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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May 04. 2022

포스트 메타버스

가상공간은 새로운 시간과 공간의 활용을 가져다준다.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최근 메타버스가 화제다. 초월을 뜻하는 메타와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를 결합한 단어인 메타버스에 대한 해석은 아직까지 각자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제각각이다. 


관련 기술의 발전과 시대 환경에 따라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란 현실 가상 융합에 기반한 확장 가상 세계이자 융합 경제 플랫폼이다. 


이런 메타버스가 앞으로 어떻게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상상을 한 번 해보도록 하자. 


Ⅰ. 메타버스, 어디까지 왔나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욕망


케빈 켈리가 쓴 기술의 충격이라는 책에서 테크놀로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생명력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테크놀로지가 생명체의 특징인 자율성, 생식, 증식, 진화, 에너지 프로세스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테크놀로지가 생명체로써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즉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인데, 그 에너지는 다름 아닌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선사시대 때부터 인간이 존재했으니 테크놀로지도 인간이 존재하던 바로 그 순간부터 존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테크놀로지 중에서도 가상현실이 가장 앞선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예로 라스코 동굴벽화를 가보면 들어가는 순간 와, 경이롭다 하는 느낌이 우리를 압도한다. 이 동굴벽화는 단순히 그림이 아니다. 동굴 그 자체가 하나의 가상 세계인 것이다. 


오늘날의 언어로 비유하자면 현실 세계의 연장에 있지만 현실은 아닌 또 다른 세계가 메타버스다. 


즉 인간의 욕망이 그때부터 이미 하나의 가상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이미 1만 5천 년 전 동굴벽화에 각인되어 있다. 


그 이후로도 역사적으로 이러한 욕망의 결과물을 살펴볼 수 있다. 유럽 중세 성당에 가보면 그 화려함과 엄숙함에 놀라게 된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타고 들어오는 오색 창연한 빛이 만들어내는 그 성당의 공간 자체가 현실 세계와 천국이 만나는 일종의 중간 세계라고 볼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가면 천국과 현실 사이의 그 중간 세계가 또 다른 형태로 바뀐다. 


선형 원근법이 개발되기 시작한 르네상승 시대에는 이제 벽면을 추상적인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니라 현실과 완전히 같은 3차원 세계로 재현할 수 있게 된다. 


즉 벽면의 그림은 2차원 평면의 그림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공간의 벽면으로 그림을 통해 확장된 가상의 공간, 즉 천국의 세계를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세계관의 변화


미디어로서의 메타버스를 말하기 전에 우선 4차 산업혁명의 맥락을 살펴보자. 산업혁명의 특징은 1차부터 4차까지 증기기관, 전기, 디지털, 그리고 인공지능이라는 파괴적인 기술이 등장하여 급격한 사회 변화를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술의 혁신을 넘어 세계관의 변혁으로도 볼 수 있다. 


1차 산업혁명은 기계 혁명으로서 기존의 세계관을 변화시켰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시간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의 저자 올더스 헉슬리는 산업혁명을 배경으로 한 Time and the Machine이라는 시에서 이런 표현을 썼다. 


시간은 새로운 발명품이다. 우리가 이전까지 생각했던 시간은 이제는 더 이상 없다. 예전의 시간은 자연계가 우리에게 주어준 시간이다. 


즉 해 뜰 때, 해가 중천에 떴을 때, 해가 질 무렵, 해가 진 후,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이제 새로 정의된 시간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시간은 산업사회의 새로운 발명품이다. 제임스 와트와 스티븐슨은 시간의 발명자들이다. 


1차 산업혁명으로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고 2차 산업혁명은 공간의 개념을 바꾸었다. 인간의 위치와 삶은 X-Y 좌표가 아니라 X-Y-Z 좌표로 정의된다. 


3차 산업혁명 때는 사이버 공간이 생겼다. 4차 산업혁명은 장소에 대한 혁명으로 새로운 공간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Ⅱ. 메타버스에 대한 다양한 입장


페이스북은 메타버스의 개발에 사운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1만 명의 연구자들이 메타버스를 개발하기 위해 투입되었고 1년에 100억 달러의 예산을 쓰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향후 5년 이내에 추가로 1만 명의 엔지니어를 더 뽑아 메타버스 개발이 투입할 것이며, 마찬가지로 매년 1천만 달러의 예산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를 통틀어도 코어 인력 100명, 개발자 1,000명을 모으기가 어려운데 메타버스를 개발하기 위해 벌써 1만 명의 인력을 투입했다는 것을 보면 메타버스를 단순히 실리콘 밸리나 월스트리트의 유행어로 치부할 수는 없을 듯하다. 


또한 한국과 중국도 메타버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서로가 어떤 형태로 보조를 맞춰 갈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이렇듯 메타에서 가상현실이라는 플랫폼으로서의 메타버스를 말하고 있다면 MS는 다른 관점에서 현실 공간을 기반으로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만드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인과 외국인이 각자 모국어로 대화하면 그것이 저절로 번역되는 식의 상징적인 콘셉트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언어의 장벽 없이 누구나 메타버스에서 만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으리라는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MS가 특히 주력하는 분야는 오피스 쪽으로 팀 동료들을 만나 어떻게 효과적으로 일하게 될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 


현재 당면하고 있는 줌 기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점을 MS는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 보여주는 것이다. 


