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나는 죽음에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는 것이 부끄럽고 무겁다고 느낄 때면 죽음에게 잠시 시간을 빌려쓰는 것은 아닌가하곤 했다.
그러다 때론 죽음에 내 권리를 뺏긴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난 세상에 스스로 퇴장할 버튼을 죽음이라는 창조주에게 박탈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마치 경고하듯 끔찍한 고통으로 치장된 누군가의 퇴장에 두려워하며 생을 이어가는 모습에 죽음은 세상이라는 공장을 운영하는 악덕운영주가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억지로 사는 삶. 꾸역꾸역 앞으로만 걸어가야 하는 삶.
숨이 차도록 뛰든 하루만큼의 걸음만 걷든 이 레일은 정해진 시간 전에는 끝나지 않는다.
빙글빙글 빙글빙글.
오늘도 나의 하루는 때론 무감각하게 돌고 때론 아찔한 낙차로 떨어지곤 한다.
빙글빙글 빙글빙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같은 하루는 아니다.
몇 바퀴째인지 기억하진 못하지만 분명 아직 절반도 오지 않았다.
빙글빙글 빙글빙글.
빙글빙글 빙글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