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마흔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알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을 뒤늦게 후회해봐야 별 다른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다음 시간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십이 되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습니다.
뭔가 거창한 것을 꿈꾸자니 급작스러운 변화를 하기에는 두려움도 앞서고 아는 것도 별로 없어서 일단 관련된 책을 좀 읽어보는 것으로 방향을 정해보았습니다.
그중에서 눈에 띈 것이 오십에 읽는 논어라는 책인데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너무나도 소중한 말들이 많아서 지금까지의 삶과 앞으로의 인생을 다시금 고찰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꼭 정해진 나이를 떠나서 우리의 인생을 되돌아보았을 때에 어떤 삶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 보는 계기로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럼 어떤 것들을 준비하면 좋을지 한 번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Ⅰ. 공허한 오십에게 공자가 하는 말
스스로에게 미움받지 않으려면
마흔에 챙겨야 할 진짜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타인에게 미움받는 것도 큰 문제지만, 스스로에게 미움받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어떤 게 스스로에게 미움받는 경우일까요? 나이 마흔이 넘도록 특별한 퍼스널 브랜드나 강점 없는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경우입니다.
한 달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경우입니다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했는데 갑자기 퇴직하라는 회사의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경우입니다.
늘 바쁘다를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인생의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마는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경우입니다.
돈으로 모두 해결될 줄 알았다.
학업을 마치면 누구나 일을 시작합니다. 빠르거나 늦기는 해도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남자나 여자나 도시 사람이나 시골 사람이나, 미혼이든 기혼이든 독립해 살아가려면 일을 해야만 합니다.
결혼하고 가족이 하나둘 늘기 시작하면 직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엔 월세도 가슴 뛰는 행복이지만, 시간이 가며 전세가 필요한 이유가 넘쳐 나고, 자가 주택이 필요한 이유가 너무도 많아집니다.
은행 융자금이 집값의 반이 넘어도 생애 처음으로 우리 집을 장만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듯 뛰는 가슴을 억누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빚 없는 인생이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오십이 되며 깨닫습니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아내 혼자 병원에 보내 놓고 상사 눈치가 보여 외출도 못하고 회사에서 끙끙 대고 있었던 이유,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니는 6년 동안 여섯 번의 운동회가 있었음에도 단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던 이유, 일주일에 단 하루 일요일도 한 달에 겨우 두 번 밖에 쉴 수 없었던 이유, 휴일이면 놀러 가자는 아이를 내치고 피곤함에 잠만 자야 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힘들지만 월세를 지나고 전세를 지나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 그동안의 미안함과 소홀함을 다 이해받고 박수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멋진 차와 아파트만 있으면 그동안의 소원함을 메워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재화 만사성, 돈이면 모든 걸 해결할 줄 알았습니다. 행복에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많은 것을 희생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돈으로는 반만 해결할 수 있다.
의 좋았던 형제들도 부모 장례식이 끝나면 서서히 갈라지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마음속으로야 우리 형제들은 다른 집안의 형제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상속 문제가 현실이 되면 별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며 인생이 씁쓸해집니다.
돌아서면 후회하지만 돈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자신을 보며 힘없이 삶을 되돌아봅니다.
남편이 화를 내면 아내가 불편해집니다. 아내가 화를 내면 남편 역시 불편해집니다. 누가 화를 내든 아이들은 몇 배 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화를 내며 출근하면 회사 일이 엉망이 됩니다.
부부가 화목하면 가화만사성입니다. 부부가 화목하면 재화 반사성입니다. 오십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Ⅱ. 거인의 어깨 위에서 바라보는 법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나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세상은 아무것도 주지 않습니다. 주는 대로 받기만 한다면, 주지 않으면 굶어야 합니다. 일도 수입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어진 일만 하다가는 언젠가 일이 없어집니다.
주는 대로 받기만 하면 언젠가는 수입이 끊어집니다. 회사 다닐 때는 주어진 일만 하고 주는 월급만 받았습니다.
주어진 일과 고정된 월급을 받으면서도 불평불만이 많았습니다. 가능하면 일을 적게 하고 쉬는 시간은 늘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일이 조금만 많아져도 상사를 욕하고 동료들과 얼굴을 붉히곤 했습니다.
