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이 곧 새로운 장르가 되는 경이로운 감독의 행보
동생 조너선 놀란 없이 크리스토퍼 놀란이 단독으로 각본을 쓴 세번째 작품.(다른 두 작품은 메멘토, 인셉션) 2차대전 독일의 영-프 연합군 포위에 전멸의 위기에 놓은 연합군 40만명의 사상 최대규모의 탈출작전인 다이나모 작전을(비슷한 규모는 6.25전쟁의 흥남철수작전) 재현한 작품입니다.
허구를 최대한 배제하고 내러티브 등 서사를 뺀 사실적 연출에 집중한 영화로 사실상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한 수준입니다. 연합군의 탈출을 위해 군함을 사용할 수 없던 영국이 민간 여객선과 고기잡이 배, 보트까지 동원하여 병사들을 영국으로 수송하는 동안 영국 공군은 독일 공군의 폭격을 막기 위해 공중에서 분전하고(그야말로 기름이 다 떨어질 때까지) 4만명의 프랑스군은 후미를 맡으며 독일 육군의 공격을 버텨냅니다.
이 영화의 대단한 점은 이런 내용을 인물간 대사나 나래이션 등을 통한 설명없이 장면만으로 관객에게 유추하게 하면서도 패퇴하는 군인 입장에서 죽을지 살지 다음의 순간에 떨고 기대하며 110분동안 몰입하게 만든 것입니다. 실화영화가 요구받는 역사왜곡이나 메세지 등의 부담도 덜어내며 군중속에 섞인 1인으로 생존을 위해 끊임없는 도피와 선택을 해나가는 과정. 이 긴박한 패퇴의 순간에 개인으로도, 국민으로도 최선의 선택을 해나가는 그들을 보면서 정답이란 시간과 지식이 많이 준비되어야 꼭 나오는 것이 아님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래비티처럼 아이맥스로 보았을 때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패퇴하는 연합군 병졸의 시각으로 천재지변처럼 펼쳐지는 적의 폭격 앞에서 죽음의 공포감, 생존의 본능을 100%느껴보고 싶다면(이것이 놀란 감독이 말한 이 작품의 주제입니다.) 꼭 큰 화면으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톰 하디, 킬리언 머피 등이 출연하지만 배우가 누구인지, 역할이 무엇인지, 분량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화 자체에 몰입해서 보시길 바랍니다.
P.S : 크리스토퍼 놀란의 차기작은 아직 안정해져있는데 본인은 007의 리부트를 열렬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허나 소니는 리부트의 전제조건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교체를 원하지 않는데 과연 어떻게 풀릴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