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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ossenzersdorf Apr 05. 2017

11. 스트라스부르

프랑스와 독일의 접경

디종에서 열차를 타고 뮐루즈에 내려 제일 먼저 한 일은 역에 있는 안내 센터를 찾아가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열차에 관해 물어본 것이다. 예약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 직원은 "노"라고 딱 한 마디 했다. 프랑스 열차는 TGV의 경우 유레일 패스가 있어도 예약을 해서 좌석을 지정받아야 하지만, 지방열차는 패스가 있는 경우 따로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예약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예약비도 굳었다.


뮐루즈 여행이 끝나고 우리는 스트라스부르 행 열차를 탔다. 이 열차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프가 되는 콜마르를 지나간다. 지방열차야 자주 다니니까 시간이 있으면 콜마르도 들렀으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그럴 여유가 없었다.

스트라스부르는 도시가 크지 않고 관광지가 멀리 있지 않아서 걸어다닐 만하다. 역에서 나와 보방 댐 쪽으로 가다보면 ENA가 보인다. ENA는 데스탱, 시라크, 올랑드 등 프랑스의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유명인사가 수학한 곳이긴 하지만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지나치면 된다. 어차피 그 앞에서 양 팔을 뻗고 심호흡을 한다고 해서 그 기운이 몸에 들어온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ENA를 지나쳐서 가다보면 보방 댐이 나온다. 보방 댐에 가니 한 어르신 분들이 관광객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계셨다. 뭘 파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딜 가나 심심한 사람은 있는 법이지만, 나를 붙잡고 독일어로 이야기를 하려고 하신 건 좀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스트라스부르가 독일 접경 지역이고 옛날에는 독일이었던 적도 있었으며, 아직도 독일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방인들을 상대로 프랑스에서 독일어로 말을 거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다행히 독일어를 아주 조금은 할 줄 알아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시는지는 대충 알아들었다.

보방 댐 내부는 긴 통로로 되어있다. 통로를 지나면 반대쪽으로 나오고, 통로 내부에서는 창으로 밖을 내다볼 수 있다. 어르신의 이야기는 대충 댐 위로 꼭 올라가보라는 말 같았다. 댐 위라고 해야할지 건물의 옥상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스트라스부르가 내가 본 최고의 스트라스부르 풍경 중 하나였다. 통로에 있는 창문에서 보는 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특히 쁘띠 프랑스는 더 그랬다. 보방 댐 위에서 바라다 본 쁘띠 프랑스는 쁘띠 프랑스 안에서 보는 것보다도 더 예뻤다. 참고로 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통로 내부에 있다.


그 다음 행선지는 쁘띠 프랑스다. 앞에서 언급했던 콜마르에는 쁘띠 베니스가 있다. 작은 베니스라는 뜻인데, 베네치아처럼 운하가 있어 그렇게 불린다고 한다. 하지만 쁘띠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 일단 실제로 프랑스에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속초에 작은 대한민국을 만들 리는 없다. '제2의' 메시, '한국의' 메시라고 불리는 선수들이 왼발잡이이고, 키가 작을 수는 있어도 축구에서 메시 같지는 않듯이 '작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들도 실제로는 그 것이 아니어야만 한다. 하지만 쁘띠 프랑스는 어쨌든 프랑스다.


첫번째로 드는 생각은 '스트라스부르 자체가 워낙 독일스러운 곳이라서 그 중에서도 프랑스 같은 곳을 쁘띠 프랑스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다. 그렇지만 문제는 쁘띠 프랑스가 스트라스부르의 다른 지역에 비해 별로 프랑스스럽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건물의 건축 양식을 보면 그렇다. 원래 쁘띠 프랑스는 매독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독일어로 매독이 '프랑스 병' 정도로 번역되는 단어여서 매독을 치료하는 곳에 쁘띠 프랑스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그런 게 아니다. 현실은 가끔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다.


회전목마 오른쪽으로 보이는 공사중인 건물이 성 토마스 교회다. 공사중이라서 보지는 못하고 지나쳤다. 

길을 따라가다보면 구텐베르크 광장이 나온다. 성 토마스 교회 앞에 비하면 더 크고 제대로 된 회전목마가 있는 곳이다.

구텐베르크는 마인츠에서 태어나 마인츠에서 성서를 인쇄했고, 마인츠에서 죽었다. 그럼에도 스트라스부르에 그의 이름을 딴 광장이 있는 건 그가 이 도시에 머무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스트라스부르에서 금속활자 인쇄 연구를 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를 조금만 벗어나면 많은 사람들이 구텐베르크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도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알릴 수 있어야겠다.

구텐베르크 광장에서 골목으로 이미 대성당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골목에 있는 과자점에 이끌리게 됐다.

과자점은 동화속 가게처럼 화려했다. 물론 다른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긴 하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은 1647년에서 1874년까지 227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는 역사가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높은 첨탑이 그렇다는 것이다. 142m라고 하니 오늘날의 기준에서는 그렇게 높은 건물이 아닐 수도 있지만 227년간이나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지위를 유지했다는 사실은 꽤 놀랍다. 전망대에도 올라갈 수 있는 듯하지만 올라가지는 않았다.

내부에 들어가면 천문시계가 있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옆에는 샤토 광장이라는 곳이 있다. 그리고 사진을 보면 대성당 중 일부는 재건축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샤토 광장의 한 편에는 로한 궁전이 있다. 이런저런 전시를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시간도 없고 해서 둘러보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기차 시간이 늦을까봐 걱정스러운 때였다. 그래서 서둘러 스트라스부르 역으로 향했다. 다행히 기차를 놓치진 않았고, 디종으로 잘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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