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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Apr 19. 2022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조직의 모든 어리석음에 대한 고찰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우리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업무로 힘겨워한다. 업무를 앞두고 복잡하다고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을 정도다. 복잡하고 지겨운 나머지 절로 한숨이 나온다. 


업무 강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위에서는 끊임없이 수익을 올리라고 닦달하는 통에 숨 한 번 제대로 쉬기가 어렵다. 점점 눈앞의 일만 처리하기에 급급해진다. 


더구나 예측 불가능한 외부 기업환경의 변화는 너무나 빈번해서 우리는 여기에 제대로 적응할 여유도 기회도 갖지 못한다. 


자연히 일의 즐거움은 줄어들고 그 어느 때보다 일은 타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가끔은 쫓기는 듯한 생활을 멈추고 일의 과정과 왜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사고와 고찰은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우수성이다. 이 우수성을 지속해서 발전시키기 위해서 스스로 생각을 해볼 시간을 가끔 충분히 가질 필요가 있다. 


 Ⅰ. 불가능에 도전하라?


무능함과 자만, 그리고 유토피아 증후군


누구나 세계 챔피언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초기 아이디어가 어떤 파급력을 가지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것 같은 조짐이 보이면 초조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하다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거나 변명을 일삼는다.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시키려 기회주의자의 면모를 서슴없이 내보인다. 


그리고 결국 책임을 회피하는 데 노력을 쏟아붓는다. 이쯤 되면 모두가 나부터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전체는 비효율 상태로 결정적 타격을 받는다. 


조급한 마음에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줄 묘책과 임시방편에만 매달린다. 기적의 다이어트 같은 것에 솔깃해한다. 


과부하와 과로로 전체를 보는 명확한 시각은 사라진다. 마감을 맞추느라 허덕이는 팀원들만 남아 있을 뿐이다. 


과도한 부담으로 당장 코앞에 닥친 일만 처리하게 되면, 부실하게 처리된 업무를 가릴 핑계만 꾸미게 된다. 그 책임은 결국 최고 경영자의 몫이다. 언제나 위에서 내려온 것부터 최우선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과중한 부담 아래 집단은 노이로제에 걸린다. 과중한 부담에 시달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을 함께 곤경으로 끌어들인다. 어리석음이 전염병처럼 퍼진다. 


그리고 항상 반복되는 일상 업무는 모든 것을 심하게 질투시키고 조직의 결속력을 약화시킨다. 


진을 빼놓는 일상 업무의 질투는 우리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모든 것을 흘깃거린다. 심한 압박을 받는 직원은 저 푸른 초원, 그러니까 편안하고 즐거운 곳에 있는 모든 것을 질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스트레스는 집단 지성으로 무장한, 물 흐르듯 부드럽게 협동하는 팀을 증오하게 만든다. 


집단 어리석음을 키우는 공통적인 요소들


끊임없는 재촉과 끝없는 과제 스트레스 : 눈앞의 가장 시급한 일부터 처리하려는 경향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두려움, 허탈감을 불러일으킨다. 


성과에 대한 불안 : 많은 미결 과제를 책상 위에 쌓아둔 사람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일에만 매달린다. 사장의 관심이 많은 일이다. 마감이 임박했다. 제안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분기 실적이 위험하다 등의 핑계를 대며 정작 반드시 중요한 업무는 미루기만 한다. 


무능함은 압력 아래서 양으로만 승부한다. : 더 나은 품질을 바라는 사장의 말을 더 빠르고 더 부지런하며 무엇보다 더 오래 일하라는 요구로만 받아들인다. 즉, 더 스마트하게 일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다고 믿는 무능력자의 자만 : 야근하는 무능력자는 자신이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밤낮없이 일하는 마당에 라며 궤변을 늘어놓는다. 스트레스는 일의 본래 목적을 잊게 한다. 


Ⅱ. 북 스마트로 교육받았지만 스트리트 스마트로 변모하는 우리


이성 대 교활함, 영어에는 북 스마트라는 표현이 있다. 책을 통해 터득한 스마트함이라는 뜻이다. 북 스마트는 흔히 스트리트 스마트와 대비를 이룬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북 스마트는 모든 것을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한다. 반면, 스트리트 스마트는 거리에서 주먹다짐을 벌이며 어떤 싸움 방식이 유리한지를 터득한 교활한 건달이다. 


스트리트 스마트는 위기 순간에서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생존 기술로 무장한 스마트함이다. 북 스마트는 모든 것을 이성으로 해결하려 노력하는 반면, 스트리트 스마트는 싸움에서 민첩한 본능을 자랑한다. 


