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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Feb 08. 2022

왜 자본은 일하는 자보다 더 많이 버는가

자본 성장률과 경제 성장률의 차이를 주목해야 한다.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으로 인해서 현시대의 자본주의에 대해서 심도 깊게 정리한 책이다. 


그의 주장을 간략하게 정의하면 현시대는 자본으로 인해 발생되는 성장률이 노동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성장률에 비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자본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성장률은 점점 더 커지고 전체 경제에서 비중도 확대되는 반면 노동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성장은 축소되고 비중도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왜 그런 현상이 발생되어 왔는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 21세기 자본과 경제학


자본의 끊임없는 축적 과정과 이로 인한 불평등 심화가 바로 자본주의의 본질이라는 것이 피케티 주장이다. 


그는 자본이, 축적된 그 세대에만 불평등성을 만들어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를 이어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세습 자본주의라는 말을 쓰고 있다. 


그는 프랑스의 벨 에포크와 미국의 도금 시대가 바로 세습 자본주의가 최정점에 달했을 때라고 본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인해 각국 자본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지 않았다면 그리고 각국 정부가 누진적 소득세제를 도입해 자본축적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면, 세습 자본주의의 쇠바퀴는 아무 제동 없이 예정된 길로 돌진해 갔을 것이라고 말한다. 


피케티가 예의 주시하고 있는 또 하나의 시기는 1980년 이후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때 이후로 다시 소득분배의 불평등화로 급격한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불평등화로 반전에 대한 많은 가설을 제시했지만 피케티는 그 어느 것에도 별로 설득되지 않는 모습이다. 문제의 핵심은 자본과 그것의 축적 과정에 있는데 지금까지 제시된 그 어떤 가설도 이러한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1980년대 이후 진행된 불평등화의 근본 원인은 너무나도 단순하다. 세습 자본주의가 세계대전의 충격을 이겨내고 원래의 궤도로 돌아오게 된 데서 불평등화로 반전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는 왜 외부적인 제약이 없는 한 끊임없는 불평등화의 길을 달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피케티는 다음과 같은 두 자본주의의 기본 법칙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그가 말하는 자본주의의 제1기본 법칙은 다음과 같다. 


국민소득은 자본수익률과 자본비율의 곱하기로 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언제 어디서나 성립하는 보편적인 성격을 갖는데, 국민소득 가운데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자본수익률과 자본/소득 비율 자본의 총량이 국민소득의 몇 배 수준인가를 나타내는 값의 곱과 같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한 경제에게 존재하는 자본의 총량이 국민소득의 6배이고 자본수익률이 5퍼센트라고 한다면 자본의 소유자가 얻는 소득은 국민소득의 30퍼센트라는 말이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할 때 자본수익률이 올라가거나 자본/소득 비율이 커지면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따라서 커지게 되어 있다. 


이어서 피케티가 말하는 자본주의의 제2기본 법칙은 다음과 같다. 


자본 수익률은 저축률을 경제성장률로 나눈 것을 말한다. 


한 경제의 자본/소득 비율은 저축률을 경제성장률로 나눈 값과 같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국민이 매년 소득의 12퍼센트를 저축하는 상황에서 그 경제의 성장률이 2퍼센트라면 자본의 총량은 국민소득의 6배 수준이 된다는 말이다. 


이 식을 보면 저축률이 높고 성장률이 낮은 경제에서는 자본이 빠른 속도로 축적되어 자본/소득 비율이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를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두 식을 함께 생각해보면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 과정에서 소득분배에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가늠할 수 있다. 논의를 단순화 하기 위해 일단 저축률 s가 일정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가정하자. 


이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g가 낮을수록 자본/소득 비율의 값이 커질 것이고 B의 값이 커지면 국민소득에서 자본소득의 점유 비율이 더 커질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제1기본 법칙을 나타내는 식을 보면 B의 값에 아무 변화가 없어도 자본수익률이 커지면 자본소득의 점유 비율이 더 커진다. 


따라서 경제성장 과정에서 경제성장률과 자본수익률 사이의 관계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자본소득의 점유 비율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는 것이 피케티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커지는 관계가 성립한다면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더 커지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자본소득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소득분배는 더욱 불평등해지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문제는 현실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자본수익률과 경제성장률의 값이 과연 어떤 크기일 것이냐에 있다. 


피케티는 바로 이 대목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과정을 역사적 안목에서 관찰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해온 긴 역사에서 과연 두 변수의 값이 어떤 추이를 보여왔는지 예의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피케티는 인류의 역사에서 경제성장률이 우리가 지금 보는 것과 같은 수준을 이루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과거 1700년대까지 긴 시간 동안 세계경제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고작 0.1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1700년대에서 1820년 사이에는 약간 올라 0.5퍼센트 대가 되었다가 1820년에서 1913년에 이르는 기간에 다시 1.5퍼센트대로 올라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1913년부터 2013년에 이르는 기간에 평균 경제성장률이 3.0퍼센트대로 올라 지금 수준의 경제성장률만이 예외적인 것이고 장기적으로 본 평균 경제성장률은 이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일지 모른다는 것이 피케티의 해석이다. 


그렇다면 자본수익률의 장기 추이는 어떤 양상을 보여왔을까? 경제 이론에 따르면 한계 생산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자본이 축적됨에 따라 자본수익률은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게 된다. 


