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신기루였나 새로운 균열인가

랩다이아몬드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by 그랑크뤼

몇 년 전만 해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지구에서 가장 단단한 보석의 오랜 질서를 뒤흔드는 혁신으로 불렸다. 실제로는 같은 탄소 결정체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하고 ‘윤리적’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니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투자자들도 앞다퉈 달려들었다. 하지만 최근 드비어스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소매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이 시장의 미래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여기에 GIA의 감정서 체계 개편까지 예고되면서 업계는 마치 보석용 루페로 내부 균열을 들여다보듯 촘촘히 움직임을 분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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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비어스가 던진 수많은 질문들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 제국의 상징이다. 이들이 2018년 ‘라이트박스(Lightbox)’라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브랜드를 론칭했을 때만 해도 전통 채굴 시장과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을 동시에 쥐려는 노림수라 평가됐다. 그러나 지난해 라이트박스가 내놓은 신상품들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하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소매사업은 결국 문을 닫는다. 드비어스는 채굴산업 부진과 함께 천연 다이아몬드의 ‘희소성’ 브랜드 가치를 재점검하겠다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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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단가 하락 속도를 신기루에 비유한다. 사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기술 발전으로 생산 단가가 해마다 20% 이상 떨어졌다. 다이아몬드 제조 전문 리서치 업체인 Edahn Golan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시장의 1캐럿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도매가격은 불과 4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희소성이란 결국 공급의 제한으로 생기는 것이니, 무제한 생산이 가능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시간이 갈수록 가격 하락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10년 후 중고 시장에서 이 보석을 다시 팔 때 받을 가격은 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드비어스가 ‘실험은 끝났다’며 문을 닫은 것도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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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대체 불가한 새로운 시장인가, 아니면 ‘천연만한 인조는 없다’는 속설의 반증인가. 현실은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안고 있다. 웨딩 밴드처럼 상징성이 큰 구매에서는 여전히 천연 다이아몬드가 압도적인 선택지지만, 데일리 주얼리나 패션 파인 주얼리 영역에서는 ‘저렴하고 큰 다이아몬드’를 원하는 수요는 무시할 수 없다. 드비어스 철수 이후 이 시장을 누가 가져갈지, 혹은 시장 자체가 축소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GIA는 왜 감정 체계를 바꿨을까

드비어스 못지않게 이슈가 된 것은 GIA의 감정 체계 개편 예고다. GIA는 세계 최대 보석 감정기관으로, ‘감정서 한 장이면 가격이 결정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금까지 GIA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모두 동일한 4C(컷, 컬러, 클래리티, 캐럿) 기준으로 등급을 부여해왔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표준(Standard)과 프리미엄(Premium) 두 가지 옵션으로 바뀐다. 특히 표준 버전은 4C 세부 등급 없이 간단한 등급으로만 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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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의 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GIA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동일한 다이아몬드’로 보지만, 가치 보존 수단으로서는 차별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던진 셈이다. 실제로 GIA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소지자 중 상당수가 ‘감정서가 보장하는 가치를 착각하고 재판매할 때 큰 혼선을 겪는다’는 피드백이 있었다고 한다. 감정서를 프리미엄으로 받으려면 소비자가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감정서도 프리미엄 시대라니!”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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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신력은 감정서에서 나온다. 국제보석감정사협회(IBS)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8명은 다이아몬드 구매 시 GIA나 IGI 같은 국제기관의 감정서를 필수로 요구한다. 하지만 이 신뢰가 ‘똑같은 다이아몬드인데 왜 가격은 이렇게 다르지?’라는 의문으로 이어지면 시장은 혼탁해진다. GIA의 이번 개편은 이 모순을 조금이라도 정리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이 끝났다’고 단정하진 않는다. 다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명확히 ‘싸게 사고, 오래 쓰고, 재판매는 기대하지 않는’ 보석으로 자리 잡는 전환점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전환을 GIA가 감정 체계로, 드비어스는 사업 철수로 공표한 셈이다. 다이아몬드는 여전히 반짝이지만, 그 빛이 내 통장에서는 어떻게 반짝일지는 다시 계산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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