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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Nov 03. 2018

노력충 애인을 떠나며

항상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당신의 열정에 끌려 당신을 좋아했었어요.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에게 어떤 벽을 느꼈습니다.

혹시 저 외에 다른 누군가에게 이미 들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얘기할게요.

당신에겐 다른 누군가가 들어갈 틈이 없어요.

처음엔 그게 완벽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그건 오히려 고집에 가까웠습니다.

신념과 정의로 포장된 고집이랄까요.

보통 사람에게는 가끔 아침에 일어날 때 잠이 들 때면 말랑말랑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당신에게는 그런 면이 보이지 않습니다.

철저히 자기애로 무장되어 몸과 마음이 꽁꽁 굳어있더군요.

모든 것을 담아낼 그릇이라 생각했던 당신의 정신이 사실 보통 사람보다 못하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조금 기분 상할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한계는 당신 생각보다 매우 얕습니다.

당신이 노력이라 생각하는 행위들은 사실 에너지만 소비하는, 자기애로 포장된 자기학대에 가까워요.

그런 행위에 그나마 작게라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당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겠죠. 그럼 당신은 그것을 노력의 대가로 생각하고 또 같은 행위를 반복할테구요.

아마 그 사고방식은 당신이 정말로 감당하기 힘든 실패와 낙담을 겪을 때까지 계속 될 것 같아요.

이제 그런 당신을 완전히 떠납니다.

당신은 스스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당신의 노력은 아주 작은 계에 닫힌 비생산적인 몸부림에 가까워요.

마치 공기가 들어오지 않는 좁은 수족관에서 물을 열심히 정화시키기 위해 삐걱거리며 돌아가는 녹슨 프로펠러 같달까요?

시간이 퀀텀점프해서 당신이 어느 날 다른 사람이 되는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합니다.

그게 당신에게 보내는 제 마지막 애정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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