그러니 일이 손에 들어오지 않았으며 경력이 쌓여도 업무의 전문성은 연차에 비례하지 못했습니다. 가끔 업무 성과가 좋으면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했고 업무 성과가 떨어지면 동료들과 상사의 협조나 지원이 덜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과 직장 생활의 패턴이 20년이라는 기간을 거치면서 고착되었다는 것을 퇴직 후 사업할 때쯤 알게 되었습니다. 열 명도 안 되는 작은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면서 실감했습니다.
선배들의 조언과 독서를 통해 대표의 역할을 예습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여 년의 습관과 생각을 바꾸기 어려웠습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아니한다.
보통 사람은 상대가 인정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자신은 좀처럼 타인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타인으로부터는 별것 아닌 걸 가지고도 칭찬받고 싶어 합니다.
팔뚝에 작은 완장이라도 하나 차게 되면 그 마음은 더 커집니다. 우쭐해지는 마음에 아주 사소한 것에도 마음이 상합니다. 그러니 리더로 남들 앞에 섰음에도 무시한다거나 혹여 비난까지 한다면 서운한 마음과 괘씸한 마음이 들지 않을 리더가 얼마나 될까요?
그러니 공자께서 말하는 리더다운 리더의 주도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타인이 알아주든 말든 자신과 조직의 목표를 위해 흔들림이 없어야 합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여워하거나 서운해하지 않는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사람을 품어 주는 그런 사람이 바로 리더입니다.
Ⅲ. 흔들리는 오십을 다잡아 주는 힘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게 잘못이다.
독서를 하지 않아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당장은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이지 않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차이는 종종 우리 삶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도 합니다.
세상과 단절된 고정관념으로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힘들어지기도 하고, 축적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한 분야의 책만 읽어 왔다면, 이제는 바꿔 보는 게 좋습니다. 지난 수십여 년 동안 전공 분야 혹은 전문 분야의 서적을 집중적으로 봐 왔다면, 오십의 고개에서 시선을 다른 쪽으로도 확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에도 벅찬 게 현실입니다.
반도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술자라면, 2,30년 전기 전자 분야의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찼을 것입니다. 마케팅 전문가로 일하는 직장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떤 전문 분야도 다 비슷합니다.
전문성을 높이고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전문 분야의 독서가 불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다른 분야의 독서를 가미해 본다면 새로운 총찰력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엔지니어가 인문학 책을 읽어 보면 색다른 통찰력이 생길 것입니다.
마케팅 전문가가 역사 서적을 읽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논어를 읽어 보면 어떤 통찰력이 생길까요?
인생의 절반쯤에 인생 후반을 계획하라.
우리의 삶을 이등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전반과 후반입니다. 대부분의 운동 경기가 그렇듯,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전반전을 마치고 나면 결과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하곤 합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하프타임에 코치 곁으로 다시 모여듭니다. 후반전의 전략과 계획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하프타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후반전의 결과가 크게 바뀝니다. 하프타임은 짧은 휴식이라기보다 전략을 구상하여 역전극을 만들어 내는 활명수 같은 시간입니다.
하프타임을 잘 활용하면 승리의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우리의 인생 여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인생의 하프타임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사십이 될 수도 있고, 오십 혹은 육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른 즈음에 시작된 전반전을 치르다 보면 어느 정도 매듭이 지어져 가는 걸 느낍니다.
그게 사십이면 사십부터, 오십이면 오십부터, 육십이면 육십부터 몇 년간을 하프타임이라고 생각하고 전략을 세우면 됩니다.
Ⅳ. 인생이 보이기 시작할 때 필요한 것
네 개의 인생 그릇
그릇 기자를 자세히 보면 그릇처럼 생긴 네모가 네 개나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네 개 정도의 각기 다른 그릇을 만들라는 옛 현인들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 듯합니다.
인생의 첫 번째 그릇은 나를 위한 그릇입니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만들어야 합니다. 나라와 세상을 구하는 큰 인물이 되는 것도 좋지만, 우선 자기 자신부터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먼저 자기 한 몸이라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합니다.
