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나무의 군락지 마리포사 그로브를 둘러보고,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목적지는 요세미티를 상징하는 하프돔을 볼 수 있는 글레시어 포인트(Glacier Point)다. 산 위를 향해 끝도 없이 구불구불 나 있는 도로를 한참 올라가다 보면 주차장이 나오고, 조금 위로 걷다 보면 이런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장관이 눈 앞에 펼쳐진다. 먼 옛날 빙하가 녹아 흘러내려와 바위를 저렇게 깎아 놓았다는데, 믿어지질 않는다. 엄청난 자연의 힘 앞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사진 저 안쪽까지 생긴 계곡이 빙하가 흘러나와 깎아서 형성된 것이라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하프돔 뒤쪽을 보면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폭포가 있다.
멋진 경치를 볼 때 쓰는 영어 단어, Breathtaking 은 이런 관경을 볼 때 절로 나는 표현인가 보다. 정말 숨이 멎을 정도로 멋진 광경이고 굉장한 스케일이다.
하늘에 구름이 없이 파란 하늘이었으면 정말 멋진 사진이 나왔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구름이 끼어도 나름 멋지다. 소위 누구나 셔터만 누르면 작품이 나오는 그런 뷰포인트, 글레시어 포인트다.
줌으로 당겨 찍어 더 가까이 보면, 날카로운 칼로 수박 쪼개듯 화강암 돔을 반으로 쪼개 놓은 모습 같다. 그래서 지어진 이름은 하프돔(Half Dome). ㅎ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마침 국립공원 직원이 나와 하프돔과 요세미티 공원에 관해서 설명을 해준다. 원어민 발음이라 알아먹기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 모두 경청을 하였다. 절반도 이해를 못 한 듯하다.
글레시어 포인트에 왔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남긴다.
곧 해가 지려고 해서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향한다. 숙소는 요세미티 공원 내에 있는 랏지다.
참고로, 여름 성수기 때 요세미티 공원 내 숙소를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한다. LA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사람들이 여름 휴가지로 첫 손에 꼽는 곳이 요세미티이고, 공원 밖 숙소에서는 1시간 30분 넘게 운전을 하고 들어와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공원 내 숙소가 인기가 높다. 필자도 서부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고민을 했던 숙소가 요세미티였다. 원하는 날짜에 요세미티 내 숙소는 이미 풀 부킹이 되어있는 상황이었는데 여행 시작 1주일 전까지도 요세미티 숙소를 정하지 못해서 초조했다.
미국 여행 출발 며칠을 앞두고 행운이 찾아왔다. 인터넷에서 요세미티 내 숙소의 경우, 예약했던 날 1주일 전까지 취소(cancel) 하지 않으면 환불이 안 되는 조건이라 날짜에 닥쳐서 급하게 취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정보를 읽어서 그랬는지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진 것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컴퓨터를 켜고 요세미티 숙박 예약 사이트에 접속하여 확인해보니 정말 누군가 취소한 방이 딱 하나 나와 있었다. 클릭 신공으로 냉큼 예약에 성공한 그 기쁨이란!
그렇게 어렵게 예약한 숙소를 향해 올라왔던 산길을 다시 내려가는데 저 멀리 해가 진다.
도로가 산속에 있어, 지는 해를 보지 못할 것 같아 아쉬웠다. 한참을 내려가는 데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는 곳이 나타나며 지는 해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와~
요세미티 국립공원 하늘을 붉게 물들인 저녁놀을 보았다. 미국의 저녁놀의 스케일은 한국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크다. ㅎ
정말 어두워진 후에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행 전에 주의사항을 확인했는데, 요세미티 공원에는 야생 곰들이 많고, 특히 차 안에 음식을 남겨놓으면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숙소로 가는 내내 곰 얘기를 하며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숙소 키를 받으려고 들른 관리소 TV에 비디오가 나오고 있는데 글쎄 사람만 한 곰이 차를 흔들고 유리창을 깨고 차 안으로 들어가 먹을 것을 꺼내 먹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비디오가 요세미티 주차장에서 찍혔던 거였다!
아! 우리 차에 아이들이 과자 같은 거 먹다가 많이 흘린 것 같은데 어떡하지. 걱정이 태산 같다. 늦은 시간에 도착해선지 주차할 자리가 마땅치 않아 숙소에서 좀 멀리 떨어진 어두운 곳에 주차해야 했다. 너무 어두워서 진짜로 곰이 나와서 덮칠 것만 같아 서둘러 짐을 내리고 숙소로 들어갔다. 그런데 집사람이 숙소에서 신는 슬리퍼를 조수석에 놔두고 왔다고 차로 다시 갔다 오란다. 아, 이런. 곰이랑 마주칠까 봐 얼마나 무서웠던지. 아빠 체면에 못 간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도 없어서 간신히 혼자 다시 갔다 왔다. 사실 미국 여행 떠나기 전에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곰에 물려 죽은 관광객 기사가 있어서 곰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컸다.
짐을 뒤적이던 집사람이 피식 웃으며 칫솔 가방이 차에 있다가 한 번만 더 다녀오란다...
새까만 밖의 어둠이 그렇게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ㅎ
다음날 아침, 또 습관처럼 새벽같이 눈이 떠진다. 혼자 밖으로 나가 숙소 주변을 둘러본다. 멀리 폭포도 보인다.
우리 가족이 하룻밤을 지낸 랏지가 잘 드러나지 않게 자연과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침을 먹고 공원 구경에 나서 본다. 이른 시간인데 벌써 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순환 셔틀을 타면 요세미티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우리는 비지터 센터에서 자전거를 빌려 주변을 둘러보기로 한다. 안전을 위해 헬멧은 필수!
자전거 도로가 잘 닦여있다. 저 멀리 보이는 하프돔을 향해 출발~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어 잠시 들러본다.
그런데 글쎄 또 그 곰 비디오가 상영 중이다. 주차중인 차 안의 음식물 쓰레기를 꼭 치우라고, 곰이 온다고. ㅎ
자전거를 타고 공원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저 멀리 하프돔이 보인다. 마음 같아서는 저 끝까지 가보고 싶었으나 시간 관계상 사진만 찍고 돌아와야 했다.
자전거를 반납하는 장소 바로 옆에는 수영장이 있는데 아이들이 아침부터 수영을 하며 놀고 있다.
짐을 정리하여 차에 싣고 요세미티 공원을 둘러보러 길을 나선다. (다음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