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점검이 필요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첫 영상을 올린 게 2024년 6월 10일이다. 오늘이 2024년 9월 21일이니 3개월을 넘어 100일이다. 정확하게는 100일을 조금 넘겼지만. 내 유튜브 채널과, 그리고 내가 올린 영상으로 온라인상에서 만난 익명의 시청자들과의 100일째 만남이다. 작정하고 "오늘을 기념하려 자리를 마련했어"까지는 아니지만 특별하지는 않더라도 이런 식의 자리는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짧게는 8분대, 길게는 20분대로 평균 15분에서 16분 사이의 롱폼(long form) 영상을 22개를 올렸다. 대부분의 유튜버들은 열심히,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보답을 받으니 구독자가 0명에서 100명 이하일 때 그저 수양하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성실성을 보여주기를 조언한다. 그들의 조언대로 성실하게 꾸준히 1주일에 영상 하나는 올리겠다는 마음으로 꾸준한 업데이트를 해왔다.
선배 유튜버들의 또 다른 조언은 유튜버가 된 이상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닌 남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콘텐츠로 생산해서 올려야 하지만 채널의 정체성이 분명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미술사나 특정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한 축으로, 다른 한 축은 내가 실제로 읽었던 책들에 대한 도서 리뷰를 하는 방향성을 설정한 상황에서 그렇다면 최근 대중적으로 이슈가 있을만한 소재들 - 이를테면 최근에 개최된 2024 파리 하계올림픽 - 과 관련한 그림들을 찾아내서 영상으로 제작한다던가, 도서 리뷰 역시 평소에 즐겨 있는 사회학, 인류학, 역사 등은 제외하고 오롯이 미술이나 미술사와 관련된 책들에 대한 리뷰 영상을 하기로 운영 방침을 바꾸며 채널의 정체성을 보다 미술 쪽으로 제한하며 나의 관심사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안에서 대중적인 콘텐츠를 뽑아내고자 변화를 꾀하였다.
그런데 뭐가 잘못되었을까? 채널이 조금씩 성장을 해도 모자랄 판에 영상의 노출률도, 클릭률도, 영상의 시청 지속시간도 그렇고 구독자 수는 말할 것도 없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두 달 이내에 구독자 100명은 쉽게 돌파하지 않을까라고 낙관하였다. 하지만 100일이 된 지금 구독자는 그 반인 54명이다. 얼마 전 55명이었는데 한 명이 구독 취소를 눌렀다. 유튜브에 구독자 100명이 되지 않는 유튜브 계정들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을 테지만 나처럼 채널을 방치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영상을 올리는데 구독자 60명도 안 되는 개정이 있으려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0일이 지난 지금, 어디 가서 나도 유튜버라고 유밍아웃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게 아니라 정체 아니 오히려 퇴행되는 내 유튜브 채널에 대해, 22개의 긴 길이의 영상이 올라와 있고, 유튜브를 시작한 지 100일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서 아무래도 객관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간점검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내 입장, 내 시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나의 입장일 뿐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 입장은 나의 입장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굳이 익명의 얼굴도 안 보이는 생산자의 입장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내가 생산한 콘텐츠가 그리고 "한양수다인"이라는 유튜버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거 아니겠는가? 간단하게 SWOT이라도 해볼까? 채널 자체가 위기 상황이니 강점(S)이니, 기회(O) 따위는 나중에 생각해 보자. 일단은 내 채널의 문제, 약점(W)을 생각하는 게 먼저겠지.
첫 번째 약점은 채널에서 다루는 주제 자체가 워낙 비(非) 대중적이라는 거겠지. 이거는 어쩔 수 없다. 유튜브를 시작한 애초의 목적이 그거였으니. 그렇다면 또 다른 약점은 뭘까? 지나치게 말이 많은 게 아닐까? 지금처럼... 너무 사족이 많고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 나의 기본적인 말하기, 글쓰기 성향이 문제겠지. 요즘은 아무도 남들의 말들 관심 있게 들어주지 않는 세상이지. 영상을 더 짧게 제작해야 할까? 영상의 길이는 무조건 3분에서 4분으로? 짧으면 짧을수록 더 좋겠지? 아니야! 생각해 보니 유사한 정보 전달 채널들 있잖아. 그들 채널도 10분 이상의 영상 길이인데 그럼에도 높은 조회수와 구독자를 가지고 많은 댓글들로 유튜버를 응원하고 있는데 길이보다는 다른 게 문제이려나? 아마 나의 좋지 못한 발성과 발음 혹은 목소리 톤? 떨어지는 전달력? 사람들의 관심을 붙아두기 어려운 지루한 말투?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차라리 TTS를 이용하는 게 나으려나? 장비충이 되어 더 좋은 고가의 마이크를 구입해서 영상을 제작해야 하나? 영상의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이 중간에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효과음을 더 많이 넣어야 하나?
일단 내가 생각하는 내 채널의 약점은 이러한 것 같은데 아마 내가 생각하지 못한 더 큰 더 많은 약점들이 있겠지? 뭐가 더 큰 문제이고 어떻게 이 약점을 개선해야 할까?
아니야! 아니 그냥 아예 그냥 깔끔히 실패와 패배를 인정하고 이제라도, 1인 미디어 생산자로서의 재능이 없음을 자각하고 빠른 손절을 치는 게 시간과 노력에 대한 매몰비용(sunken cost)을 줄이는 최선의 선택이려나?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건 지금 내가 생산해 내는 콘텐츠는 상품성,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느리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해서 내가 유튜브를 계속할 수 있는 얻을 수 있을까? 유뷰브를 시작한 지 100일. 중간점검이 필요하다. 중간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