인생의 첫 번째 그릇은 대략 30세 정도에 완성됩니다. 첫 번째 그릇이 잘 만들어지면 두 번째 그릇을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첫 번째 그릇이 삐끗하면 두 번째 그릇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됩니다.
인생의 두 번째 그릇은 자기를 넘어 가족을 책임질 수 있는 그릇이 되는 것입니다. 건전한 직업과 일을 통해 자신과 가족을 건사할 수 있는 조금 더 큰 그릇으로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인생의 두 번째 그릇은 보통 60세 정도에 완성됩니다.
예전 같으면 두 번째 그릇에서 인생 그릇 만들기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세 번째 인생 그릇의 시기가 기다리고 있기에 오십이 되면 세 번째 그릇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 번째 그릇은 찌그러지고 맙니다.
인생의 세 번째 그릇은 지역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그릇이 되는 일입니다. 일이 봉사와 수입이 되는 품이 큰 그릇입니다. 택시 기사에서 명품 택시 기사로의 변화입니다.
지역과 사회를 위한 인생의 세 번째 그릇의 완성시키는 75세 전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경제적인 압박의 무게를 내려놓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지역과 사회에 이익이 되는 일을 하는 건, 더 가치 있는 인생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인생의 네 번째 그릇은 국가와 인류의 행복과 안정에 큰 도움을 주는 최고의 그릇이 되는 것입니다. 국가 지도자가 되기도 하고 세계적인 작가나 가수가 되어 인류에게 큰 울림을 주는 명품 그릇을 말합니다.
누구나 가능하진 않지만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 있기에 최고의 네 번째 그릇이 의미가 있습니다.
크고 빛나는 그릇을 만드는 데 나이가 절대 변수는 아니지만, 인생 후반 육십에서 구십까지 약 30여 년을 공들인다면 인생 전반에는 불가능했던 명작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인생 최고의 걸작을 만드는 데 비교적 자유로운 인생 후반 30, 40년은 인생 최고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75세에서 90세 혹은 100세는 인생의 네 번째 그릇을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
Ⅴ. 논어는 어떻게 나를 일으켜 세우는가
간절함과 두려움으로 공부하라.
요즘 주변에서 종종 듣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나도 열정을 불살라 가며 미친 듯이 일을 좀 해봤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런 일이 없다는 게 문제야.
오십, 남들에게 그토록 강조했던 간절함을 이제는 본인 스스로가 가져야 할 때입니다.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현재의 일에 간절함을 더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입니다.
현재의 일에 간절함을 더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바가 없는 최상의 조건입니다. 간절함은 열정을 만드는 연료이기 때문입니다. 의무감으로 하는 일은 간절함과 거리가 멉니다. 그러니 현재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모색해 봐야 합니다.
일에 의미를 더하는 건 시들어 가는 꽃에 물을 주는 것과도 같습니다. 꽃이 시들어 가는 건, 꽃이 아름답지 않아서가 아니라 물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직업이나 일이 의미가 없어서 간절하지 않은 게 아니라 의미 부여를 충분히 하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록 의무감으로 하는 일이라 해도 의미 없는 일은 없습니다. 본인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공산이 큽니다.
마음처럼 쉽지는 않지만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직업이나 경력을 바꾼다는 게 큰 결심을 요하기는 하지만, 오십에 도전해 볼 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절차탁마의 정신을 끌어낼 수 있는 간절한 일이라면 용기 내 도전해야 합니다. 한 번 더 열정을 불살라 가며 미친 듯이 일하고 싶다면, 현재의 일에 간절함을 더하던가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해야 합니다.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 글을 마치며 ]
흔들리지 않는 오십을 다잡아 주는 힘이라는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그런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면 결국 하나로 귀결이 됩니다.
지금보다 나은 수준의 지식을 함양하고 모르는 것을 좀 더 알고자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새로운 것들을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라는 것입니다.
독서를 하게 되면 처음에는 이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떤 변화가 생겨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해도 기억에 남는 것도 별로 없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 이미 철 지난 책 한 권을 들고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견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해서 큰 변화가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말 일생일대의 변혁과도 같은 순간을 맞이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독서를 통해서 누적된 지식은 언젠가는 큰 변화로 나타나게 된다는 말을 믿는 편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참고 도서 : 오십에 읽는 논어 (최종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