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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Dec 06. 2021

디지털 쇼크 한국의 미래

기술을 두려워할 것인가, 기술에 올라탈 것인가?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인쇄기술이 발달로 인해서 상류층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책이 일반 대중에게도 보급이 될 수 있게 되었다. 보급이 되었다고는 하나 이후로도 몇 백 년간은 일부 지식인과 상류층만 교육의 혜택이나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었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권력으로 정보를 활용해서 더 많은 생산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과 같다. 


이 때문에 상류층은 지식의 공유에 있어서 지극히 폐쇄적이었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타인과 공유하는 것에 있어서도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더 이상 정보는 일부만이 소유하고 공유할 수 있는 성질의 재화가 아니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정보에 자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다시 정보를 재생산해내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정보의 생산과 소비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생산되게 되었고 예전에 비해서 압도적인 양으로 축적될 수 있었다. 


바야흐로 정보의 무한 확장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인다. 


정보의 무한 확장과 더불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어떻게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인간이 습득하고 공부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한계가 있다. 24시간 중에 3분의 1은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어야 하고 그 외의 시간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집중력이 매우 높은 기상 이후가 4시간과 중식 이후의 4시간은 업무의 생산성이 크게 차이가 난다. 


이런 점 때문에 인간이 평생 동안에 습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아닌 기계가 우리를 대신해서 정보를 공부하고 습득하고 정리해서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났고 이를 가능하게 해 준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기계가 지능을 가지고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해 다시 정보를 재생산해내면서 지식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나무를 잘라 불을 붙여서 물을 끓이면 세균을 죽일 수 있다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정보를 활용한 지식이 된다. 


좀 더 복잡하게 변형해본다면 반도체를 활용해서 고용량의 컴퓨터를 만들어 연산 속도를 높이고 정보를 일괄적으로 저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기업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같은 사고까지 모두 인공지능이 가능한 시대이다. 


이런 시대적인 변화를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보가 디지털로 전환되어서 저장되고 전송되고 공유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우리의 삶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변화하게 될 것은 수없이 많다고 보인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그전에 어떻게 사회적인 변화를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정리된 책이라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Ⅰ. 디지털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컴퓨터와 CPU는 시간의 기술이다. 


디지털이라는 범용기술의 핵심은 컴퓨터다. 컴퓨터의 특징은 핵심부품인 중앙처리장치와 관련이 있다. 연산장치인 CPU의 성능은 CPU 내부에서 일정한 주파수를 가지는 신호 클럭의 속도로 결정된다. 


이 신호에 동기화되어서 CPU의 모든 명령어가 동작한다. 예를 들어 클럭 수가 3.0 GHz이면 초당 30억 회의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럭 속도가 높을수록 제한된 시간에 더 많은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CPU는 클럭 속도를 높여왔다. 현재 모든 사람이 손안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CPU 속도는 몇십 년 전 세상에 몇 대 없던 슈퍼컴퓨터의 CPU 속도보다 빠르다. 


인공지능이 선물하는 두 손이 자유로운 생활


도구와 사물의 측면에서 보자면 디지털은 더 이상 사람의 손 조작이 필수가 아니게 만들었다.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움직이는 도구와 사물의 시대가 되고 있다. 


그 핵심에는 인공지능의 발전이 있다. 이전의 도구와 기계들은 강력하고 지칠 줄 모르는 동력을 기반으로 작동됐다. 그러나 지금의 도구들은 소프트웨어의 보강을 받아 자동화의 수준을 높어가고 있고, 인공지능에 의하여 사람의 조작이 거의 필요 없는 완전 자동화, 지능화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자동화는 전자상거래에서 중개인의 업무를 소프트웨어 프로세스로 대체했고, 도면을 그리는 작업은 CAD 프로그램으로 대신했다. 


