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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랑크뤼 Oct 26. 2019

미국 여행 - 옐로스톤 국립공원 (2)

노리스 가이저 베이신(Norris Geyser Basin)


옐로스톤 국립공원 (Yellow Stone National Park) -2

노리스 가이저 베이신(Norris Geyser Basin)


옐로스톤 국립공원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숙소 위치와 여행 동선이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마찬가지로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의 숙박시설은 한정되어 있고, 여름휴가 기간에는 예약이 정말 치열하다. 공원 내 숙소를 잡지 못하면 무려 왕복 세 시간의 거리를 날마다 들락날락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공원 내 숙소 예약은 필수다.


필자는 예약을 서둘렀기 때문에 공원 내 숙소를 예약해서 3박 4일 일정을 여유롭게 계획할 수 있었다. 첫째, 둘째 날은 Lake Village lodge에서, 셋째 날은 Canyon village lodge를 베이스캠프로 하여 공원을 둘러볼 예정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지도를 보면 8자 모양의 도로 주변으로 관광명소들이 있고, 지점 간의 거리와 시간을 나타내는 알짜 정보들이 빼곡하게 나타나 있다. 이 지도 한 장이면 내비게이션 없이도 헤매는 일 없이 3박 4일을 잘 보낼 수 있다.



어젯밤에 숙소에 도착하는 바람에 동네 구경도 제대로 못 했기에 숙소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아침을 먹고 한 바퀴 둘러보러 밖으로 나와본다. 


여행자들이 하룻밤 들렀다 가는 저렴한 호텔이지만 괜찮았다.


호텔 바로 앞 도로에 희한한 광경이 펼쳐진다. 아니 미국 Old Car 동호회 회원들이 옐로스톤 일주 여행이라도 온 것일까? 딱 봐도 정말 오래된 차들인데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고 개성적으로 꾸며 놓으니 나름, 아니 정말 멋지다!



자동차 구경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짐을 꾸려 밖으로 나온다. 3박 4일 동안 필요한 먹거리와 과일을 사기 위해 슈퍼에 들러 장을 보고 차에 기름도 넉넉히 넣은 후 여행지도도 얻을 겸 Yellow Stone Visitor center에 들러 본다. 



건물 벽에는 옐로스톤에 살고 있는 동물들과 강물 속에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들의 박재가 살아있는 듯 생생한 상태로 관광객들을 맞는다.



동물 가죽을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해놓기도 하고, 동물뼈도 전시해놓았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곰 발바닥인가?


아니, 여기에도 곰이! 어제 보았던 곰은 새끼들이었는데 여기 있는 곰은 사람도 해칠만큼 큰 녀석이었다. 저 송곳니와 발톱을 보라.



짧은 관람을 마치고 이제 국립공원으로 간다. 



여름휴가철이라 게이트를 통과하는 차들이 제법 있다.



입구를 들어서서 조금 달리자, 공원 바깥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흐르는 물줄기도, 개울가를 덮고 있는 풀들도, 언덕에 서 있는 나무들도 그 색과 느낌이 다르게 와 닿는다.



언덕을 자세히 보니 불에 타버린 나무 사이로 새로운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한참을 운전해서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는 데도 불에 타버린 나무들이 지천에 펼쳐져 있었다. 어찌 이런 일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는 번개로 인해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는데, 내리는 비나 눈에 의해 자연 진화가 된다고 한다.


이때 타버린 나무들은 재가 되어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숲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이점이 있어서 산불이 나도 그냥 두는 정책을 써왔다. 1988년 7월, 번개에 의한 산불이 발생하였고, 작은 산불이라 평상시처럼 가만두었는데 극심한 가뭄으로 바짝 마른 숲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상황이 너무 악화하자 인공 진압을 하기로 하여 2만 5천 명의 소방관과 100대가 넘는 비행기, 수백 대의 헬리콥터가 동원되어 산불을 진화하려 했지만 너무 커져 버린 산불을 잡는 데 실패했다.


모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그때, 9월에 때아닌 눈이 내려 불길이 잡혔고, 11월이 되어서는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참고로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경기도 면적 정도 되는데, 그때 국립공원의 40%가 타버렸다고 하니 얼마나 큰 불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후 정말 죽고 썩은 나무들이 땅을 비옥하게 만들고 그 양분으로 새로운 싹이 돋아나 목초지가 생기고 숲이 번성하여 이전의 모습을 회복하고 있다고 하니, 자연의 위대한 힘이 느껴진다.



자, 이제 우리의 목적지인 노리스 가이저 베이신(Norris Geyser Basin) 지역으로 이동한다. 가는 중간에 보니 차들이 멈춰 있는 곳이 있다. 예정에 없던 곳이지만 잠시 들러 본다. 경고 푯말과 함께 동물의 사체가 있다.



