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된 작품으로는 평작, 시리즈의 완결편으로는 수작
8월 15일 광복절에 조조로 <혹성탈출 : 종의 전쟁>을 보았습니다. 2편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던 맷 리브스 감독이 그대로 유임되어 내놓은 시리즈 완결편을 하루라도 일찍 보고 싶어 서둘렀던 이유도 있습니다.
영화는 최초로 지성을 갖춘 유인원 시저의 고뇌를 메인 주제로 삼습니다. 1편의 시저의 고민은 자신을 키워준 인간의 편안한 품에서 사느냐, 인류의 품에서 벗어나 종족을 일으키느냐에 대한 고민이었고 2편은 배신한 유인원 일족을 어떻게 처분하느냐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3편은 아버지로서의 삶과 지도자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입니다.
초반 내용이기 때문에 스포가 아니라 말씀드리자면 시저는 군대에 의해 동료와 가족들을 잃게 되는데 이때 복수를 위해 인간의 군대에 침투하느냐, 일족의 생존을 위해 안전한 곳으로 도피하느냐의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그동안 시저의 선택은 늘 후자였으나 처음으로 가족을 잃는 고통을 맛본 시저는 복수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지도자인 시저의 안위를 걱정한 그의 동료 세명은 시저와 함께 군대에 잠입해서 학살의 주범자인 대령을 처치하기로 하고 이 과정에서 시저는 인간 군대 내에서도 반목과 살육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마침내 대령을 마주하게 되는 시저는 그 진실을 듣게 되고 또 다른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됩니다.
로튼토마토를 보면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의 평가와 흥행은 편수가 더해질수록 높아졌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평으로는 1편>2편>3편 순으로 완성도가 더 높다고 봅니다. 특히 1편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기승전결의 구도와 연출 역시 훌륭하여서 제 인생영화 중 하나로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그에 비해 이번 3편은 상대적으로 무난한 마무리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인원과 인간의 주도권 싸움에 내용을 할애하기 보다는 시저라는 개체에 집중하여 그의 고뇌와 선택, 그리고 그의 운명에 대해 그려내고 있습니다. 종족전쟁으로 시작된 이야기의 마무리를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하나의 개체의 이야기로 끝낸 것은 다소 아쉽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원작의 결말은 결국 유인원의 승리이고 인간이 패배하여 노예가 되는 디스토피아적인 결말인데 그런 결말로 바로 내닫기에 성급한 감이 있었다면 그에 대한 실마리를 그려내었으면 좋으련만 영화는 2시간 분량으로 해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될 수 있는 도전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시리즈 전편을 이끈 시저에 대한 이야기의 마무리로 이야기를 끝내어서 이 작품의 팬들에게 다소 쓴 입맛을 다시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끝으로 맷 리브스는 하차하고 후속작을 만들지 리부트를 할지 결정하게 되겠지만 추후에 작품이 만들어진다면 인류와 유인원의 종족전쟁의 결말을 다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유인원에게 인류가 정복되어 노예로 살아가는 내용은 재난으로 멸망하는 다른 디스토피아 영화와 다른 이 영화만의 주제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그러한 작품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P.S : 맷 리브스 감독은 후속작으로 밴 애플렉 주연의 영화 <배트맨> 제작에 들어갑니다. 2019년 개봉 예정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어떤 스타일의 영화가 될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