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리뷰

[영화리뷰]공범자들

부정한 권력에 마이크를 들이대는 해직PD의 용기가 낳은 결실

by 병아리 팀장

전작인 영화 '자백'에서 국정원 간첩조작사건의 경과와 진위를 박진감있게 그려낸 최승호 PD(前 PD수첩의 PD)의 후속작품입니다. MB취임부터 박근혜 탄핵까지 9년동안 권력이 어떻게 KBS와 MBC를 장악해가는지 그 과정을 100분 남짓한 시간동안 액기스만 버무려 속도감있게 그려냅니다.


영화는 갑론을박 논란에 빠져 문제의 본질이 흐려질 것을 우려하여 팩트 위주로 굉장히 담백하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나래이션 등을 통해 감독의 주장이나 메세지 개입 등은 일절없이 인터뷰와 기사, 육하원칙에 의거한 사실만으로 구성하였는데 이것만으로도 이 정치르포 영화는 왠만한 장르영화보다 훨씬 몰입감있게 볼 수 있습니다.

MB의 정권교체 이후 내각인사의 낙마가 이어지자 곧바로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KBS 정연주 사장의 해임 및 검찰소환, MBC 엄기영 사장의 강압적인 사표제출, KBS와 MBC의 양대 간판 정치프로그램인 시사투나잇과 PD수첩의 폐지, 관련 인원의 비방송부서로의 전보 및 해고, 양대 방송사 PD, 기자들의 파업과 이에 응수하는 낙하산 경영진의 신규 경력직 채용 등 9년에 걸친 언론장악 과정을 처절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바깥에 있던 사람으로서 언론인들이 지난 9년동안 정권의 나팔수로서 찬양일색의 방송만 한 것에 내심 불만을 품고 있었는데 사실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저항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파업과 해고 이후 뉴스타파 등의 방송을 만들어 정부의 부조리를 조명하고 그 과정에서 같은 언론인끼리도 낙하산 경영진에 굴복하는 과정등을 생생히 그림으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석 곳곳에서 욕설과 헛웃음 소리가 나오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근간이 흔들린 사태에서 세월호 사건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질 때 정부를 감시해야하는 언론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어 지금의 사태까지 오게 된 것을 제3자의 눈이 아닌 언론인 내부의 시각으로 볼 수 있어 신선했습니다.

낙하산 인사에 굴복하여 최순실 사태에 대해 반박보도를 하거나 북한 뉴스로 대응했던 MBC와 KBS의 보도국의 참상과 태극기 부대를 응원하러 나온 MBC 앵커들은 지금도 티비를 켜면 쉽게 볼수 있는 면면이었습니다. 100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영화는 굉장한 속도로 전개되며 현재 김장겸, 고대영이라는 KBS, MBC 사장의 해임을 목표로 기자들의 연합을 암시하는 내용과 MB와의 아주 짧은 인터뷰를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작년에 개봉한 '자백', 올해 대선 직전 개봉한 '더 플랜',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개봉된 '노무현입니다'에 이은 정치 관련 다큐영화입니다. 오는 9월에는 MB의 비자금을 추격하는 주진우 기자의 영화 <저수지 게임>이 개봉하는데 당분간 정치관련 영화의 일정은 쉴새없이 꽉차 있습니다. 지난 9년에 대한 진상규명 및 개혁에 관한 작품들은 한동안 계속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일정 이상의 흥행이 계속 지속되면 하나의 장르로서 독립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치나 언론에 관심없으신 분이라도 굉장히 흡입력있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오락성 재미가 아닌 현실적 이슈에 조금이라도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꼭 관람하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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