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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Aug 05. 2016

사랑하는 딸에게

- 노자와 히사시 作 <연애시대> 中

'엄마, 또 잠들었어.'라는 네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어.
아빠가 뭐라고 말한 것 같은데 두꺼운 커튼같은 졸음에 가려서 엄마 귀에는 닿지 않아.
엄마는 있지, 행복이라는 건 계속 졸린 게 아닐까하고 요즘에 와서 생각해.
평범한 슬픔이며 괴로움을 담고 살아가는 특별할 것 없는 생활.
솔직히 말하면 이런 정도의 행복을 갖고 싶어서 아빠와 엄마는 그렇게 멀리 돌아온건가 하고 기막힐 때도 있어.
연애 시절이 멀리 가버렸다는 것에 한숨이 절로 나올 때도 있고.
그래도 말이지.
졸립다는 건 엄마의 지금 인생에서 무척 소중한 것이라고 느껴진단다.
있지, 큰 소리로는 말 못하지만 너로 인해 엄마와 아빠가 연결되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쓸쓸해질 때가 있어.
아빠의 따스함을 공연히 확인하고 싶어질 때는 내 쪽에서 보채서 안겨. 그래야 엄마는 겨우 안심이 돼.
같이 울자, 웃자, 화내자. 아빠는 그 약속만큼은 지금까지 잘 지켜주고 있어.
살다가, 살다가, 어느 한 쪽이 먼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 살아가자.
그 약속도 확실히 지켜줄까?
아, 지금 들렸니?
푸른 숲속에서 들리는 방울벌레 소리.
불어오는 바람, 흔들리는 나뭇잎, 제철이 지나 탄식하는듯한 매미울음 소리.
우리 세 식구는 마치 조각상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어.
잠시 똑같은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어 보자.
분명 들릴거야.
틀림없이 곧 들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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