이제 자동화는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스마트 팩토리와 자율주행차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지식 대중의 탄생과 개인의 영향력 강화


디지털 기반 사회는 산업사회와 다른 사회다. 디지털은 범용기술이면서 지식 기술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식의 측면에서 디지털 기술은 블로그와 위키피디아처럼 대중을 지식 생산자로 참여시킬 뿐만 아니라 대중이 쉽게 전문성을 획득할 수 있는 전문성의 대중화를 돕고 있다.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전통적인 학교 시스템 또는 도제식 교육이 필요했다. 그러나 디지털이 등장한 후로는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학습할 수 있고, 쉽게 전문 지식에 접근해 전문가와 같은 수준의 지식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개념의 진화


사고란 계산이다. 모든 언어는 0과 1로 이뤄진 인공 기호 시스템으로 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생각하고 상상하는 방식대로 인간의 기억을 저장하고 확장하고 나아가 네트워킹을 하게 될 것이다. 


기술의 최소 단위를 연구하고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계를 분석하면 그 기계가 가져오는 인류 사회 변화를 해석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사회 변혁의 원동력을 찾아내면 새로운 질서의 창조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디지털의 개체적 특성, 연결적 특성, 공간적 특성이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디지털에 의한 변화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개체로서의 디지털의 측정은 통합성이다. 글, 소리, 그림, 영상 등 각기 다른 성질의 아날로그 정보들이 비트로 통합될 수 있다. 이러한 통합성이 탄생시킨 것이 멀티미디어의 시대다. 


복제성으로 정보의 손실과 변형, 손상 없이 무한 저장, 복제, 변환이 가능하다. 복제에 따른 비용도 거의 없다. 


전파성으로 비트는 빛의 속도로 물리적인 장벽 없이 확산될 수 있다. 이러한 복제성과 전파성은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 비용을 제로로 만들었다. 아날로그 시대의 상품은 추가 생산을 하면 최소 원료비와 가공비가 들었는데, 디지털 콘텐츠는 인터넷상에서 추가 비용 없이 무한대로 복제, 전파될 수 있다. 


축적성 또는 저장성이다. 비트는 거의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무한의 정보를 수집, 저장할 수 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정보를 책이나 비디오에 담을 때는 많은 저장 공간이 필요했으나, 디지털 방식으로는 아주 작은 칩에 책 몇 만 권에 해당하는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의 특성으로 인하여 디지털로 변형된 정보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하드디스크, 메모리 등 디지털 기기에 저장되어 프로세싱을 거쳐 기기의 디스플레이 등 인터페이스로 표출된다는 특성을 가지게 된다. 


책과 메모 등은 정보가 매체와 일체 된 형태로 존재하지만 디지털 정보는 기기와 결합한 형태로 언제든지 수정과 삭제 등 변형이 가능하다.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변화가 곧 사회의 변화


산업사회는 구텐베르크의 사회라고 했다. 구텐베르크가 1450년 활판 인쇄기를 발명한 후 인쇄의 기계화는 모든 기계화의 원형으로 작용하였다. 활판 인쇄술 덕분에 균일한 재현이 가능한 생산품이 최초로 만들어졌다. 


활판 인쇄기는 최초의 조립라인 대량생산 공정인 헨리 포드의 자동차 공장으로 이어졌다. 활판 인쇄기 이전의 책은 사람이 손으로 옮겨 쓰기 때문에 필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 등으로 완벽하게 같은 책이 나올 수 없었다. 활판 인쇄기가 표준화된 공산품 생산의 시대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기록된 글은 곧 지켜야 할 규율을 의미했다. 말은 발화된 순간부터 전달과 기억 과정에서 왜곡이나 오해가 발생하지만, 글은 변하지 않는 따라야 할 율법이 되었다. 


여러 씨족공동체가 뭉쳐 부족을 이루려면 규칙과 율법이 있어야 했다. 성문화 된 율법은 부족 국가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질서를 제공했다. 글을 아는 학자들은 관료가 될 수 있었으며, 관료들은 국가 질서의 유지자이면서 지식 생산자가 되었다. 


