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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Feb 03. 2022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현재 부동산 가격의 거품과 적정을 판단해보자.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집값에 대한 조언을 주려면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신산업의 성장, 그리고 이런 산업들의 공간적 이동 패턴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물린 인구 이동 패턴을 아는 것도 집값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국제정치도 이해해야 한다.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이 서로 패권을 잡겠다고 다투는 과정에서 집값이 출렁일 수 있다. 인구구조 변동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저출산과 고령화 추이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도 알아야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노인 인구가 많아져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생활비가 부족한 이들이 집을 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집 없는 노인들은 주택을 갖기 위해, 집 1채 있는 노인들은 다주택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집만큼 든든하게 노후가 보장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 때문에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처럼 부동산 가격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 가격은 적정한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이 있다. 


이런 지표들을 토대로 부동산 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고찰을 해보자. 


 Ⅰ. 정책 실패에 쏟아지는 화살들


이명박 정부 :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건설업에 기댔다. 4대 강 사업도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파트 공급 확대를 통해 경기를 띄우려 했다. 경기 불황에 공급 확대가 겹치니 서울 집값은 안정을 넘어 집권기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 


박근혜 정부 : 이명박 정부에서의 집값 하락세는 박근혜 정부 초반기에도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집값 하락을 경기 침체의 지표로 받아들였다. 집권하자마자 주택 공급을 축소하고 수요를 촉진했다. 


이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을 때는 집권 중반인 2015년 말부터다. 집값이 급등 조짐을 보인 2016년 11월 이후부터 수차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다. 


문재인 정부 : 문재인 정부는 집값이 상승하는 시기에 집권했다. 집값은 약간의 상승을 거쳐 막 도약하려던 참이었다. 이후 스물여섯 번이 넘는 집값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효과를 낳았다. 


이명박 정부는 공급을 확대했고, 박근혜 정부는 공급을 축소했다. 문재인 정부는 다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정부는 안 보아도 비디오다.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집값은 원래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했다고 공급을 축소하면 그다음 시기에는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 교체기에 발생한 일이다. 


집값이 오를 때 갑자기 대규모 공급을 하면, 4~5년 후에는 더 크게 내려간다. 이것은 아마도 문재인 정부 이후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일종의 정부 실패가 자연스러운 집값 변동 사이클을 부자연스러운 거대 사이클로 뻥튀기하고 있는 것이다. 


Ⅱ.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끓고 있다. 


낮은 금리, 풍부한 유동성, 부족한 주택, 전세를 통한 갭 투자는 주택 가격을 올리는 요건이다. 그러면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힌트는 다른 나라들의 집값 변화를 보면 쉽게 얻을 수 있다. 최근 집값 폭등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2015년 주택 가격을 100으로 보았을 때 2020년의 집값 수준을 보자. 2020년 OECD 국가들 지수는 129로 나타나고 있다. 5년간 평균적으로 29% 정도 뛰었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2020년 우리나라 집값 지수는 107이다. OECD 평균 집값 상승률보다 크게 낮다. 이 수치가 사실이라면 우리나라는 매우 선방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체감하는 주택시장과는 매우 다르다. 그래서 같은 기관에서 제공하는 중위 매매가 자료로 다시 계산해보았다. 전국 중위 주택 가격은 해당 기간에 2억 2,3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뛰었다. 약 35퍼센트 높아진 것이다. 


최근 5~7년간 전 세계 집 값이 크게 뛰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많은 이들이 말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돈이 풀려서 최근에 집값이 폭등했다고. 하지만 코로나 19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코로나19 발생 한참 전인 2004년~2020년을 대상으로 OECD 국가들의 집값 추이를 보자. 2012년부터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꾸준하게 금리가 낮아진 환경과 맞물린다. 저금리 환경과 시중에 넘쳐나는 돈 더 정확히 말해 부동산과 주식 말고는 갈 곳 없는 돈이 집값을 끌어올린 가장 주요한 이유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주택정책에 실패했고, 주택이 부족했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문제는 저금리 환경이었다. 이제 곧, 집값을 올렸던 이런 호조건들이 다른 양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어가면 서서히 실물경제가 살아날 수밖에 없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풀린 돈은 회수될 수밖에 없다. 


Ⅲ. 집 값이 거품인지 판별하는 방법


집 값에 거품이 꼈는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여기서는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거품 판별법에 대해 논의해보자. 


1. 물가에 비해 집 값이 많이 뛰면 거품이다. 


2. 총통화량에 비해 집 값이 너무 높으면 거품이다. 


3. 경제 규모 대비 집값 총액이 너무 높으면 거품이다. 


4. 소득에 비해 집 값이 너무 높으면 거품이다. 


5. 대출 상환 능력에 비해 대출이 많아 부담이 커지면 거품이다. 


6. 전세가에 비해 집값이 너무 높으면 거품이다. 


