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가리는 자들

조용한 억압, 조용한 가해자

by 그래미

잘못한 것이 없어도, 내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들.

경쟁 속에서 한번쯤은 겪어 봤을 억울함과 침묵, 불공평함.

당신 잘못이 아니다.

혼자가 아니고 약하지 않다고 다독여주고 싶다.


의도적으로 햇빛을 가리는 그림자들이 있다.

가만히 하늘을 향해 얼굴을 내민 선인장에게 조용히 다가간다


못 본 척, 못들은 척, 몰랐던 척 뒷걸음질 치듯 다가가 해를 가린다.

불편해진 선인장은 작은 몸짓으로 한발짝 그림자를 피해 움직이자,

그림자는 갑자기 화를 낸다.

내 햇빛을 가리지 말라고


잔뜩 날이 선 목소리.

찢어질 듯한 음성.

불편한 단어들.


선인장을 약자 라고 보기 때문이다.

선인장은 아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선인장은 밟혀도 되는 존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선인장은 외로운 물 한방울로 목을 적시며 그렇게 자신을 지켜내고 있는 강한 존재라는 것을.


그림자들이 그럴수록 선인장은 더 깊이 씨앗을 뿌리고 뿌리를 내려

더 강하게 더 튼튼하게 꽃을 싹틔운다.


비 바람이 불수록 찬 바람이 불수록 선인장은 더 두껍고 강한 가시를 키워낸다.

그렇게 움켜진 그들의 가시는

어두운 그림자들의 손을 베어내길 기다린다.


그리고 선인장은 추운 그림자 안에서 조용히 떨며 말한다

언젠가 햇빛을 되찾을 거라고.

반드시 따뜻한 세상이 올거라고.


나는 오늘도 그렇게 버텨낸 선인장의 가시를 보다듬으며 조용히 그 마음을 함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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