인쇄술과 엔진으로 움직인 산업사회


인쇄술이 없었다면 종교혁명도 르네상스도 없었다. 


인쇄기가 보급된 후 연간 책 생산량이 수백 권에서 수백만 권으로 증가했다. 인쇄술은 대중이 소비하는 지식의 범위를 확장했으며, 창작 분야에서 대중의 참여를 확대했다. 


1500년에서 1530년 사이에 무역상, 점원, 장인, 전문가, 설교자 등 다양한 사람이 약 4,000종에 이르는 팸플릿을 펴냈으며 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새로운 발견에 신속하게 자신의 이름을 붙이거나 경쟁자의 연구 결과를 반박했다. 


특허법 제정과 증기기관 발명


인쇄술로 촉발된 학문과 과학의 발전이 경제적인 번영으로 이어지려면 시간과 제도가 필요했다. 특히 지식과 아이디어에 재산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특허제도는 인쇄술과 산업혁명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1474년 베네치에는 세계 최초로 공식적인 특허법을 제정했다. 당시 법안 전문에는 뛰어난 천재성을 지닌 사람들이 발견한 작품이나 기기를 보호할 수 있는 법 조항이 마련되면 더 많은 사람이 천재성을 발휘하고,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유용성이 뛰어난 기기를 제작할 것이다라고 특허법의 목적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특허법으로 보장받은 아이디어와 발명이 경제적 번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동력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생산에 필요한 인간과 가축의 노동력을 확보하려면 출생과 성장이라는 생물학적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노동력을 확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계의 등장이 가져온 대번영의 시대


초기 증기기관은 집채만 했으며, 주로 한 공장에 한 대가 설치되어 공장 안에 있는 모든 기계에 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동력이 전기로 바뀌며 각각의 기계에 필요한 동력을 직접 공급하게 되면서 작업 공정은 더욱 분화되고 전문화되었다. 


철도와 도로가 공간을 확장, 도시는 창조적 영감 제공


공간의 확장, 생산의 최대화를 추구하는 산업사회는 분업과 분리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분업을 기반으로 하는 대량생산 시스템과 교통 시스템은 분리를 가속했다. 지역과 지역을 잇는 철도와 도로가 확장되고, 기차와 자동차의 속도도 빨라졌다. 


대규모 공단인 직장과 주거지가 분리되어 출퇴근 거리는 길어졌지만 소요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생산과 소비에서도 분리가 나타났다. 


500년 만의 변화 엔진에서 디지털로 


산업화와 더불어 크고 빠른 것이 좋은 것의 기준이 되었다. 공장은 더 커지고 빌딩은 더 높아졌다. 거대한 기계는 사람들의 의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연과 사회를 기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러 부품으로 구성된 기계들이 공장 시스템 아래에서 일사불란하게 작동하듯이 사회는 계층구조를 반영하는 관료제를 받아들였다. 


관료제는 더욱 효율적으로 조직을 관리하면서 기업과 국가 통치의 성공적인 모델로 정착하였다. 


상업적 생산은 소비와 물질 만능을 부추겼다. 가전제품은 이전에는 누리지 못했던 가사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왔으며, 더 많은 상품의 구매와 소비를 이끌었다. 


중세에는 신분이 태어날 때 결정되었지만, 산업사회에서는 소비가 신분을 나타냈다. 


 Ⅱ. 새로운 지식 권력의 등장


누구나 지식인이 되는 인터넷 세상


디지털, 특히 인터넷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대중이 지식 생산자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18세기에 유럽에서 일어난 독서혁명으로 지식이 엘리트 집단을 넘어 대중에게로 확산되기는 했지만, 지식인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했다. 


대다수 대중은 여전히 지식을 소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인류 역사 전체에 걸쳐 출간된 책은 1억 3천만 권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물리적 도서관인 미국 워싱턴 의회 도서관에서는 약 3천만 권이 소장되어 있을 뿐이다. 


