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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Jan 18. 2022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경제는 순환된다. 과거의 사례를 통해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해 보자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과거의 경제 현상이나 역사적인 사례를 통해서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기존에 있었던 현상이 반복이 되는 것이 결국은 경제의 순환 사이클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성장기 성숙기 후퇴기 침체기의 4단계를 거쳐 순환하게 된다. 


이 순환 과정은 몇 년 혹은 몇십 년을 두고 반복이 되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 알고 어떤 과정으로 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세계 경제의 흐름과 한국 경제의 흐름을 함께 바라보면 우리가 어떤 식으로 자산시장을 바라봐야 하는지 현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볼 수 있어 매우 좋다. 


그런데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고민을 해야 좋을지 모를 때에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듣는 일이다. 


이럴 때에 좋은 책 한 권이 있어 여기에 정리하고 현재 상황을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를 두 개 정리하고자 한다. 


그럼 어떤 현상이 과거에 있었는지 알아보고 우리의 현재는 어떤 상황이고 미래는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 것이 알아보도록 하자. 


 Ⅰ. 그들의 경제 위기를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


임계 상태의 경제는 베를린 장벽처럼 붕괴된다. 


철통 같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은 대규모 전투나 첨단 무기가 아니라 바로 한 이탈리아 기자의 어처구니없는 오보였다. 1989년 동독의 경제 불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더 많은 동독 주민이 헝가리를 통해 서독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동독 정부는 국경 수비를 더욱 강화하여 베를린 장벽을 철통같이 지켰지만 주민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면서 동독 사회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서독으로의 국경 개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동독의 불안 상황은 점점 더 임계 상태로 치달았다. 이처럼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1989년 11월 9일 오전 7시 동베를린의 공상단 서기장인 권터 샤보프스키는 동독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여행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당시 동독의 공산당 정부가 늘 그랬듯이 이번 발표도 알매이 없는 생색내기용 조치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동독 기자들은 물론, 거의 모든 서방 기자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리카르도 에르만 기자는 이 완화 조치를 완전히 새로운 정책으로 오해했다. 그는 특종을 잡은 양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허둥지둥 로마의 본사로 전화를 벌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달라고 요구했다. 


담당 데스크는 멀쩡한 장벽이 무너지다니 정신이 나갔다며 기사를 싣지 않으려 했지만, 에르만은 현장의 기자를 믿고 기사를 실어달라며 큰소리를 쳤다. 


결국 그의 고집에 넘어간 이탈리아 언론사는 바로 이 세기의 오보를 타전했다. 그리고 이 기사를 보고 놀란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들이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특종에 뒤질세라 앞다퉈 기사를 따라 쓰기 시작했다. 


심지어 미국의 주요 방송국인 NBC는 내일 아침부터 동독 사람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베를린 장벽을 통행할 수 있게 되었다며 자세한 해설을 덧붙이는 어이없는 일까지 일어났다. 


별일 아닌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오보가 세계사를 바꾼 것은 바로 그날 저녁이었다. 마침 8시 뉴스를 준비하던 서독 방송국의 국제부 기자들은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사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기사가 쏟아져 들어오자 크게 당황했다. 


그리고 당일 새벽 동독의 기자회견에 참여한 자사 기자들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외신을 그대로 독일어로 번역해 방송했다. 


당시 동베를린 주민들은 서독 방송국의 뉴스를 몰래 집에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애일부터 베를린 장벽이 철폐된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메인 뉴스에 방송되자, 다들 몹시 흥분하고 말았다. 


결국 샴페인을 꺼내 들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 베를린 장벽으로 쏟아져 나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확신에 차서 환희의 노래를 부르는 군중이 장벽 앞으로 몰려들자, 경비대와 비밀경찰들조차 사실인지 아닌지 혼란에 빠졌다. 


결국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경비대장이 장벽을 개방함으로써 100년이 지나도 끄떡없을 것이라던 베를린 장벽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너무도 쉽게 무너져 내라고 말았다. 


이처럼 철통 같던 베를린 장벽이 사소한 해프닝으로 끝났을 수도 있는 어이없는 오보 하나로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은 동독의 경제 불황과 거듭되는 대규모 소요 사태로 인한 사회 불안이 이미 임계 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복잡계 경제학에서 볼 때, 임계 상태에 이른 경제나 정치 상황은 아주 작은 충격만으로도 쉽게 붕괴되거나 파국을 맞게 된다. 


이 때문에 경제 붕괴나 장기 불황 같은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금리 인상 같은 방아쇠만 막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임계 상태 자체를 해소해야 한다. 


  Ⅱ. 수출에만 매달렸던 나라의 비극


멕시코는 1940년부터 1980년까지 40년 동안 한국과 비슷한 국가 주도형 발전 전략을 채택해 평균 6.2%에 이르는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여 한강의 기적에 못지않은 찬사를 받았다. 


1975년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47위까지 올라, 당시 76위에 불과했던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잘살았던 나라였다. 


하지만 1976년 대규모 유전 개발에 성공하면서 멕시코의 놀라운 성장 신화를 막을 내리게 된다. 석유가 발견되면 국가 경제에 대단히 좋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미국과 같은 경제 대국이 아니면 오히려 경제가 후퇴하는 산유국의 저주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멕시코도 석유 수출로 외화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자, 통화가치가 올라가는 바람에 다른 산업들이 모두 도태되고 말았다. 

