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컬렉터 입문자를 위한 최신 트렌드 3가지
누군가에게 보석은 단지 반짝이는 장신구일 수 있다. 하지만 하이주얼리를 컬렉터들에게 그것은 ‘몸에 착용하는 예술품’이자, ‘세월과 이야기, 기술이 깃든 자산’이다. 그림처럼 벽에 걸 수도 없고, 금괴처럼 금고에만 넣어두지도 않는다. 그들은 보석을 손에 끼고, 목에 걸고, 파티에 나가며 세상과 함께 호흡시킨다. 그런데 이들이 고르는 보석에는 분명한 기준과 취향, 그리고 거래 방식이 있다. 단순히 비싸고 크다고 해서 그들의 선택을 받는 건 아니다. 하이주얼리 컬렉터들이 사랑하는 보석의 세계, 지금부터 들여다보자.
컬렉터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건 바로 원석의 상태다.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같은 유색 보석은 보통 열처리나 충전, 염색 등 ‘처리’ 과정을 거친다. 색을 더 선명하게, 내부를 더 깨끗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흔한 방식이다. 하지만 하이주얼리 컬렉터들에게 그런 건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손 안 댄 자연 그대로의 보석’을 찾는다.
예를 들어, ‘무처리(No Treatment)’ 혹은 ‘비열처리(No Heat)’로 감정된 루비와 사파이어는 수량 자체가 극히 드물다. 특히 미얀마 모곡 루비, 카슈미르 사파이어, 콜롬비아 무오일 에메랄드처럼 특정 산지에서 채굴되고, 처리 없이 그대로 세팅된 보석은 그야말로 ‘전설급’ 취급을 받는다. GIA, SSEF, Gübelin 같은 세계적인 감정 기관에서 “No indication of treatment”라고 명시된 감정서까지 있다면, 그 보석은 이미 이야기와 가치를 함께 갖춘 하나의 작품이 된다.
컬렉터들은 단순히 ‘이쁘다’보다 ‘언제 만들어졌느냐’를 먼저 본다. 그들에게는 디자인보다 ‘시대를 대표하는 미감’을 갖췄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1920~30년대 아르데코 주얼리는 기하학적이고 대담한 비율로 사랑받는다. 반면 1890~1910년대 아르누보 스타일은 자연주의와 곡선미가 돋보인다. 1950~60년대 미드센추리 디자인은 산업적인 단순함과 우아함이 공존한다. 이처럼 시대별 디자인 사조에 따라 보석의 가치와 위치가 완전히 달라진다.
까르띠에의 팬더, 반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처럼 ‘브랜드 시그니처 컬렉션’도 인기가 많지만, 컬렉터들 사이에서 더 탐나는 건 단 한 시즌만 제작된 리미티드, 특정 장인이 서명한 커스텀 피스, 혹은 브랜드 아카이브에 등록된 희귀 작품들이다. 이건 그냥 주얼리가 아니라, 시대의 단면을 담은 ‘움직이는 히스토리’다.
하이주얼리의 거래 방식도 특별하다. 매장에서 카드 긁고 사는 일은 거의 없다. 이 세계에서는 ‘소개’와 ‘이력’이 더 중요하다.
샤넬, 쇼메, 부쉐론 같은 브랜드들은 VIP 고객에게만 공개하는 프라이빗 세일을 운영한다. 특정 등급 이상이 되지 않으면 제품을 ‘보는 것조차’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심지어 브랜드에 구매 이력이 없으면 예약조차 어려운 일도 있다. 컬렉터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더욱 ‘검증된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는 보석’을 얻는 셈이다.
또한 경매 시장에서도 비공개 매물, 사전 제안, 프라이빗 협상 등이 점점 늘고 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온라인에서도 고가의 하이주얼리를 ‘익스클루시브’ 방식으로 판매하며, 홍콩·제네바·뉴욕·두바이 같은 글로벌 거래 거점에서는 지역별 수요에 맞춘 고급 경매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이런 디지털 기반 거래는 더욱 확대되었고, 하이주얼리 경매의 30% 이상이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
보석은 결국 이야기다. 어떤 이가 착용했는지, 언제 제작됐는지, 전시된 적은 있는지, 감정서는 어디에서 땄는지 이 모든 것이 그 보석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유럽 왕족이 착용했던 19세기 브로치, 세계적인 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착용했던 하이주얼리 목걸이, 특정 메종의 마스터 주얼러가 디자인한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작품. 이런 주얼리는 감정서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당시의 사진, 수기 편지, 메종의 제작 기록 등이 함께 딸려와 ‘완전체 스토리’를 구성한다.
컬렉터들에게 가장 흥분되는 순간은 보석을 받는 그날이 아니라, 그 보석의 이력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과정이다. 주얼리 수집이란 결국 ‘가장 아름다운 타임캡슐’을 모으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이주얼리 컬렉터들의 세계는 단순한 럭셔리 소비가 아니다. 이들은 세공의 예술성, 원석의 순도, 시대의 미감, 스토리의 깊이, 그리고 거래의 신중함을 모두 엮어 보석을 대한다. 그 반짝임은 단순히 빛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안목, 그리고 한 사람의 취향이 입혀진 결정체다.
오늘 당신이 끼고 있는 그 반지도, 어쩌면 누군가의 컬렉션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하이주얼리의 세계는 그렇게, 조용히 다음 세대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