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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Mar 29. 2022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

파이어족을 이룬 숨은 강자들에게서 찾은 부의 공식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우리는 1평짜리 회사 책상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아무리 작은 원룸 스튜디오도 웬만하면 6평부터 시작하는데, 사무실 책상 내 공강은 우리 집 화장실보다 작다. 


10대, 20대에 우리는 사무실 공간보다도 더 작은 학교 책상 앞에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책들과 씨름하면서 보냈다. 


그에 대한 보상이 그것보다 조금 더 큰, 화장실만 한 공간의 사무실 책상에서 허리 디스크의 공포와 싸우는 30년 이상의 직장 생활이다. 


물론 회사 직원들한테 근무 공간을 10평씩 줄 수 있는 기업은 우리 아빠가 사장님이고 엄마가 전무님이 직장인의 경우 말고는 이 지구 상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학교에서는 돈을 내면서 시간을 보내는 쪽이었지만, 지금은 돈을 받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쪽에 가깝다는 점이 큰 위안이다. 


가족 기업은커녕 가족 텃밭 한 뙈기도 버거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내 이름표 달린 책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앉아서 일하는 화이트칼라 직업을 무한히 동경하고 꿈꾸며 대기업 직원, 공무원이 되기 위해 전력투구 했다. 


그러나 그렇게 어렵게 맞이한 현실은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나는 눈 감은 채로 침대에서 인생의 3분의 1을 보내고 출퇴근에 두 시간씩을 포함해 날마다 10시간 이상을 회사를 위해 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중에 한자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사 책상인 셈이다. 


징검다리 휴가에 눈치 싸움을 하며 연차를 내고 3일 이상 장기 휴가를 내려고 할 때면 오랜 기간 팀의 업무 진행 상황을 파악해가며 전략을 세운다. 


물론 전략이 먹히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돈만 벌기 시작하면 언제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남미 여행, 오로라 투어 같은 버킷 리스트는 늘 뒷전으로 미뤄둔다. 


그럼 이런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 과연 어떤 노력을 해야 했는지 어떻게 해서 버킷 리스트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는지 엿보도록 하자. 


Ⅰ. 재택근무가 가져온 예상치 못한 깨달음


2020년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첫 해였다. 


구글은 2020년 2월부터 재택근무를 권장했고, 6월부터는 최소 1년간 전 사원 재택근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나도 종일 재택근무를 하는 시간이 늘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일한다는 것이 이래저래 적응이 안 됐지만, 구글은 사원들이 재택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도록 물심양면 많은 지원을 해줬다.


나도 서서히 새로운 근무 환경에 적응해나갔고, 출퇴근 시간이 절약된다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등 재택근무의 장점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재택근무의 최고 장점은 아내와 대화할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었다. 함께 재택근무하는 날이면 점심을 간단히 먹고, 소화할 겸 집 근처를 산책하고는 했다. 


출퇴근 시간을 아끼는 만큼 근무를 더 빨리 마치고 평일 오후 시간을 아내와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이전에는 주말에 날씨가 좋기만을 바라다 매번 미세먼지나 황사, 폭우로 그 기대가 배신당하기 일쑤였는데, 아내와 평일 낮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산책을 하다니! 


이질적이면서도 평화로운 그 시간이 생경하면서도 행복했다. 30~40분씩 동네를 활복 하거나 조그만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걷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평소엔 나누지 못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평일 햇살이 이렇게 좋은 줄은 평생 몰랐네. 우리, 그냥 이렇게 살면 안 되나?


별생각 없이 말했는데, 말하고 나니 더더욱 머릿속에 맴돌았다.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은 할 수 있어도 결국 나는 직장인이었고, 평일 낮에는 언제나 좁은 사무실 책상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나는 생각했다. 가장 건강하고, 감성이 충만하며, 아직은 열정이 살아 숨 쉬는 이 귀중한 30대, 그리고 40대에도 직장인인 나는 그 운명을 거스를 수 없을까? 내가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던 건 아닐까? 


우리가 꼭 평일에는 반드시 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환상에 빠져 있는 걸까?


 Ⅱ. 30대에 은퇴하면 좋은 이유들


1.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다. 


원하는 시기에 장기 휴가를 내거나 일을 잠시 쉬면서 한 달이든 1년이든 긴 시간을 소중한 가족과 보내는 데에 투자할 수 있다. 


특히 아이를 둔 30대 부부는 아이가 매우 어리거나 미취학 나이대인 경우가 많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부모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아이들과의 시간을 회사 업무에 구애받지 않고 보낼 수 있게 된다. 