카를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기본적 운행 원리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피케티가 수집한 장기 통계자료에 따르면 자본수익률은 거의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되었고 이렇다 할 하락 현상을 관찰할 수 없었다. 


그는 평균적인 자본수익률이 대체로 4~5% 수준으로 유지되어왔고, 이것이 2~3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 발전의 역사에서 줄곧 자본수익률은 경제성장률보다 큰 관계가 유지되어 왔으며, 이에 따라 불평등성은 점차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피케티에 따르면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인 우연이 개입된 나머지 1914년에서 1945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에만 자본은 세계대전으로 인한 타격에서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자본은 상당한 회복세를 보이고 21세기 들어 19세기 말 벨 에포크 상태로 완전히 회복하기에 이르렀다. 


피케티는 현재까지 분배 상태의 장기 추이를 분석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앞으로 전망까지 내리고 있다. 


만약 지금까지 보여온 장기 추이와 비슷하게 자본 수익률이 4~5퍼센트 수준을 유지하고 경제성장률이 1~2퍼센트 수준을 유지한다면 자본/소득 비율은 걷잡을 수 없이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며, 이에 따라 자본소득의 점유 비율도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결국 세습 자본주의의 토대는 한층 더 확고해지고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성의 정도는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앞날에 대한 그의 우울한 전망이다.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세습 자본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느냐가 경제적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구태여 능력을 개발할 필요를 느끼지도 않고 열심히 노력할 이유도 찾을 수 없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과는 무관하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한 사회일 수 있을까?


전 세계의 많은 나라가 이미 이런 사회로 변해 버렸고 앞으로 이러한 경향을 한층 더 심해질 것이라고 피케티는 전망한다. 


필자는 독자들에게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떤지 곰곰이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피케티는 우울한 예연이 너무나도 잘 들어맞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 않는가?


현실적으로 경제성장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관찰해보면 잘 알 수 있듯, 세계경제는 이미 장기적 저성장 단계에 진입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자본수익률과 경제성장률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우리에게 불가능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남은 유일한 대안은 어떤 방법으로든 자본수익률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자본소득에 충분히 높은 세율을 적용해 세후 수익률은 낮춘다면 둘 사이 격차를 해소할 길이 열릴 수 있을지 모른다. 


사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평등화의 길을 걷데 된 것은 전쟁이라는 비상 상황으로 인해 높은 소득에 대해 엄청나게 높은 세율을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높은 세율을 통해 자본축적의 속도를 늦춤으로써 자본주의 경제의 내재적 불평등화 요인을 잠시 억누를 수 있었다. 


  [ 글을 마치며 ]


이 현상에 대해서 총 세 가지 단계로 정리를 해보고 그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해보자.


첫 번째 자본 성장률은 경제성장률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의 성장은 실물경제와 동기화되어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물경제가 하락하거나 침체되는 경우에도 자본의 성장률은 이자라는 변수로 인해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 국가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자본의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플러스로 유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자본이 가진 속성 때문인데 돈이라는 것은 이자로 인해서 지속적으로 증가되게 되고 마치 시간과 같아서 자연발생적으로 증가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실물경제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실물경제는 자본의 성장률을 따라잡을 수 없다. 


경제 성장이 고성장일 때에는 일시적으로 자본의 성장률을 뛰어넘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자본의 성장률이 경제 성장을 앞지르게 된다. 


두 번째 전체 경제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자본 성장률은 더 가속화된다. 


이는 대부분 첫 번째 원인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결과로 생각하면 된다. 


자본의 성장률이 5%라고 가정을 하고 전체 경제 성장률이 2%라고 한다면 자본의 성장률은 3%만큼 전체 경제 성장률을 초과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이 경우 전체 경제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이상 늘어나게 되었다고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늘어난 자본의 비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더 확대되어 갈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되는 국가들은 대부분 선진국들이다. 선진국들은 인구가 줄어들고 소비가 줄고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어 대부분 1~2% 수준의 저성장에 머무르고 있다.


그에 반해 선진국들의 시가총액이나 부동산 가격은 매년 5% 이상 상승에 상승을 거듭해왔고 실물경제와는 그 격차를 점점 더 벌려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자본 성장률이 경제성장률보다 클 경우 자본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연속적으로 자본의 성장률은 더 가속화되게 될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자본 성장률은 미래에도 경제 성장률에 비해 더 급격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대의 경제 구조는 인간의 노동력보다 기계의 노동력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구조이다. 


대부분의 생산라인은 자동화되어서 생필품, 전자제품, 자동차 같은 모든 제조업에서 예전에 비해서 더 적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면서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부동산의 경우도 더 적은 인력을 활용해서 더 높고 더 큰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시대이다. 


반면에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하나의 재화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데에 인간의 노동보다는 자본의 개입이 더 커지는 현상으로 인해서 결과물이 판매되거나 사용된 후에도 인간의 노동력에 대한 보상보다는 자본에 할당되는 보상 비중이 더 커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자본은 일하는 자보다 더 많은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결론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산업 발전 역시도 노동력의 활용보다는 기계를 활용한 자동화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미래의 경제에서도 노동의 비중이 지금보다 확대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트레이딩으로 펀드매니저들의 역할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이 현상이 더욱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 지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다. 


참고 도서 : 왜 자본은 일하는 자보다 더 많이 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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