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지수를 결정하는 외모 외의 변수들
사람들은 잘생기고 예쁜 이들에게 자꾸 눈이 간다. 드라마나 영화만 보더라도 주인공이 예쁘고 잘생기면 괜히 더 얼굴이 보고 싶어진다. 왜 그들에게 매료되는 걸까? 사람들의 답변은 다양했다. 그중에서 ‘인간의 본성이 원래 그렇다’ 혹은 ‘진화 심리학적으로 예쁘고 잘생긴 외모가 적응과 생존에 유리하다’라는 대답이 가장 일반적이었다. 직감에 근거한 그럴 듯한 답변이지만, 그렇다고 의문이 충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궁금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뇌에서는 매력적인 얼굴을 볼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우리가 예쁘고 잘생겼다고 말하는 ‘미美’의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연구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미는 일반적으로 예술 작품이나 사람의 외모같이 미적 대상aesthetic object으로부터 기쁨을 얻는 미적 경험pleasurable aesthetic experience을 말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선 부정적인 미적 경험은 미가 아니다. 또한 미적 대상이 아닌 대상(예컨대 일반적인 사물)으로부터 받는 느낌은 미가 아니다. 두 번째로 미를 음식이나 성행위, 도덕적 행동에서 비롯되는 일반적인 기쁨 general pleasure과 구별한다. 미의 정의는 신경미학 연구의 기본 지침이 되는데, 앞선 정의를 충족시키는 상황에서 활성화되는 뇌 부위를 기능적 영상검사로 확인하면 상호연관성이 높은 영역임을 알 수 있다.
뇌과학적으로 남성이 예쁜 여성의 얼굴을 보면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과 측좌핵nucleus accumbens 같은 보상reward 관련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게임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예쁜 얼굴을 볼 때도 활성화되는 것은 뛰어난 외모에 이끌리는 걸 생물학적으로 설명해 준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들이 예쁜 백인 여성을 오래 응시하는 선호 반응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아기들조차 예쁜 사람을 선호한 것인데, 우리가 예쁜 외모에 이끌리는 데는 선천적인 영향, 즉 본성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연구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외모에 대한 반응이 자동적이라면 ‘외모지상주의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니 성형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체념하기는 이르다. 얼굴 생김새 외 의 다른 요인들도 뇌의 활성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외모 평가의 일치도가 높은 것은 외모가 뛰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썩 달갑지 않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뇌가 매력을 평가할 때 외모만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외모 외의 다른 요인들도 매력지수에 관여한다.
첫 번째 요인으로 기억이나 경험이 있다. 동일한 외모라도 그 사람에 대한 어떤 기억이나 경험은 매력지수를 변화시킨다. 개인적으로도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이를 체감한 적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음식점에서 처음 본 순간 굉장히 예쁘다고 느낀 여성이 있었다. 아직도 어렴풋이 떠오를 정도로 그녀의 겉모습은 매혹적이었다. 동그랗고 쌍꺼풀이 진 눈과 기다란 눈꺼풀, 포니테일로 묶은 S컬의 긴 머리, 베이지색 코트 차림이었다. 매력적이던 첫인상이 반전된 건 정확히 3주 만이었다. 각종 핑계를 대면서 업무를 떠넘기는 그녀의 모습에 나와 동료들은 기분이 상했다. 본인만 특별대우를 받으려는 게 불편했다.
흥미로운 건 이후로 그녀의 외모가 변했다는 점이다. 객관적인 외모는 여전했지만 관찰자인 나의 눈에서 그녀는 ‘예쁘지만 예쁘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 언어로 전달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느껴졌다. 불과 한 달 만에 매력지수를 평가하던 뇌에서 모종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었다.
실제로 신경미학 연구에 의하면 기억과 경험은 상대방의 외모를 지각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뛰어난 외모를 가진 사람에게 나쁜 기억을 갖게 되면 여러 뇌 부위가 동시에 활성화되면서 예쁜 외모가 주는 보상 반응이 상쇄된다. 가슴 설레던 첫인상이 좋지 않은 끝인상으로 귀결되는 뇌과학적 메커니즘이라고 볼 수 있다. 객관적인 측면에서 외모 프리미엄의 존재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무첫 만남에서 가산점을 받아도 외모 자존감과 소위 말하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갖춰지지 않으면 점수는 금세 바닥나버린다. 뇌가 선호하는 잘생기고 예쁜 외모도 뇌과학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냄새도 매력지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주인공 강미래의 꿈은 조향사이다. 그녀가 조향사를 꿈꾸게 된 건 ‘향수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다’라는 기고문을 읽고 나서였다. 학창 시절 만신창이였던 외모 자존감을 위로해준 향수에 관한 기고문은 뇌과학적으로도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얘기이다.
잉글랜드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 여성들은 남성의 얼굴 사진을 후각 자극기olfactometer를 통해 각각 좋은 냄새, 나쁜 냄새와 같이 제공받은 뒤에 매력도를 평가했다. 연구 결과, 동일한 얼굴이라도 안 좋은 냄새를 제공받았을 때 여성들은 덜 매력적이라고 인식했다. 얼굴 사진이 나쁜 냄새와 같이 제공되면 편도와 앞쪽 뇌섬엽anterior insular cortex의 활성도가 높아졌는데, 이 부위는 부정적인 정서와 관련이 있다. 동일한 얼굴이라도 냄새에 따라 매력지수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결론인데, 반대로 악취를 제거하면 외모의 변화 없이 매력 지수를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좋은 냄새를 풍기기 위해 값비싼 향수를 구매하라는 말이 아니다. 좋은 향기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나쁜 체취를 풍기지 않는 것이다.
유머, 자신감, 용기와 같은 내면적 특성 또한 누군가를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많은 사람이 ‘외모가 좀 더 나았다면, 외모만 달라진다면…’ 하고 생각하지만, 차이는 외모가 아닌 내면의 변화에 의해 발생할지도 모른다. 얼핏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마음가짐은 뇌가 매력을 평가할 때 보는 주요한 정보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단일 민족인 대한민국에서는 체감하기 어렵지만 외모에 매력을 느끼는 데는 인종의 영향이 작용한다. 대표적으로 백인 남성에 비해 흑인 남성들이 흑인 여성을 더 선호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흑인은 체형이 큰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데, 문화마다 매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