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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ossenzersdorf May 18. 2017

12. 파리

낭만의 도시

우리는 정들었던 디종을 뒤로 하고, TGV를 타고 파리로 왔다. 파리에서는 한인민박에서 지내기로 했는데, 파리 중심부에서 좀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숙소에 짐을 놓고 나오니 어느덧 오후였다. 루브르 박물관을 보기로 하고, 그 곳으로 갔다.

한국에서 미리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를 다운로드 받아 갔다. 나름 들을 만 했다. 하지만 루브르박물관은 주로 인상주의 전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곳이고, 나는 그런 작품들에 별 흥미가 없다. 그러니 작품에 대한 구체적 감상은 건너뛰기로 하자.


다음 날은 오르세 미술관으로 시작했다. 다만 오르세 미술관은 2010년에 유럽에 왔을 때도 왔던 곳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전에 왔을 때보다 구성이 좋지 못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도 루브르 박물관에서처럼 오디오 가이드를 들었는데, 있어야 할 작품이 많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로트렉의 작품들이 많이 빠져 있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보지 못한 명작들은 나중에 한국에 돌아온 뒤 국립중앙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전에서 볼 수 있었다.


그 후에는 퐁 뇌프, 개선문, 에펠탑 등을 보고 유랍선을 탔는데 개선문을 빼고는 다 가본 곳이기도 하고 딱히 설명할 것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걷긴 했지만 유명세에 비해 별 건 없었다.


다음 날은 아침부터 RER선을 타고 베르사유 궁전으로 갔다. 베르사유 궁전에 가본 사람이라면 알텐데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줄을 오래, 정말 오래 섰다는 것밖에는 없다. 아마 성수기에는 다 비슷할 것 같다.

베르사유 궁전은 유럽에서 본 궁전들의 끝판왕같은 느낌이다. 유럽 성당투어의 끝판왕이 바티칸이라면, 유럽 궁전투어의 끝판왕은 베르사유 궁전이라는 느낌이다. 끝이다. 그 이상은 없다. 이렇게 화려한 궁전을 본 적은 없는데 다 어디선가 본 느낌이다.


파리에서 아직 못 가본 곳 중에 꼭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가 노트르담 대성당이었다. 하지만 노트르담 대성당은 안타깝게도 많은 부분이 공사중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한 켠에서는 복원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영상은 우리나라 말이 아니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일본에서 지원해줘서 노트르담 대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복원하고 있다는 내용인 듯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복원 중이라서 그런지 유명세에 비해 볼 게 생각보다 없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퐁피두 센터였다. 여기도 전에 온 곳이긴 했는데 느낌이 꽤 달랐다. 우선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작품들이 없었다. 사실 전에 왔을 때는 작품을 다 보지 못했다. 피카소와 브라크가 주로 나오는 전시실을 지나 칸딘스키 등의 추상미술을 보고 있을 때쯤 시간이 다 되었다고 해서 쫓겨났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정확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기억이 정확하다면 유명 작가의 유명 작품들이 덜 전시된 건 확실했고, 대신 지역적으로 여러 사조의 작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아프리카나 남미 등의 미술에 대해 따로 전시실이 편성되어 있었는데 볼 만 했다. 큐레이터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의도는 더 분명해졌다.


파리는 유럽 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꼭 한 번은 찾게 되는 필수 관광지 중 한 곳이다. 하지만 다들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실망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일본에는 파리 증후군이라는 병도 생겼다고 하니 우리나라 만의 일도 아니다. 파리는 분명히 좋은 도시이고, 좋은 관광지다.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다. 하지만 어쩌면 과한 기대가 지나치게 보편화된 곳이기도 하다. 기대를 조금만 줄이고 가면, 조금만 더 가벼운 마음으로 가면 파리 여행은 충분히 만족스러워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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