더구나 멕시코의 경제 기적을 가져왔던 성장 전략과 산업 정책까지 모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다른 산업이 모두 몰락한 탓에 1981년 멕시코 수출의 4분의 3을 석유가 차지할 정도로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 세계적인 불황으로 유가가 폭락하자, 멕시코 경제는 큰 위기를 맞이했다. 


결국 1982년 멕시코는 국가 부도의 위기 속에 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고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다. 


그런데 IMF는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멕시코에 극도의 긴축정책을 강요했다. 멕시코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보다 어떻게 월가의 돈을 회수할 수 있는지에만 몰두한 탓이었다. 


이를 견디다 못한 멕시코는 IMF의 긴축 요구를 거두하고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려고 했지만, 돈을 떼일 것을 염려한 IMF가 구제금융 중단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하는 바람에 결국 이에 굴복한 멕시코는 외국인 직접 투자나 무역 관련 보호 장벽까지 완전히 개방하고 말았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멕시코는 1980년대 후반부터 수출 물량을 늘리는데 모든 경제적 역량을 집중한 수출 수도형 경제로 급격히 전환했다. 


당시 살리나스 정권은 수출 확대를 통해 멕시코 경제를 재건하겠다고 외쳤지만, 수출이 늘어나도 멕시코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점점 더 악화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멕시코 수출품의 70%가 단순 조립품이었던 탓에 아무리 수출을 잘해도 부가가치의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더 큰 문제는 수출 주도형 경제로 전환한 이후 근로자들의 몫이 계속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1993년부터 1999년까지 멕시코 제조업 근로자들은 노동생산성을 28%나 높였지만 임금은 오히려 22%나 줄어들었다. 


이처럼 근로자들의 임금이 줄어들자 멕시코 내수 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2006년 멕시코 취재 당시 만났던 에르난데스 노동부 차관은 이제 멕시코 기업들이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이를 사줄 든든한 내수 시장이 사라졌기 때문에 해외 시장만 바라보는 처지가 되었다며 답답해했다. 


  [ 글을 마치며 ]


위에 정리한 두 가지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첫 번째는 어떤 현상이 임계점에 도달하게 되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수출 주도형 국가인 멕시코의 사례를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예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인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내용은 현재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세계 경제는 코로나 발 위기로 인해서 급작스러운 변화를 맞이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다가오게 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양적완화 정책은 3년에 걸쳐 시행되었고 이제는 더 이상 해서는 안 되는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처음에는 단기적인 일자리 상실에 따른 실업급여와 긴급재난지원금의 명목으로 미국은 돈을 풀어서 이를 해결했지만 3년이 지나자 더 이상 경제의 기초가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생산량은 그대로인데 돈의 양만 지속해서 늘어나니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니다. 


과거 10년 동안에 보지 못했던 인플레이션 율이 발생되고 있고 이는 양적완화의 중단과 테이퍼링 나아가 금리인상까지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양적완화가 진행될 때에도 사람들은 이 현상이 끝나가는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아니면 좀 더 먼 미래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 예측했지만 불과 6개월 전에만 해도 금리인상은 2년 후에나 발생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리고 테이퍼링도 단계적으로 진행해 시장에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식으로 기사에 공표되고는 했다. 


그런데 현재 상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테이퍼링과 함께 금리인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기축통화가 아닌 국가들의 경우에는 금리 인상을 더 빠른 속도로 진행시키고 있다. 


이는 대출을 받아서 현재 상태를 유지했던 기업이나 가계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고 이는 자산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생각이 든다. 


예측되는 현상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먼저 처분하는데 그 기준은 수익성이 낮은 매물부터 처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급속한 자산시장의 변화는 낮은 저가 매물의 출현이나 주가의 하락까지도 야기시킬 것이다. 개별적인 종목이나 자산의 변화는 산발적으로 일어나겠지만 큰 흐름은 투자 시장에서는 예전과 같은 재미가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부터는 현금흐름 발생이 가능한 자산을 유지하면서 부채의 절대적인 금액을 줄여나가야 한다. 바야흐로 투자 시장에 쇠퇴기의 시작이라고 보인다. 


그리고 이 흐름은 내년이 그 시작점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도 지속해서 변화하는 투자 시장을 공부하고 다시 성숙기가 오는 신호를 잡을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수출 주도형 국가인 멕시코의 사례로 한국 경제의 변화를 읽어보자. 


먼저 밝혀둘 것은 한국 경제와 멕시코는 근본이 다르다는 점이다. 멕시코의 경우는 단순 제조업으로서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가 없어 수출 성장의 혜택이 근로자들에게 돌아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완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내는 제조업 강국이고 나아가 첨단 기술력에서도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보유해 멕시코와는 경제 기반이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은 수출 주도형 국가인 만큼 세계 경제의 흐름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수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국내 산업 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해보면 세계 경제는 실물 경제 위주의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 성장세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했을 때에 물가 상승률과 연동해서 가격이 높아질 것이고 이는 기업들의 제품 판가 상승 손익 개선과도 맞물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결과물이 내수 시장의 활성화까지도 연결되지는 못해서 자본과 노동의 격차는 더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말하자면 수출에 기여하는 일자리에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되었든 중소기업이 되었는 국내의 인적 자산이나 기술력을 활용해서 수출에 기여하는 쪽에는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런 쪽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고 알아나가는 과정에서 예측도 해보지만 무엇이 맞을지 안 맞을지는 또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그렇지만 자주 경제 변화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공부해보는 것만으로도 예전보다 나아지는 삶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이 즐겁고 흥미롭다. 


참고 도서 :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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