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를 보고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 입구에 있는 모압(Moab) 마을까지 가는 일정이다. 구글 지도를 찾아보니 총 이동 거리는 537km, 여섯 시간 정도 차를 몰아야 하는 숨 가쁜 일정이 이어진다.
그랜드캐니언 일정이 너무 짧아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다음 목적지인 모뉴먼트 밸리를 향해 달렸다. 참고로 모뉴먼트 밸리는 미국 국립공원이 아니라 나바호족 인디언 자치구역으로 아직도 인디언이 거주하는 구역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배경으로 등장하였다고 하는데, 아래와 같은 장면을 본 것 같기도 하다. (ㅎㅎ)
그랜드캐니언에서 모뉴먼트 밸리까지는 약 세 시간 넘게 달려야 하는 구간! ㅠ미국 서부는 달렸다 하면 세 시간 이상이 기본. 그랜드캐니언을 벗어나자 황량한 벌판이 펼쳐졌고, 아래 사진처럼 붉은 흙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황토 고구마를 심으면 잘 자랄 것 같다는 우스운 생각이 들 정도로 황토색의 땅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파란 하늘 스케일 자체가 한국의 그것보다 훨씬 크다.
자동차 여행을 위해 미국에서 구매했던 차량용 내비게이션 덕에, 낮에도 밤에도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계속 직진하여 달리다 보니 아래 사진과 같은 사거리가 나타난다. 사거리에 도착하기 전에 내비 아주머니는 “Turn Left!”를 외쳐주신다.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
좌회전하자마자 저 멀리 거대한 미튼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오래전에 바닷속 분지였는데 지각변동으로 수면 위로 솟아 나오게 되었고, 오랜 시간 풍화작용에 의해서 깎이고 또 깎여 단단한 부분만 바위산처럼 남았다고 한다. 이런 놀라운 대자연의 작품들이 차를 몰수록 조금씩 조금씩 시야에 들어온다.
아침에 준비해 간 주먹밥과 마른반찬으로 도롯가에 차를 잠시 세운 후, 차 안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그렇게 달리고 또 달려 드디어 모뉴먼트 밸리 입구에 도착했다.
공원 내 주차장 바로 근처에 각종 기념품을 파는 비지터 센터가 있고, 테라스로 나가보면 모뉴먼트 밸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뷰 포인트가 있다.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니 눈 앞에 펼쳐지는 엄청난 스케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랜드캐니언이 푹 꺼진 지형으로 사람을 놀라게 한다면 여기는 불쑥 솟아올라 놀라게 하는 곳이랄까. 비포장도로를 자세히 보면 작은 차가 달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저 세 개의 바위산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다른 블로그를 보니 여기 테라스 위에서 해넘이도 보던데, 우리는 다음 목적지 입구까지 해지기 전에 도착해야 해서 아이들 사진과 가족사진 몇 장만을 남긴다. 햇볕이 너무 따가워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앞을 보기 힘들 정도다. 아들 사진도 찍어주고 딸 사진도 찍어준다. 배경이 너무 멋져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 대도 작품사진이 나오는 곳이지만, 필자는 그 당시 사진의 구도라는 것도 모르고 사진을 찍어 대는 초짜여서 인물은 항상 가운데, 얼굴은 크다. 보기 민망한 사진만을 이렇게 남겨놓았다.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저 멀리 보이는 바위산으로 다가가 본다. 세 개의 큰 바위산들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사진을 찍자고 하면 왜 자동으로 V자를 그리는지. (ㅎㅎ)
줌으로 당겨서도 찍어보는데, 눈에 보이는 그 엄청난 스케일을 그대로 담아낼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좀 더 차를 몰고 들어가 보니 세 자매 바위라는 곳이 나온다. 더 돌아볼 수도 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다시 떠나야 한다.
참고로 모뉴먼트 벨리의 일출, 일몰을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멋진 호텔도 있고 인디언들의 생활을 볼 수 있는 여행상품들이 있으니 시간이 넉넉한 여행자들은 1박 2일의 일정도 좋을 것 같다.
모뉴먼트 밸리에서 차를 몰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데, 아래 사진과 같은 풍경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미국의 광활한 서부! 광활하다는 표현이 이런데 맞는 표현인가 싶다.
이렇게 세 시간을 더 달려서 해가 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했다. 내일은 오랜 시간 트래킹을 해야 하는 일정이라 좀 일찍 숙소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는 일정으로 잡았다. 아치스 국립공원 앞에 있는 Moab이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Sleep Inn이라는 곳을 예약했었는데 정말 깔끔하고 편안한 곳이었다.
침대도 넓었고 바로 앞에 수영장이 있어서, 사막의 더위에 지쳐있던 아이들이 물을 보자 신나서 어쩔 줄을 모른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잽싸게 물로 풍덩~!
이렇게 미국 서부여행 이틀 일정이 마무리되어간다. 오늘 밤만 푹 자고 나면 내일은 제 컨디션을 찾을 것 같다. 내일은 아치로 유명한 아치스 국립공원을 둘러볼 일정인데 아직도 트래킹 코스를 정하지 못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일사병의 위험이 있다고 하니, 내일 아침에 날씨를 보고 비지터 센터의 직원에게 조언을 구해서 루트를 정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