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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Mar 05. 2022

정해진 미래

다운사이징 혹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준비해야 한다.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인구학적 관점은 세상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내는 능력이다. 


조금 쉽게 풀어서 설명해 보기 위해서 교육의 실마리를 찾는 연습을 해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데이터는 2002년의 출생인구가 약 49만 명으로 2000년의 63만 명에 비해 갑자기 14만 명이나 줄었다는 통계였다. 


14만 명이 2년 만에 줄어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와중에 교사 임용은 계속 늘려가고 있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교사당 학생 수가 너무 많다는 의견이 비등했기 때문에 교사를 많이 뽑았다. 


아이들이 줄어드는데 교사는 늘어난다니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자세히 분석해 보니 말도 안 되는 일이 5년 후부터 일어나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이슈만으로 의사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현재의 문제에 급급한 의사결정이 아닌 미래를 대비하는 의사결정을 하려면 현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인구학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럼 인구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Ⅰ. 좋아지는 건 대입 경쟁률뿐?


저출산 세대가 초중등 교육을 마치고 20대를 목전에 두게 되었을 때에는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 20대가 맞이하는 생애사적 이벤트는 적지 않다. 일단 상당수가 대학에 가고, 대부분의 남자는 입대를 하며, 취직이라는 큰 산을 넘는다. 


돈을 벌면서 소비집단으로서 본격적인 대접을 받기 시작한다. 일부는 결혼을 하고, 드물게는 부모가 되기도 한다. 


먼저 대학 진학을 살펴보자. 2015년 대학 입학 정원이 약 52만 명이었고 64만 명이 수험생이었으므로 경쟁률은 1.23대 1 수준이다. 


그중 4년제 대입 경쟁률만 따로 떼어내서 봐도 약 1.91대 1이다. 생각보다 경쟁률이 낮지 않은가?


그나마 우리나라 만 18세 인구 중 98%가 대입 시험을 치르기에 이 정도 경쟁률이나마 나오는 것이다. 


조만간 고3 학생수가 40만 명 대가 될 것이다. 현재 대학 진학률이 70% 정도인데, 이 비율대로 계산해 보면 2002년 생은 32만 명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게 될 전망이다.


2015년의 대학 입학 정원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20만 명 이상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4년제 대학으로만 범위를 좁혀서 생각해도 경쟁률은 2021년에 1대 1이 되고, 2025년에는 0.96대 1로 더 낮아질 것이다. 


즉 10년 내로 모든 수험생이 4년제 대학에 무리 없이 입학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발등의 불은 전문대학에 떨어진다. 


비록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모든 수험생을 4년제 대학이 흡수해버리는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에는 사교육 열풍의 진원지인 이른바 인 서울 대학의 경쟁률을 생각해보자. 


전국의 모든 수험생이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고 가정해보자. 


사실 어느 정도는 진실이기도 한 것이 2015년의 전체 4년제 대입 경쟁률이 1.91대 1이었던 와중에 서울의 4년제 대입 경쟁률은 8.71대 1이었다. 


현재 여러 학교에 교차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서울 주요 대학들의 입학 경쟁률은 20대 1에 육박하고 있다. 


만약 모든 수험생이 수도권의 4년제 대학에 입학하기를 희망한다고만 해도 2020년에는 경쟁률이 4.14대 1, 2025년에는 3.72대 1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수도권의 전문대를 포함한다면 2020년 예상 경쟁률은 2.53대 1까지 떨어진다. 전국 수험생의 절반은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학 가기가 쉬워진다니, 수험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분명히 희소식이다. 그러나 반대쪽에 있는 대학으로서는 속이 타들어갈 일이다. 


경쟁률이 떨어진다니. 게다가 대학에 합격했다고 모두가 진학하는 것도 아니다. 학비를 내고 등록해야 실제 대학생이 되지 않겠는가.


이를 감안하여 연구를 수행하면서 실질 경쟁률이라는 개념을 고안했는데, 이는 실제로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의 수를 기준으로 경쟁률을 추산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전국의 4년제 대학 실질 경쟁률은 저출산 세대가 대학에 입학하는 2021년에 1대 1일 될 것이고,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실질 경쟁률도 4.5대 1, 수도권 4년제 대학은 2.77대 1이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2000년대에 가장 적게 태어난 2005년생이 대입을 준비할 2023년에는 경쟁률이 더욱 낮아져 각각 0.93대 1, 4.19대 1, 그리고 2.58대 1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정부에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대입 정원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정원이 그대로 유지되지는 않을 테고, 경쟁률도 지금 추산한 것보다는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대졸자의 성공 신화가 점점 사그라들고 있고, 정부 또한 고졸자 취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수는 크게 줄지 않더라도 실제로 대학에 진학하는 대학 진학률은 현재의 70%보다 떨어질 여지가 있다. 


그렇게 되면 경쟁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입학생이 부족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현상이 10년 안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Ⅱ. 10년 후에도 직장에 다닐 수 있을까?


인구학은 어느 특정 연령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따라가며 관찰한다. 이 사람들의 어떤 시기를 사느냐, 어떤 코호트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인구학에서는 어느 특정 연령보다는 그즈음 같이 태어난 사람들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 이를 코호트라 하는데 일상적으로 세대라는 개념과 비슷하다. 


최근의 인구 현상 중 세계적으로 가장 큰 흐름이 고령화라고 했다.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똑같은 연령대라도 앞 세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생각해보자. 우리 회사는 언제 고령화가 시작될까? 흔히 사회의 고령화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회가 늙는 만큼 우리 회사도 고령화된다. 


