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퍼펙트 데이

베네치오 델 토로가 가져온 시니컬한 새로운 바람

by 병아리 팀장

보스니아 내전 후, 전쟁의 참사가 여실히 남아있는 어느 마을의 우물에 시체가 떨어졌다. 시체가 우물에서 부패한지 1주일. 더 오래두면 마을의 식수원이 없어지는 상황. 국제구호요원인 맘브루(베네치오 델 토로)와 동료들은 시체를 끌어내기 위해 밧줄을 구하러 UN을 찾지만 UN은 분쟁지역 내에서의 개입은 할 수 없다는 황당한 핑계로 지원을 거절하고...결국 요원들은 각자의 기지로 시체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21세기 동유럽 버전 '운수좋은 날'. 퍼펙트 데이라는 제목은 반어법으로 사실은 정말로 짜증나고 되는 일 없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운마저 없는 최악의 날입니다. 까딱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전쟁지역에서 언어도 안통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일하는 구호요원들. 그 주변의 UN, 반군, 현지인 누구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절차, 명분, 이득 때문에 당사자인 자신의 문제를 내팽개치고 되려 제3자인 요원들이 발버둥치는 상황. 그 안에서 요원들 개인의 철학과 의견, 가치관이 부딪히며 공명하고 조율되는 이야기입니다. 엔딩씬까지 시니컬하지만 입꼬리 한쪽이 올라가는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너무 좋네요.

상당히 좋은 작품으로 감독이 현역작가를 겸해서 그런지 각본과 연출의 조화가 끝내줍니다. 새로운 타입, 신선한 소재의 영화로 백지상태에서 관람하시면 만족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릴러, 블록버스터의 플롯과 흥행공식을 다 치우고 제로베이스에서 쌓아올린 신개념 영화이면서 완성도가 상당한 작품입니다. 이런 영화가 늘어났으면 좋겠네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화리뷰]잃어버린 도시 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