대조적으로 2021년 1월 기준 전 세계 웹 사이트는 18억 3천만 개에 달하고 한 해에 15억 개가 넘는 글이 블로그에 게시되고 있으며, 구글 검색엔진이 찾을 수 있는 웹 페이지는 약 30조 개에 달한다. 


2019년 10월 기준으로 4천만 권이 넘는 책을 스캔하여 디지털 사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식의 생산, 유통, 소비에 일대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인터넷, 전문가로부터 지식 권력을 빼앗다. 


인쇄술이 귀족과 성직자의 권력을 붕괴시키고 학자와 전문가의 시대를 열었다면, 인터넷은 학자와 전문가의 시대에서 벗어나 대중의 시대를 열고 있다. 


방대한 전문서적에 기반한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전문학교에서 다년간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고, 일정한 자격을 얻거나 시험에 통과해야 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통로는 시험과 선발이라는 방식으로 통제되었고 전문지식에 대한 접근과 활용도 제한되었다. 


지식은 이제 플랫폼에서 


백 개를 알고 있는 한 명의 전문가보다 한 개를 알고 있는 백 명 천 명 만 명의 비 전문가가 모여 뛰어난 집단 지성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인터넷이다. 미국의 웹사이트 페이션츠 라이크 미에서는 3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2,300여 가지에 이르는 자기 질병 내용을 공유하고 투병 및 치료 경험을 나눈다. 


선출되고 선발된 정치인과 관료라는 전문가의 통치 역시 도전을 받고 있다. 영국 국무조정실의 열린 정책결정팀은 공무원들이 정책 결정을 독점하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블로그, 소셜미디어, 크라우드 소싱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시대의 지식은 대중이 지식 생산자로 등장하고, 동시에 대중의 지식이 플랫폼이라는 틀 위에서 지식 생태계를 형성하며 발전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특징을 갖는다. 


똑똑한 한 명의 전문가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지식이 모여 상호작용하고 검증하고 발전하는 창발적 지식 생태계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인간과 기계가 대화한다는 것의 의미


글보다 원초적인 말


말은 문자보다 더 오래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문자의 발명은 시공간에 남지 못하고 사라지는 말에서 정보와 지식을 분리하여 시공간에 고정하고 보존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문자와 인쇄술은 지식의 축적과 확산, 새로운 지식의 재생산이라는 지식 혁명을 가져왔다. 그러나 문자는 행위의 주체인 인간과 분리되어 있으므로 인간에 의해서 다시 결합되어야 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외부에 저장된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시 인간의 인식과 분석, 의사 결정, 행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신의 의지를 전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화면의 문자와 이미지를 보고, 판단하고, 결정하여 버튼을 누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말에 의존하는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인쇄술, 통신, 인터넷 등 매체가 발달하면서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그 모습을 바꾸어왔다. 그런데 스마트 스피커가 등장하면서 인간 대 기계의 커뮤니케이션이 음성을 통한 직접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간에 걸리적거리던 매체가 사라진 것이다. 기계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바뀌었다. 기계가 음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더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최근 음성만으로 소통하는 SNS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끄는 것도 음성의 부활을 의미한다. 


새롭게 등장한 인재상, 변화를 요구받는 교육 방식


디지털 기술이 교육 분야에 접목되면서 고비용의 대학 구조에 균열을 내고 있다. 온라인 공개강좌 사이트 무크에서는 하버드, 스탠퍼드, MIT등 세계 최고의 대학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등록금보다 저렴한 비용을 내면 학점도 받을 수 있다. 여전히 좋은 대학의 졸업장이 주는 프리미엄이 존재하긴 하지만, 지식을 습득하거나 최고 수준의 강의를 듣는 데 굳이 비싼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온라인 교육에 불을 붙였고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교차하고 있다. 온라인이 편리한 지식 전달 방식이라는 것은 확인되었지만, 지식의 전달을 넘어 교육이 추구해야 할 거은 무엇인가에 대한 과제를 남기고 있다. 


