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여섯의 나이가 되고 나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헛 산 것은 아닌지 누군가로부터 소개를 받았다.
사진, 직장 등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자상한 남자였으면 좋다고 하더라.
자상함. 그 말이 되려 부담되어 적당히 이야기하다 전화를 끊었다.
이후 톡에 전화번호 하나가 찍혔다.
xxx 010-xxxx-xxxx
'자상하면 좋겠데'라는 문장 아래 찍힌 이름과 전화번호.
왠지모를 부담감이 드는 자상함이라는 단어에 여러 생각이 든다.
자상함. '인정이 넘치고 정성이 지극하다'라고 국어사전에 적혀있다.
삶에 치여 인정이 메마르고 일에 쫓겨 여가는 대충대충 방종하는 요즘.
나는 과연 처음보는 어떤 이에게 자상할 수 있을까.
무시와 실패, 거절로 인한 상처로 누군가와 눈을 똑바로 마주친 적이 없는 나는
위로받기보다 배려하는 언행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그것도 인정이 넘치고 정성이 지극하게.
답없는 생각을 계속하다 결국 연락하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