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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ossenzersdorf Sep 07. 2015

2. 두바이

한번 경험해보기는 좋은 도시

 에미레이츠 항공은 처음이었다. 물론 두바이도 처음이었다.


 원래 나는 여행을 가면 어쩌다 만나게 된 사람들과 인터뷰를 잘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구들이랑 주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야기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래도 두바이 행 항공기에서는 친구들과 떨어진 자리를 받은 덕분에 이야기를 좀 나누었다.


 왼쪽에 앉은 분은 축구선수 마르코 로이스를 닮은 분이었는데 알고보니 군포에서 원어민 교사를 하시는 분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교사라고 말하고 꽤 친해졌다. 원래는 아일랜드 분이라고 하는데 모국어가 영어라고 한다. 물론 그러니까 원어민 교사를 하겠지만. 이 분도 방학이라 부모님 댁이 있는 아일랜드로 돌아간다고 한다. 아일랜드는 원래 문학이 유명한 나라라서 문학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른쪽에 앉은 분은 그냥 대학생이었는데 현지에 친구들이 있어서 같이 동유럽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고 한다. 덕분에 주거비용은 아낄 수 있다니 참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두바이에 도착했다. 두바이는 비록 밤이었지만 그래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서 제법 도시같은 모습이 있었다. 


 두바이에 도착했을 때, 현지 시각으로 새벽이었다. 우리는 면세점에 들어가 쇼핑을 했다. 면세점에서 내가 산 것은 두바이 그림이 그려진 황금색 카드였다. 트럼프 카드 말이다. 나중에 집에서 써본 후기로는 너무 번쩍거려서 딱히 쓸모는 없었던 것 같다. 면세점 한 켠에서는 식품관도 있었다. 낙타유로 만든 초콜릿도 있었고, 마카롱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마카롱과 대추야자는 시식이 가능했다. 점원 분이 인심이 좋으셔서 말만 잘하면 여러가지 맛을 모두 시식할 수도 있었다. 물론 비싸서 사먹진 못했다.


 우리는 사전에 두바이 투어를 신청했다. 어차피 잘 알지도 못하는 곳인데다 대중교통이 유럽의 도시들만큼 편하진 않을테니 투어를 신청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그리고 만나기로 했던 Costa Coffee는 우리가 생각했던 곳 이외에도 여러 곳이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약속시간에 한참 늦게 되었다.


 어쨌든 공항 바깥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 처음 든 생각은 '덥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 다른 생각이 날 것도 없었다. 다만 새벽 7시 치고는 태양이 꽤 밝기도 했다. 대신 차는 매우 시원했다. 투어차량만 그런 게 아니라 두바이는 버스를 타든, 건물 내로 들어가든 원래 항상 이렇다고 한다. 유가도 낮고, 전기료도 저렴하니 나라도 그렇게 살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차 안에만 머물러서 여행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현대식 건물도 둘러보고, 궁전 앞도 가봤다.

이래봬도 꽤 아침이다.  더운 아침.

 궁전 앞에서 우리를 맞아준 건 공작이었다. 아름다운 꼬리를 가진 공작은 안타깝게도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거울을 본 공작은 자신만큼이나 아름다운 공작의 출현에 시기와 질투를 느꼈는지 전투를 개시했다. 물론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상대였을 것이다.

 두바이는 왕이 다스리는 나라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교육받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두바이 사람들은 왕을 꽤 좋아한다고 한다. 물론 경제사정 덕분일 것이다. 두바이는 석유가 거의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지리적 이점을 살려 현재 꽤 잘 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막무가내식으로 도시계획을 한 결과 2007년 이후로 타격이 있긴 했다. 그래서 부르즈 두바이가 부르즈 할리파가 된 게 아닌가. 


 그래도 화려한 건물들 덕분에 볼거리는 꽤 있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인공 섬도 구경했다. 인공 섬은 솔직히 그닥 볼 건 없었다. 헐리우드 스타 등 유명인들이 많이 별장을 사서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나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 뒤로 우리는 쇼핑센터도 가고, 실내 스키장에도 갔지만 그닥 재밌진 않았다. 목이 아주 많이 마르다는 것 빼고는 느낀 게 없었다. 


 두바이 투어란 한 번은 돈 주고 볼 만 하지만 두 번은 돈 줘도 안 할 것 같은 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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