북 스마트는 어떤 세상이 좋은 세상이며 어떻게 하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반면 스트리트 스마트는 세계를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현실의 경제에서 인간은 서로 더 많은 이득을 차지하려 싸운다. 경기가 불황이냐 호황이냐에 따라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때로는 협력을 모색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의 경제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컴퓨터와 최적화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싸움은 가격 경쟁과 임금 덤핑에만 집중해왔다. 노동자는 실직의 두려움과 인센티브의 압박으로 꼼짝없이 길들여졌다. 


이런 식으로 생각과 행동은 점점 더 강하게 분열 양상을 띤다. 북 스마트는 모두가 공평하게 누릴 풍요를 주장한다. 반면 스트리트 스마트는 경쟁의 승리나 생존만 외칠뿐이다. 


스트리트 스마트의 행태는 무의미한 과부하를 초래했으며, 시장 참여자들의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묵인하게 만들었다. 이제 경제는 말 그대로 기회주의자들의 정글이 되어버렸다. 


정보의 우위를 선점한 쪽은 이를 철저히 악용한다. 이런 모든 스트리트 스마트 효과가 함께 어울려 악순환, 죽음의 소용돌이를 빚어낸다. 


갈수록 더 기회주의가 득세하며, 고객의 신뢰는 사라지고, 상품의 품질은 계속 나빠지기만 한다. 


 Ⅲ. 퍼스트 클래스 안목을 앗아가는 끝없는 일상 업무


세컨드 클래스는 무엇이 퍼스트 클래스인지 알아보지 못한다. 천재적이며 카리스마 넘치는 독창적인 위대함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 이들은 그저 모든 것을 규칙과 기준에 따라 평가할 뿐이다. 


아는 것이 없어서! 아무것도! 세컨드 클래스는 뭐가 뭔지 알지 못해서 결국 학문을 파괴한다. 그저 서류철이나 꼼꼼하게 챙기는 동사무소 서기랄까. 거기다 누군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것은 아닌지 늘 두려워한다. 


세컨드 클래스 교수는 후임을 채용할 때 서드 클래스만 찾는다. 그래야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세컨드 클래스는 어리석은 동시에 교활하다. 퍼스트 클래스를 알아보지 못해 어리석으며,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만 채용해 교활하다. 


First Class hires fist class, second class hires thrid class


자신의 분야에 아무런 업적으로 남기지 못하는, 절대 어떤 업적도 남길 수 없는 삼류가 학계에 득시글거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이없을 정도로 웃기는 사실은 이 삼류가 대부분 최고를 채용한다는 점이다. 


삼류는 그저 순진하게 실력이 좋은 사람을 찾기 때문이다. 물론 삼류도 최고를 알아보지 못한다. 삼류는 흔히 최고를 이류와 혼동한다. 그러나 최고를 삼류와 혼동하는 일은 없다. 


최고는 삼류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고는 삼류에게 채용되기를 원치 않는다. 삼류의 영향력 아래서는 제대로 된 연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퍼스트 클래스는 절대적 기준을 세컨드 클래스는 상대적 기준을 적용한다. 


퍼스트 클래스 태도를 갖춘 사람을 채용해 그에게 직장에서 할 일을 가르치자. 영어로는 더욱 간단하게 표현된다. 


태도를 채용해 기술을 훈련시켜라 Hire for Attitude, train for skills. 


이 말에는 많은 진실이 담겨 있다. 축구 경기만 봐도 이 경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최고의 축구선수는 카리스마를 자랑하며 책임을 떠맡고 이류에게 동기를 심어주어 승부욕에 불을 지른다. 


이류를 이끄는 지도자형 선수가 소속된 팀이 바로 승리를 구가한다. 최고는 패배로부터 배우고, 축구를 사랑하고, 상대의 실력을 존중할 줄 안다. 


물론 이런 태도가 전부는 아니다. 탁월한 최고가 되려면 재능과 감각이 필수다. 


퍼스트 클래스의 징후 


최고를 구별하는 일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최고의 축구 경기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소비자는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천재적으로 단순한 것이라 생각할까?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미래에 어떤 주거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할까? 어떤 교통 체계가 이상적인 체계일까? 지식 사회에서 최고의 교육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우리는 문인과 사상가와 엔지니어인 국민으로 살아가며 메이드 인 저머니라는 자부심을 계속해서 누릴 수 있을까? 


미래에 우리가 필요로 할 인물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그를 키워낼 수 있을까? 우리의 인생이 추구해야 할 의미는 무엇일까? 직업이라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우리는 어떤 책임을 감당해야 마땅할까? 무엇이 최고의 연구이며 개발이자 업무인가? 어떻게 하면 최고를 실현해낼 수 있을까?