학생들은 생각하는 힘, 즉 지식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스스로 문제를 발굴하고,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자신만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이 미래의 인재 조건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대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고 활용하는 데이터 리터러시 컴퓨터 사고력과 공학 원리를 이해하는 테크놀로지컬 리터러시 인문학적 이해와 디자인 역량을 뜻하는 휴먼 리터러시의 3L이 요구된다. 


여기에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협력 소통 역량을 의미하는 4C를 갖춘 인재를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Ⅲ. 이미 와 있는 미래 속 기회와 위기


지식 노동의 자동화를 촉진하는 인공지능


3차 산업혁명의 자동화가 주로 공장, 생산설비의 자동화였다면 현재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는 사무실, 즉 지식 노동의 자동화라는 특징을 보여준다. 


보험 처리, 주문 처리 등 정형화된 데이터를 처리하는 규칙적인 업무는 일차적으로 컴퓨터 코드로 전환되어 자동화된다. 나아가 최고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의사와 변호사의 업무도 코드화 되어 인공지능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생산비 절감이라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회사들이 앞장서서 자동화에 나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라지는 일자리와 새롭게 태어나는 일자리


현재 자동화를 둘러싼 논쟁은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자동화가 영원한 고실업률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전망하는 입장과,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생겨나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입장이다. 


두 입장 모두 맞는 부분이 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기계의 등장은 기존 일자리와 산업을 축소하고 새로운 산업을 확대했다. 산업화되면서 농민은 줄어들었지만 노동자가 늘어났으며 농업 대신 제조업 중심의 사회가 되었다. 


농업은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고, 농민의 업무도 농기계를 다루는 노동자 성격의 업무로 바뀌었다. 자동 방직기는 직조공, 방적공의 일자리를 빼앗았지만 기계공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계속된 자동화로 제조업의 생산직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대신 사무직과 서비스직, 전문직이 늘어났다. 이제 주목해야 할 문제는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로 줄어들 사무직과 서비스직, 전문직의 일자리가 어느 분야에서 새로 생길 것인가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축적된 자본이 사람들이 새로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투자될 테지만 그 분야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2030년까지 인간의 주당 노동시간은 15시간으로 줄어들고, 나머지 시간은 현명하고 기분 좋게 잘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보내게 여전히 주 40시간 노동하고 있으며 자동화와 인공지능에 의한 실업을 걱정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전적으로 노동을 담당하고 인간은 남은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유토피아가 우리를 기다릴까?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을 배제하는 자동화는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디지털은 사회의 변화를 가속하기 때문에 자동화보다는 증강이 더 경쟁력 있는 전략이다. 그 속에서 인간의 가치는 높아지고 노동시간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협력하여 인간의 능력을 증강하는 방향으로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설계돼야 한다. 노동자를 포함하여 사람들의 인공지능 활용 능력을 높이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권장해야 한다. 

사라지는 일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영역으로 옮겨 갈 수 있도록 전직 훈련과 사회보장을 제공해야 한다. 


자신의 업무가 남기를 바라며 저항하면 사회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전체 업무의 조정을 통해 기존의 일을 새로운 일로 바꾸어야 한다. 


혁신과 독점의 갈림길에 선 플랫폼


이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플랫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랫폼은 특정 용도를 위해 만들어진 토대라는 뜻이다.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기차역의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 플랫폼이다. 


인터넷에서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공간이 플랫폼이다. 


친구들과 소식을 공유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SNS 플랫폼, 동영상을 올리거나 시청하는 영상 플랫폼, 전자상거래 플랫폼, 콘텐츠 플랫폼, 앱스토어 플랫폼, 심지어 스마트폰 운영체계 플랫폼까지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플랫폼을 떠나서 살 수 없게 되었다. 


축지의 세계, 플랫폼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세계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넘어서면 복잡성이 증가해 오히려 비효율적인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백화점은 일정한 교통권 내에 적정 규모를 유지하며 체인점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에는 체인점이 없다.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와 유튜브, 애플의 앱스토어와 아이튠즈, 페이스북 모두 하나의 도메인을 가진 하나의 사이트다. 언어와 국가에 따라 인터페이스는 다를 수 있지만, 플랫폼 시스템은 하나다.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20억 명이 한 곳에서 누구든 만날 수 있는 단일 세상이 열린 것이다. 


