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이 눈앞에 오기 전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기로 했다

by 병아리 팀장

바늘이 눈앞에 오기 전까지는 고개를 돌리지 않기로 했다.
과거에는 불길한 흉기가 나를 가리키는 것만으로도 흥분하여 침을 뱉곤 하였다.
허나 바늘은 정확히 나의 약한 폐부를 향해 날아들었고 속을 깊이 찔린 나는 상처가 아물 때까지 시름시름 앓아야 했었다.

아픈만큼 성숙한 다음에도 바늘은 어김없이 나에게 날아들었다.
불에 데여본 놈이 놀란다고 이젠 바늘이 보이자마자 나는 호들갑을 떨고 도망치기 바빴다.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바늘은 가까이 다가오니 상당히 컸다.
결국 나는 피하지 못하고 다시금 아프게 찔리고 말았다.
도망친만큼 고생한 것과 바늘이 나타난 것에 놀란 마음에 찔린 고통까지 더해져 전보다 더 많은 고생을 했다.

오늘 또 다시 나에게 바늘이 다가왔다.
이제는 차분히 내 자리에서 바늘을 바라보며 기다린다.
앞의 두 번보다는 좀더 성숙했기 때문이다.
이미 내 눈에 바늘이 보인 순간 바늘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나에게 바늘이 오는 것은 무언가 내가 바늘을 맞을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바늘이 내게 주는 고통은 아픈데 앞서 두번의 고통을 겪은 후 나는 무엇이 나아졌는가 생각하니 답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바늘이 싫다고 바늘과 바늘 사이의 삶을 포기할 수도 없기에 나는 그냥 바늘을 맞기로 하였다.
바늘이 내 몸을 찌른 후 몸을 뚫고 지나가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을 때
살며시 손을 들어 '항복'이라고 얘기하기로 했다.
지금 내 눈앞에 바늘이 오고 있다.
나는 두 발을 곧게 서서 바늘을 마주 본다.
바늘 너머 내일로 이어지는 실이 보이는듯 하다.
어렴풋이 살짝살짝.
그렇게 어느덧 바늘은 나에게 닿기 전까지 성큼 와버렸다.
두려움과 체념, 약간의 용기가 채워진 내 가슴 앞에 바늘은 쌩하며 날아오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떠난 그녀의 SNS를 보면 안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