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후 짐정리를 하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진공청소기.
몇해 전 너에게 주려다 못준 물건이다.
갓 독립하여 혼자 살던 너는 생활물품을 살 형편이 안 되어
알바로 일하며 번 돈으로 월세를 간신히 내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넉넉치 않기로는 나도 마찬가지여서 집에서 몰래 쓰지않는 물품을 주곤 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진공청소기였다.
허나 아쉽게도 청소기 흡입구를 끝내 찾지 못하여 면목없이 머리없는 물건을 너에게 주었지만
너는 그 보잘 것 없는 정성에도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사랑을 표현하였다.
너와 헤어진 후 집을 떠나 새로 시작한 이 자리에서
진즉에 너에게 전해줬어야 했을 청소기 머리를 들고 너를 추억해버렸다.
돌아갈 곳을 돌아가지 못하는 몸을 잃은 머리는
오늘 내 손에 안기어 영원한 불구의 몸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