플랫폼은 왜 복잡성이 증가하지 않는 것일까? 오프라인 세상에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신문사의 편집장, 상점의 구매 담당자 등은 한정된 공간에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진열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공간과 규모의 제한이 거의 없다. 무한으로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무한으로 정보를 진열할 수 있다. 


이러한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은 정보의 매칭, 큐레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플랫폼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의 공급자를 찾아주고, 심지어는 특정 소비자가 원할 만한 제품을 알아서 추천해 준다. 


소비자가 상품 카테고리에서 제품을 고르거나 검색하던 방식에서 플랫폼이 소비자의 생활가 구매 패턴을 파악하여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이튠즈에서 A라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으면 A와 유사한 성향의 아티스트를 추천해주거나 아마존에서 B라는 상품을 구매하면 같은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한 제품을 추천해주는 매칭 기능 등으로 소비자가 상품과 정보의 미로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 


  Ⅳ. 디지털 시대의 일과 공간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역전이 일어나는 시대


산업 시대의 경제는 기계, 건물, 현금처럼 물리적 실체가 있는 유형자산에 근거한 경제다. 그러나 1990년대를 거치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유형 자산 집약적이었던 제조업이 무형 자산 집약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무형자산이란 물리적 재화가 아닌 지식재산, 아이디어, 지식, 기술, 예술적 콘텐츠, 소프트웨어, 브랜드, 네트워크 및 사회적 관계 등을 의미한다. 


특히 선진국에서 무형자산으로 자산의 성격이 이동한 것은 세계화와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른 것이었다.


개도국으로 제조 시설이 이동하면서 선진국의 기업들은 연구개발과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전 세계에 퍼져있는 현지 생산 시설과 기업들을 관리하기 위해 경영 시스템 구축에 투자하면서 기업가치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다. 


무형자산 경제로의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MS다. 2006년 당시 MS의 시장가치는 약 2,500억 달러였는데 유형자산으로 볼 수 있는 공장과 설비의 자산 가치는 단 30억 달러에 불과했다. 


유형자산의 가치는 MS 장부 가치의 4%에 불과하였고, 시장가치 기준으로는 1%에 지나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시장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서까지 석유회사, 전자회사, 은행 등이었으나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IT 기업 및 플랫폼 기업들로 전면 교체되었다. 


이 기업들의 가치 중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5~93%에 달한다. 디지털 기업뿐만이 아니라 많은 수익을 내고 성장하는 기업들은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S&P5000 기업들의 기업가치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5년 17%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84%로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선진국일수록 무형자산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고 고용과 해고의 유연성이 높은 나라일수록 무형자산에 더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무형자산의 특징과 한계


무형자산은 확장 가능성이 크다. 유형자산에 기반한 재화는 추가 생산을 하려면 그만큼의 원자재와 노동력을 추가 투입해야 하고, 생산 시설의 한계를 넘으면 막대한 유형자산을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 


이에 비해 무형자산은 추가 생산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스필오버 spillover 흘러나가기 쉽다는 것이다. 디자인, 기술, 발명 등의 지식과 아이디어는 개발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공개된 이후에는 빠르게 확산되고 이를 쉽게 모방할 수 있다. 그래서 지식재산으로서의 아이디어는 특허권으로 지정하여 20년 동안 보호한다. 