이처럼 퍼스트 클래스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살펴야 할 수많은 질문을 제시한다. 


북 스마트인 세컨드 클래스의 특징


야심가는 모든 규칙을 완벽하게 지키며, 선생이나 부모의 지시를 실행함에 있어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이들은 대개 아는 척을 일삼는 북 스마트이다. 아무튼 모르는 것이 없다. 


이들은 능력은 갖추었으나 퍼스트 클래스로서의 태도는 한참 부족하다. 전교 1등의 창의성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그저 안전한 쪽으로만 행동하기에 인생의 무게를 고스란히 감당하지 못한다. 


이들은 절대 스트리트 스마트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스마트는 기준 따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세컨드 클래스는 전체적으로 기준과 지시 사항 목록에 따라 행동한다. 칭찬받기에 필요한 의무만 다할 뿐이다. 


세컨드 클래스는 상대적으로만 생각할 뿐,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거의 없다. 진짜 최고가 되는 건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 그저 남보다 한 발만 더 앞서가면 되는 거야. 


그러면 가능한 오랫동안 이 바닥에 머물 수 있어. 이것이 그리 완벽하지 않은 세컨드 클래스의 신조다. 그저 경쟁자보다 약간 더 앞서기만 하면 될 뿐이다. 


상대적 평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절대적인 관점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이 퍼스트 클래스의 자세다. 


  [ 글을 마치며 ]


지금까지 정리한 내용 중에 두 가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고찰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북 스마트와 스트리트 스마트의 차이를 알고 어떤 면을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북 스마트 사람들은 기존의 이력을 알고 정리하고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그 기준에서 벗어나게 되면 제제를 가하고 그 안에서만 최선을 다하게 하는 형태로 관리하게 하고 사람들은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나 개인은 성장할 수 있다. 기존에 있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며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알고 답습하지 않게 된다. 


스트리트 스마트는 기존의 규칙과 관리제도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왜 이런 규제가 생겼는지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자신이 활동하는 범위에 제약이 된다면 규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 과정에서 스트리트 스마트는 최대한의 리스크를 떠안고서라도 효율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이 두 가지를 보게 되면 북 스마트와 스트리트 스마트 모두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기존의 이력에 대해서 공유하고 규제가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추후에 발생될 수 있는 리스크를 관리하거나 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발전되어서 모든 기준을 하나로 통일시키고 잣대로 정해놓으면 어느새 사람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보다 기준을 먼저 찾고 수립하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기준점에서 벗어나기 못하게 된다. 때때로 어떤 이는 기준점을 벗어나서 스스로의 판단으로 결정을 내리고 그것의 성과가 잘 나게 될 경우 기준을 지키는 사람들의 질타를 받게 된다. 


결국 북 스마트와 스트리트 스마트의 장점과 단점,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에 대해서 모두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퍼스트 클래스가 되기 위해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이다. 


퍼스트 클래스는 절대적인 기준을 따르게 된다.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어떤 수준의 것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정립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식당 사장을 예로 들어보자. 자신의 가게에 젓가락이 손님들이 불편해하거나 혹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과감하게 투자해 바꾼다. 


다른 가게가 다 이와 유사한 것을 쓴다는 이유로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는다.


만약 기준점을 찾고 동일한 방식과 유사한 것을 찾는다면 어느새 특색은 없어지게 되고 다른 곳에도 있을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되고 가격 경쟁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 때문에 퍼스트 클래스는 자신만의 기준을 정립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혹은 방법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다. 


절대적인 자신만의 기준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이제 두 가지를 조금 복합적으로 생각해보자. 퍼스트 클래스가 되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퍼스트 클래스가 되기 위해서는 북 스마트와 스트리트 스마트 둘 중 무엇이 더 좋은 방법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북 스마트와 스트리트 스마트 모두 장단점이 존재한다. 북 스마트의 장점은 더 나은 사회 구축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이고 단점은 창의성을 제약하고 관리 일변도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스트리트 스마트의 장점은 새로운 것을 받아 들고 사회의 변화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것이다. 반면 단점은 규제를 어기는 경우가 무분별하게 생겨 기회주의자들이 판을 치는 세계로 발전된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이 과정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좀 더 명확해진다. 


자신 만의 기준으로 세우고 남들과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높은 목표를 위해 살아가는 퍼스트 클래스의 삶을 동경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적인 규범과 질서가 유지되고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북 스마트의 자세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참고 도서 :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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