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는 사람들

2. 양희은, 박미선님과 백두산을 오르다.

by 이강

#2 .


꿈결 같은 백두산 야생화를 배경으로 한 광고사진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남편과 아이를 꼬드겨 백두산 야생화 트레킹 여행을 신청했다. 일기가 변화무쌍해 백두산 천지의 위용을 알현하는 건 운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운빨이 좋았다. 백두산 입장하는 우리 조에 양희은, 박미선님이 같은 조에 편성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난생처음 연예인들과 일정 및 식사를 같이하게 되어 너무 신나고 기분 좋았다. 두 분과 일정 및 식사를 같이 하며 일상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었고 이분들은 연예인 맞나 싶게 친근하고 소탈했다.


양희은, 박미선 님 두 분은 조용히 자기들끼리만 있기도 했고 워낙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는 직업이라 그런지 익숙하고 능숙하게 우리들과 잘 스며들었다. 우리 팀은 같이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고 온천탕도 같이 했다. 일정표에는 온천탕 수영복 준비라고 되어있어 수영복을 입고 온천을 하는구나 싶었는데 당일 현지 온천탕에서 온천욕을 수영복을 입고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양희은 선생님이 어떡할 거냐고 의견을 물어왔다.


나는 엄머나...어버버~~ 하고 있는데 야생 꽃 탐방동아리에서 오신 분들이 당연하죠~~ 목욕을 옷 입고 하다니요~~ 하며 양희은님께 적극 호응한다. 엄머나....식구들과도 깨벗고 목욕가보지 않은 나는 졸지에 전신탈의 빨개벗고 온천탕에 들어가야만 하게 되었다.

그래도 저항 의지를 못내 버리지 못하고 라커 룸에서 수영복을 만지작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수영복을 장착하고 나보다 앞서 탕에 들어갔던 신혼부부 새댁이 들어가자마자 바로 라커 룸으로 후다닥 다시 돌아와서 훌렁훌렁 수영복을 벗기 시작했다.


왜 그러세요?? 하니까 탕에 들어가니 양희은 샘 등 형님들 모두 다 벗고 있어 입을 수가 없었어요... 하곤 완전탈의 실시 후 다시 후다닥 탕으로 들어가고 만다. 나는 튀어나온 내 배를 잠시 내려다 보았지만 즉시 항복하고 덩달아 훌렁훌렁 깨 벗고 탕으로 들어갔다.


탕으로 들어가니 뜨거운 훈기와 김 사이로 흥겨운 웃음소리와 물소리, 높고 명랑한 양희은 샘 이야기 소리가 탕 그득히 울려 퍼졌다.

뿌옇게 서린 연기 반대편에 앉아 뭐라고 뭐라고 즐겁게 이야기하는 양희은 님을 탕 속에 몸을 담그고 바라보면서 어머나..미디어나 공연에서만 보던 분과 이렇게 깨 벗고 흥겨움을 나누는 것이 실감 나지 않기도 했다.


양희은 샘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잘 아는 분 같았다.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적인 관계로 아는 분이라면 선배처럼 언니처럼 저분 곁에 머물러 생활을 나누는 사이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일었다.


백두산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중년 이상의 한국분들이 많아 이 두 분은 어디 가든지 주목을 끌었다. 6월,7월 씨즌엔 하루 몇만 명이 백두산 천지를 오른다고 했고 그중 대부분은 한국인 관광객들이라 용정이던, 백두산 서파산문이던 북파산문이던, 연길 화장실에서든 곳곳에서 양희은, 박미선 왔다고 수군거렸고 어디에서든 화젯거리였다.


“화장실 문 여는데 양희은이 있는 거야.. 놀랐잖아..” “박미선 날씬하더라.. 생각보다..난 어제부터 봤어..”

“ 저기 저기 박미선... 봤어?”


“양희은 백두산 가마 탈려고 서 있더라...”


‘연예인이 대단하긴 하구나’ 싶게 많은 사람들이 폭발적인 관심과 호기심을 보였다. 개중에는 바로 옆자리에서 식사해도 짧은 눈인사 정도만으로 거리를 지켜주는 매너 있는 분들도 많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일단 들입다 들이밀기부터 하는 분, 두 사람의 상황이 어떠하든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팬’이라고 느닷없이 인사하곤 했다.

이런 식의 갑작스럽고 돌발적이며 침입적(?) 인사 방식은 생각 이상으로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것이었나 보다. 나는 조별 일정 단 하루 만에 그냥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느꼈다.


첫째 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옆에 앉은 박미선 님에게 물었다. “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 스트레스에요. 사람들이 좋다는 표현을 이렇게 마구잡이로 하는 줄 미처 몰랐어요.” 풀 죽고 지친 얼굴로 “ 네에~~ 그래요. 그래도 연예인이니 그러려니 하죠. 뭐~ ” 하고 박미선 씨가 말하자 그 옆자리 명랑하고 높은 음색의 양희은 씨가 “ 뭐라구 뭐? 사람들? 뭐 스트레스 이긴 하지~~ 그래도 내가 갔는데 아무도 모르는 것보단 나아..하하하” 하고 쾌활하게 말해 우리 모두 웃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그 순간도 어떤 아주머니가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며 “ 양희은 박미서어언?? 어디? 어디? 양희은 있다고? 어디 있냐니까..” 며 소란스럽게 우리 식사 하는 방에 양해 없이 불쑥 들어와 팬이라며 인사를 요란하게 하고 아무렇지 않게 나갔다. 하루 종일 이런 식이었다. 양희은, 박미선도 아닌데 난 침해받은 느낌이 들었다.


다음 날 역시도 어마어마한 인파였다. 백두산 북파 산문 앞 조별로 대기 하고 있는데 박미선 님을 본 어떤 남자분 누군가가 뒤에서 “이봉원~~~이봉원 어딨어~~~이봉원 어디 놔두고 왔어~~” 라는 반말 섞인 고함이 들려오고 난 박미선 님의 얼굴을 흘깃 보았다. 피곤하겠다 싶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우리 팀은 백두산 등반 두 번 모두 아름다운 천지를 보고 함성을 질렀고 백두산의 장엄함에 감격했다. 백두산과 천지의 신령스러움 앞에 나는 절로 두 손이 모아졌다. 우리나라의 안녕을, 우리 가족의 무탈함을, 우리 팀들의 무사한 백두산 여행을 다른 이들 눈을 피해 손모아 빌었다. 동시에 양희은, 박미선 님의 피곤과 스트레스도 백두산과 천지의 영험함으로 씻겨나가길 간절히 바랬다.

작가의 이전글기억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