무형자산 투자가 상호 시너지를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무형자산, 특히 디지털 자산은 유형자산보다 융결합되기 쉽고, 적절히 결합되면 가치가 더 커지게 된다. 디지털 기기 아이팟이 소프트웨어이며 서비스인 아이튠즈를 만나서 판매가 증가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 시대의 기업 역량


지식재산의 가치가 높아진 무형 경제, 디지털 경제 시대에 기업은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무형의 지식재산을 만들어내는 역량이다. 지식재산은 주로 연구개발과 브랜드 가치에 의하며 형성되기 때문에 인재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브랜드 가치는 소비자의 경험을 통해서 형성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행태를 이해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읽어내는 능력을 요구한다. 연구개발과 동시에 소비자와의 밀접한 교류가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첫 번째 조건은 연구개발과 브랜드를 통합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역량이다. 원천 기술은 소비자와 거리가 먼 대학 실험실에서도 나올 수 있지만 상업적인 기술은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개발되어야 한다. 


 Ⅴ. 대전환의 시대, 한국의 생존 전략


미래 사회 시나리오


2017년 세계 경제 포럼은 기술의 발전 속도와 인간의 대응 능력 시나리오에서 미래의 일자리를 전망했다.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두 개의 축은 기술 발전의 속도와 인간의 기술 활용 능력의 진화 수준이다. 


1. 로봇에 의한 대체 :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인간의 습득 속도는 늦어 대부분의 일자리가 자동화 로봇을 대체된다. 새로운 기술을 다룰 수 있는 높은 역량을 보유한 일부만이 변화에 적응하는 사회가 된다. 


2. 민첩한 적응자들 : 빠르게 발전한 기술에 맞춰 노동자들을 재교육해 필요한 인력으로 만든다. 노동자들은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일지라를 만드는 사회가 된다. 


3. 양극화된 사회 : 기술의 발전은 반복적인 업무의 수행을 개선하지만, 노동자들이 적응에 실패해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자동화의 영향을 받은 노동자들은 반복적이지는 않으나 낮은 인지 능력을 요구하는 저임금 일자리 또는 저 숙련 일자리로 내몰리는 사회가 된다 


4. 독립적인 일자리 혁명 : 지속적이고 앞선 교육 훈련 프로그램으로 노동자들이 점진적인 기술의 발전을 따라간다. 플랫폼의 도움으로 노동자들은 독특한 기술을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점점 더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노동자가 된다. 


  [ 글을 마치며 ]


디지털 시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을 읽어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기존에는 눈에 보이는 사물이나 재화의 흐름에 많은 관심이 쏠렸고 사람들이 주목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보다는 자율주행 서비스에 더 중요도가 있고 컴퓨터 제조나 생산보다는 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하고 활용하는 서비스에 중요도가 있다. 


사람들이 몰리는 플랫폼 기업의 경우에도 유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서비스보다는 보이지 않는 정보의 교류가 발생되는 기업에 더 많은 관심도가 쏠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구글이나 중국의 바이두 한국의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은 각 국가에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인구수와 동일하게 사용자의 수가 있고 이들은 자발적으로 플랫폼에 접속하고 시간을 보내고 정보를 생산하고 평가하고 사용하면서 경제적인 활동을 이어나간다. 


시간의 흐름과 비례해서 이들 기업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나갈 것이고 더 많은 인구와 정보의 유입을 발생시킬 것이다. 


현재의 서비스만으로 기업들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에서의 이점을 알고 있고 더 많은 것들이 디지털로 전환되기를 원하는 시대에 지금 안 되는 서비스도 결국에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언젠가는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이런 기업들의 가치를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들 기업이 가지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기업들의 경제적인 효과나 부가가치에 대해서는 궁금증이나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점점 더 우리 일상에 기업들의 무형의 자산의 실체가 드러나고 구체화되면서 무형의 자산의 가치가 유형의 자산 가치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늦게 된다. 


그전에 먼저 선점하고 무형의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직 4차 산업혁명은 완성이 아니라 그 초입에 불과하다. 


하지만 10년 혹은 20년 후에는 그 실체가 드러나고 어떤 결과물로서 우리에게 나타날 것이다. 


그전에 무형의 자산을 평가하는 안목을 길러야 하고 혹은 정보 지식의 생산자로서의 도전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 도서 : 디지털 쇼크 한국의 미래 (이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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