에 자연스럽게 녹아내어 영화를 감상하면서도 캐릭터의 대사와 감정, 씬과 씬 속의 의미를 생각하며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점이 왜 대단하냐면 대개 실화적 작품들은 배경지식이 없는 관객들에게 정보의 제공과 사건의 드라마틱한 부분에 대한 강조에 몰입하다 제일 중요한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의미를 되새길 여유를 놓치는데 이 작품은 그런 영화감상의 본질마저 남김없이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최근에 감상한 실화영화이자 명작으로 평가받는 '샤인'에서도 이 부분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사랑'은 그것을 능숙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빼어난 수작이라 얘기하고 싶습니다.
개인 주관을 조금 넣어서 평점을 주자면 별점 5점에 남의 별점 부여 권리를 뺏어서 10점을 주고 싶은 작품입니다. 1시간 50분의 재생시간동안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해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커플이나 부부 등 소중한 누군가와 보신다면 감상의 재미는 더 클 것입니다. 오랜만에 정말 좋은 작품을 보게 되어 다행입니다.
*명대사
"당신은 내가 필요해요."
- 모드 루이스
"내 인생 전부가 이미 액자 속에 있어요. 바로 저기에..."
- 모드 루이스
"내가 왜 당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 에버렛 루이스
"난 사랑 받았어요.."
- 모드 루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