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보통 온천이라는 곳은 마그마가 땅속 30km 정도에 있어서 물이 데워지는 곳이라고 하는데, 옐로스톤은 마그마가 2km 아래에 있다고 한다. 얼마나 뜨거우면 물이 저렇게 팔팔 끓는 것일까.



저렇게 끓는 물이 강을 따라 흘러간다.



저 나무 난간에 손을 대고 걸었는지 둘째 손에 나무 가시가 박혀서 아프다고 난리다. 생각보다 큰 놈이 박혔다. 마침 기념품으로 샀던 배지의 옷핀과 미리 준비했던 다용도 칼에 있는 핀셋으로 무사히 제거 완료.



다시 차를 몰고 한 시간 정도 운전하여 오늘의 목적지인 노리스 가이저 베이신(Norris Geyser Basin) 지역에 도착했다. 입구에 작은 박물관이 있는데 벽에 걸린 몇 개의 그림만으로도 저 지역을 둘러볼 때 주의사항과 가이저(Geyser), 머드 팟(Mud pot), 분기공(Steam vent,) 그리고 온천 호수(Hot springs)가 생기는 원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참고로 눈과 비로 스며든 물은 400년 이상이 되어야 증기가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고 하니 그 순환과정이 놀라울 따름이다. 



게이트처럼 생긴 작은 문을 통과하면, 마치 외계 행성에 온 것처럼 느끼게 하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여기저기서 유황냄새 가득한 수증기를 내뿜고 있고 그 옆으로 나 있는 보드워크를 걸으며 주변을 살펴볼 수 있게 되어있다.



포셀린 베이신(Porcelain Basin) 위로 떠 있는 뭉게구름들, 그리고 너무나도 파란 하늘. 이것 풍경이 바로 태초의 지구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참고로 Basin은 평지 또는 평야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을 말한다.



처음 보는 신기한 풍경들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유황냄새가 진동하는 보드워크를 따라 걸으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풍경이 펼쳐진다.



나무로 만들어진 난간이 있는 보드워크를 따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난간에 손을 대고 걷게 된다. 이 나무 난간의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서 나무 가시에 찔리는 일이 발생하니 특히 조심해야 할 일이다. 트래일을 마치고 나왔는데 어떤 아이가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가만 보니 중국 관광객 아이의 손에도 가시가 박혀 있었고 당황한 부모는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필자가 방법(?)을 알려주고 도구를 빌려줘 다행히 그 아이도 가시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xièxie를 연발하는 중국 관광객과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를 뒤로하고 다시 차에 오른다. 시간이 벌써 4시라 숙소로 바로 출발~!


한참 차를 몰고 가는데, 길옆에 무엇인가 커다란 털 뭉치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뭘까. 점점 다가가 보는데 그분은 바로 버팔로 님이시다. 선사 시대부터 이곳을 지키고 계셨던 옐로스톤의 터줏대감이다. (^_^) 지나가는 차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무심한 듯 웅크려 낮잠을 쿨쿨 자고 있다.



차를 몰고 조금 지나가니 이렇게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윈도 배경화면으로 써도 될 만한 풍경이다. 평화로움을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바로 이런 사진이 아닐까?



숙소를 향해 가는데 버팔로가 또 있었다. 이번에는 용기 내어 차에서 나와 인증샷을 남긴다.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하기 위해 다시 차를 몰아 레이크 랏지(Lake Lodge)에 도착했다. 


여권을 제시하고, 예약을 확인하고, 키를 받아서 예약된 방을 찾아간다. 독립형 숙소인데 외관은 좀 낡고 허술해 보였으나 내부는 인테리어를 새로 했는지 가구, 침구류 등이 모두 새것이다. 기분 좋은 나무 냄새가 방 안에 가득하다. 



짐을 풀어놓고 다시 레이크 랏지 메인 건물로 나가본다. 랏지 앞에는 커다란 옐로스톤 호수가 펼쳐져 있다. 랏지 앞에는 흔들의자가 많이 있는데 관광객들이 나와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다. 아이들도 냉큼 의자에 앉아 흔들의자 놀이를 즐기고, 




필자는 미리 준비한 화이트 와인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며 와인을 즐긴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평화로운 시간이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버팔로님, 좀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눈 앞에 펼쳐지는 호수의 풍경을 보고 있는데 시간이 제법 흘렀는지 옐로스톤 호수에 조용히 어둠이 내리고 



구름에 가려있던 달도 조용히 얼굴을 내민다. 



세상이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인간의 손길에 때 묻지 않고 오롯한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첫날 밤은 이렇게 깊어간다. 평생 잊지 못할 여행지가 바로 이곳이 아닐까 싶다. 내일은 옐로스톤의 명소 올드 페이스풀을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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