물가와 총통화량에 비해 집값이 많이 올랐을까?


전국 모든 곳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집값이 폭등했다.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훨씬 상회해 달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 집값의 경우, 물가 수준과 보조를 맞추고자 한다면 25퍼센트 이상 폭락해야 할 정도다. 


다음은 총통화에서 부동산 시가총액의 비중을 계산해보자. 이 비율이 높다는 것은 시중의 돈이 부동산으로 너무 쏠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 주택 시가총액은 천조 원이 조금 넘었다. 2007년에는 2500조 원을 넘었고 2019년에는 5천조 원도 돌파했다. 


총통화에서 부동산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에는 1.5배 수준이었다가 2007년 2.1배로 고점을 찍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해서 총통화가 빠르게 증가했고 이에 따라 1.7~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명목 GDP 대비 부동산 시가 총액의 비율도 들여다보자. 2000년에는 1.6배였는데 2007년에는 2.3배가 되었다. 


2019년에는 더욱 올라서 2.6을 기록하고 있다. 명목 GDP 대비 주택의 시가총액이 2.6 배면 거품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결론은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이 지표가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이고 지금은 최고점에 있다는 것이다. 


거품의 정점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그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다음은 소득에 대비한 집값 지표를 보자. 이와 관련한 가장 대표적 지표는 연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을 보는 것이다. 이 지표는 중산층이 한 푼도 안 쓰고 번 돈을 모두 모아서 집 사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어떤 지역의 PIR이 10이라는 것은, 그 지역 중산층이 10년간 받은 소득을 모두 모아야 그 지역의 평균적인 주택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지표를 해석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PIR이 10이라고 해서 주택 사는 데 10년 정도 걸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득의 절반을 주택을 위해 저축한다고 해도, 집을 사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년이 걸리는 셈이다. 


PIR은 해당 지역 가구 연소득 5 분위 자료와 평균 주택 가격 5 분위 자료 중에서 가운데의 3 분위 평균값을 활용해 계산한 것이다.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의 PIR인지에 대해서 합의된 결론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적정 수준을 5 정도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연 5천만 원 소득이 있는 가구에게 2억 5천만 원 정도의 주택이 적당한 수준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전국의 집값은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서울 PIR의 경우는 2016년 4월에 10을 넘긴 이후, 2019년 말 기준으로 15에 육박하고 있다. 


평범한 가구가 소득의 반을 30년 꼬박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 글을 마치며 ]


부동산 가격의 적정성은 항상 논란이 된다. 매입하고자 하는 쪽에서는 너무 많이 상승되었다고 생각이 들고 매매하고자 하는 쪽에서는 아직 적정 가격은 아니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이럴 때에 부동산 가격의 적정 기준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로 6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3가지 정도는 기억에 담아두면 좋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총통화량 대비 적정성이다. 계산하는 방법은 현재 부동산의 총액을 시중의 통화량으로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서 어느 정도의 비율로 높아졌는지 낮아졌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이다. 


총통화량 대비 부동산의 시가 총액은 예전의 전 고점에 비해서 낮아진 수준이지만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수준이다. 


예전에 최고점은 2.1배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1.7배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지속 상승하는 추세에 있고 전고점에 곧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은 총통화량이 늘어나는 속도만큼이나 부동산 시가 총액도 비례해서 늘어난 것으로 늘어난 돈의 양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켰다는 것으로 풀이가 된다. 


그리고 이 현상은 돈이 생기면 자기 집 마련을 하려는 추세가 이어지는 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GDP 대비 부동산의 총액이 어떻게 변화되었는가 이다. 이 지표는 절대적으로 부동산 총액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5년 전 1.6배 수준에서 현재는 2.3배로 사상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이 말은 현재 경제의 총생산량보다 부동산의 가치가 더 높게 상승한 것으로 적정 수준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말이 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PIR인 주택 구입 지수이다. 이 지수 역시 기존의 10이던 것이 15 수준으로 증가했고 이 말은 중산층이 평균 가격의 주택을 구입할 때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복합적으로 생각해보면 경제 효과는 늘어나지 못했고 가계의 소득도 증가하지 못했는데 그에 비해서 부동산 자산 가격이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부동산을 하나의 제품으로 생각해 보면 좀 더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10일을 돈을 모아서 물건을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15일을 모아서 물건을 살 수 있다. 이는 물건의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가진 돈을 기준으로 물건을 사는데 필요한 빚이 100원이었는데 이제는 200원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결국 가지고 있는 돈의 가치보다 부동산은 더 빠르게 상승했고 미래의 소득 증가보다도 부동산의 가격 증가가 더 가팔랐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과거와 현재의 결과라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서 금리가 인상되고 정책적인 변화로 대출에 제한이 걸리면서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매수세력이 줄어들 것이고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승이 너무 높았던 만큼 이제부터의 조정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은 아닌가 생각한다.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참고 도서 :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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