국가는 말할 필요도 없고, 회사로서도 이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2013년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16%였고 대부분 임원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비율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50세 이하 임직원의 대부분이 40대였던 것이다. 40대도 초반이 아니라 중후반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30대는 조금 있었지만 20대는 거의 없었다. 현재와 같은 비율로 입사하고 퇴사한다고 가정한다면, 10년 후 이 회사 임직원의 40%는 50대가 차지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50대면 아무리 못해도 부장, 이사급일 텐데 그들의 연봉을 누가 주겠나. 기가 막힌 신제품을 내놓든, 제품 가격을 올리든 돈을 획기적으로 많이 벌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10년 안에 이들의 상당수를 내보내야 한다. 


심란하기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당연히 반발과 갈등이 생길 터이므로 회사 마음대로 직원을 정리할 수 없다. 지금까지 조직 내 고령화를 생각하지 않았던 기업이라면 이제부터라도 반드시 대책을 마련해야 할, 피해 갈 수 없는 사안이다. 


비단 위기를 맞은 조선소나 일부 대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업종, 모든 기업에서 이런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Ⅲ. 세대의 크기는 곧 경제의 크기다. 


인구변화가 경제에 중요한 이유는 인구를 비즈니스 용어로 바꾸면 곧 시장이 되기 때문이다. 


생산을 담당하는 인구의 크기가 축소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개개인의 생산성이 향상된다면 인구가 감소해도 전체적인 총량이 유지될 가능성은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앞으로 개인의 생산성이 지금에 비해 더욱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OECD는 2020년대가 되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가입국 중 최하 수준인 1% 대가 될 것이라 예측했고, 그 원인으로 저출산에 따른 생산인구의 급감을 들었다. 


저출산 세대가 성장하는 동안 생산성이 얼마나 향상될지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에 반해 생산인구가 언제 얼마나 감소할지는 인구추계를 통해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인구변화 추이를 볼 때 저출산 세대의 등장은 곧 국가 전체의 생산성에 매우 큰 잠재적 축소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Ⅳ. 해외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왜곡되고 해외 인재의 유입이 가속화되기 어렵다면 인구정책의 대변환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성장을 위한 전략을 짰다면 이제는 정반대 방향, 즉 인구변동 및 다운사이징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개인도, 기업도, 학교도 국가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다운사이징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 오로지 출산율을 어떻게든 높이는 데에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과거에 출산율만 떨어뜨리면 먹고사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었던 것과 흡사하다. 그러나 출산율을 어떻게 높일지 고민하는 것보다 다운사이징이 되었을 때 노동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지금 노동시장에서 일어나는 미스매칭을 어떻게 바로잡을 고민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해외 투자를 계획한다면 먼저 투자할 국가의 잠재적 발전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야 할 것이다. 이때에도 인구학적 관점은 유용하다. 


현재 많은 기업이 해외 OEM 방식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그 나라의 노동시장은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유지될지 생각해볼 일이다. 


과거에는 중국은 저임금이라는 통념 하나만 믿고 중국에 가도 괜찮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중국은 더 이상 저임금 노동시장이 아닐뿐더러 중국도 지난 30년간 시행했던 한 자녀 정책 때문에 젊은 층이 줄어서 인구정책을 바꾼 형편이다. 


이런 점들을 예측하면 기업의 중요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아가 해외에 진출하면서 비단 OEM 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가 급속히 줄어들 것으로 예견되는 지금은 해외진출의 의미를 OEM보다는 시장개척에서 찾아야 한다. 


즉 그곳에서 생산한 제품을 그곳에서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을 발굴하고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에도 그 나라의 인구를 알아야 한다. 우리 상품을 사줄 만큼 성숙한 구매력을 갖춘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시장을 넓힐 수 있다. 


 [ 글을 마치며 ]


인구 변동은 정해진 미래라는 표현이 적합한 것 같다. 이미 태어난 인구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2000년에 태어난 사람을 10만 명 혹은 1만 명을 증가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인구구조가 노령화에 들어가는 것은 정해진 미래라고 보인다. 


이런 정해진 미래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는 그에 맞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보인다. 


2012년 출생아 수는 48만 5천 명이었고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9년에는 30만 명이 되었고 2020년에는 27만 명으로 30만 명도 채 되지 않는다. 


1970년대의 100만 명의 출생아 숫자나 1980년대의 70만 명에 비해서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수자로 감소한 것이다. 


이는 정해진 미래도 20년 후인 2040년이 되면 20살이 되는 청년은 현재의 3분의 1 혹은 4분의 1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인구는 급감하게 될 것이고 65세 이상의 고령화 인구가 더 많은 상황이 될 것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이 그대로 갈 것이라고 생각이 되지는 않는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증가하는 것에 희망을 걸어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다른 방안도 생각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인 이민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외국 이민자들이 귀화하거나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쉬운 형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취업비자를 받는 것도 꽤나 어려운 나라에 속하는데 귀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보인다. 


하지만 경제 활동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를 대체할 만한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에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수적인 해답지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한국은 이미 수출 위주의 경제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더 수출 비중을 늘려야 하는 국가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해외 진출을 단지 생산하고 재수출하는 차원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현지에 정착하고 생산과 판매를 모두 할 수 있는 시장 개척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는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곧 시장이다. 그리고 일차적으로 인구가 많아야 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큰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한다는 것과 동일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인구가 늘어나지 못한다면 인구가 늘어나는 곳의 시장을 선점하거나 한국으로의 인구 이동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보인다. 


 참고 도서 : 정해진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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