또 40~50대에는 회사에서 과장, 차장, 팀장 등의 중요 직급을 맡게 돼 성과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커진다. 


나 역시 내가 가장 감수성이 넘치는 10대일 때 부모님은 일에 치여 바쁜 40대 50대를 지나고 계셨고 그때 많은 시간을 못 보낸 것은 서로에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른 나이에 은퇴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내 아이들의 유년 시절을 더 가까이에서 함께 보낼 수 있다. 


2. 젊은 날의 육체와 정신적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건강은 돈 주고 살 수 없다는 말은 진리다. 


한국인의 63.2%가 회사 생활을 하며 만성적 질병을 앓게 되며, 열 명 중 두 명이 건강 문제로 퇴사를 결정한다고 한다. 


돈이 많거나 가족 중에 의사가 있다고 한들, 한번 망가진 건강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현대 의학은 인체와 비슷한 기계 팔다리를 만들어 붙이기도 하고 인공 심장을 이식하는 기적을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속히 진행된 암은 여전히 치사율이 높고, 알 수 없는 불치병도 수백 가지나 된다. 


더욱이 젊은 날의 열정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다. 


3. 알뜰한 소비 습관으로 지속 가능한 생활이 가능해진다. 


김밥천국 먹던 사람이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서 행복할 수는 있지만, 그 반대는 정말 어렵다고 한다. 

소비 수준을 한 번 높이게 되면, 그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소비 수준에 비례해서 행복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삼겹살에 소주 먹는 사람의 행복이 비싼 와인에 스테이크 먹는 사람의 행복보다 못한 것이 아니듯 말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20대에 축구만 하던 사람들이 점점 40대, 50대가 되며 골프를 치기 시작한다. 


한 번 높아진 소비의 수준을 유지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30대에 만족할 만한 수준의 소비에서 최소 행복을 느끼는 비용은 40~50대보다 훨씬 적으며 은퇴 자금 역시 이에 비례해서 훨씬 적게 들 수밖에 없다. 


자신의 행복에 특화된 생활에 익숙해진 조기 은퇴자에게 과소비는 필요가 없다. 


마음의 여유가 넘치는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4.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다. 


사기업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30대에 일에 치여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인가 50대, 60대가 되어 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가장 체력이 좋고 열정적인 30대의 직장인에게 회사는 다른 어느 나이대보다는 많은 업무량을 할당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인생의 황금기를 회사의 이익에 바치게 되는 셈이다. 


30대에 경제적 자유를 얻은 이들에게는 나 자신을 일에 갈아 넣지 않고, 나만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 


40대는 충분히 젊은 나이다. 경제적 보상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이직을 여유롭게 준비할 수도 있고, 새로운 학위를 위해 다시 학교에 갈 수도 있다.


요즘은 40대 만학도가 부끄럽지 않은 시대다. 아직 어린 나이인 만큼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직업 교육을 새로 시작하기에도 충분하다. 


 [ 글을 마치며 ]


파이어족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자유를 얻어 은퇴를 일찍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유행을 많이 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파이어족을 들으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그럼 파이어족을 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얼마의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인가이다. 


이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4%의 룰이다. 


예를 들어 1년에 4천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10억이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10억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일 년에 4%의 수익을 만들어내면 4천만 원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4천만 원 이내에서 생활비를 모두 충당한다면 은퇴를 해도 원금의 손실이 없이 지속적으로 자신이 살아가고자 하는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생길 수 있다. 


첫 번째는 4%라는 수익은 무조건 발생한다는 가정에서 매년 4천만 원이면 충분한가에 대한 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4천만 원이면 12로 나눌 경우 한 달에 많이 고려해 봐야 340만 원 남짓 되는 돈이다. 


이 돈이 일인 가구라면 충분할지 모르지만 4인 가구라면 충분한 돈이라고 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는 어찌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속적으로 흘러 물가가 상승한다면 미래에는 더 부족한 금액이 될 것이다. 


뭐 그래도 알뜰하게 살아서 부족함이 없다고 말할 경우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것이 두 번째 질문이다.


두 번째는 10억이라는 돈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10억이라는 돈도 거주하는 공간을 제외하고 나 다음에 현금흐름을 발생시킬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어야 한다. 


과연 이런 돈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이 두 가지의 질문을 고려해보면 파이어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목표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에 앞서 다른 더 큰 질문이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파이어족이라는 것은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생계형 삶을 떠나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시간을 쓰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먼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현재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혹은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중간중간에 즐길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파이어족이 되는 것은 결국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을 고려해봤을 때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참고 도서 :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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