Ⅲ. 메타버스와 공간


가상에서 주거 공간의 역할


가상공간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옷을 바꿔 입을 수도 있고, 먹지는 않겠지만 음식들을 다양하게 차려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 공간과 비슷한 모습을 갖출 수는 있지만 옷을 수납하지 않기 때문에 수납공간도 필요하지 않고, 요리를 하지 않으니 부엌 공간도 의미가 없으며 잠을 자지 않는데 침대를 두어야 할 이유도 없다. 


앞으로는 라이선스를 가진 건축가의 역할이 많이 줄어들고,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크리에이터가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또한 그들이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한 건축에 대한 고정관념을 상당 부분 깨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건축 디자인에 대한 진입 장벽이 상당히 낮아지고 있다. 초보자도 며칠이면 건물을 만들 수 있고, 그 외에도 플랫폼이 누구나 자신의 건물을 디자인할 수 있는 툴들을 제공한다. 


예전에는 제로에서부터 디자인을 고민해야 했다면, 지금은 아이디어부터 툴까지 손쉽게 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공간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의 역할이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Ⅳ. 누구나 원하는 대로 존재할 수 있는 세계


새로운 세계를 향한 변화들


예전에는 누군가와 대화하기 위해 직접 찾아가야 했다. 그러다 전화기가 발명되고, 이어 인터넷이나 영상통화,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여러 디바이스도 만들어졌는데 처음에는 각 집집마다 데스크톱 PC가 한 대씩 놓였다가 이제는 모두의 손안에 모바일 컴퓨터가 보급되었다. 


사람들 간에 주고받는 데이터 역시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비디오로 발전했다. 


앞으로도 무언가는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그 발전하는 방향이 결국 메타버스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상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인터넷보다 훨씬 몰입화된, 체화된 인터넷을 느끼게 될 것이고 손안에 들고 있는 디바이스를 넘어서서 내 눈앞에 바로 접목된 디바이스를 경험할 수 있으며 비디오를 넘어서 훨씬 몰입감 있는 홀로그램 같은 것을 활용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세상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피라미드로 설명했는데 아래 단계의 욕구가 해결되면 상위 단계의 욕구로 넘어가게 된다고 한다.


생리적 욕구 - 안전의 욕구 - 친밀감과 우정의 욕구 - 자존감과 성취의 욕구 - 자아실현과 창의의 욕구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야 행복을 느낀다. 그래서 산업화 시대의 기술 개발 목표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상위 레벨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행복해진다. 자연히 다음 단계에 있는 친밀감과 우정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산업화 이후 인터넷 시대에 풀고자 하는 기술적 목표였다. 


그래서 주변 사람이나 멀리 있는 사람들과 친구를 맺고 내 일상을 공유하며 좋아요를 받는 데서 오는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 같은 서비스가 성공을 거두게 된 셈이다. 


전 세계가 연결되어 친밀감과 우정의 욕구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에는 궁극적으로 가장 위 단계에 있는 창작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질 것이다. 


그에 따라 앞으로는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으로 사람들이 창작을 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결국 인공지능 기술은 단지 지식의 저장이나 축적으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걸 넘어서서 우리가 발산하고 싶은 창의력을 아주 쉽게 발현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글을 마치며 ]


가상공간이라는 개념은 아주 오래전부터 발생되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석기시대부터 동굴 벽화를 그리며 인류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는데 알고 보면 그 공간 역시 인간이 생각해낸 가상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이후에는 성당의 건축에서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서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서 신이 존재하는 공간과 같은 느낌을 주려는 노력도 가상공간의 일종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가상공간은 이런 상상력이 기술과 결합해 눈으로 좀 더 직접적으로 보고 느끼는 것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그런 가상공간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직접적인 이동 없이 현실과 동일한 세계를 느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상공간은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어떤 곳과 접속만 할 수 있다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명한 관광지나 여행지에 대한 간접적인 체험을 해볼 수도 있고 문화적인 활동도 해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업무에서의 활용이다. 


실제와 완벽하게 동일한 가상공간에서 우리는 작업장을 세팅해보고 실제 공간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인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비용이나 기회비용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무한한 상상력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상상력의 실체는 실제와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 반영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서 상상력을 현실의 세계에 투영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였다. 


가상공간이 실제와 동일한 느낌을 줄 수 있게 된다면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 머릿속에서만 구현되어서 구체적인 표현이 어려웠던 것들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위의 세 가지 중에서 가장 큰 성장성이 보이는 부분이 마지막 세 번째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발전 단계를 다시 살펴보면 왜 이런 생각이 가능한지 추측해볼 수 있다. 


기본적인 욕망이 실현되고 나면 점점 더 높은 수준의 욕망이 생겨나게 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높은 단계의 욕망이 창의성의 실현이라는 것이다. 


지난 과거의 1,2,3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단계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냈고 시간적인 자유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더 윗단계의 욕망을 갈구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문화적인 발전을 원했고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의 산업이 발전해나가고자 하는 방향도 이와 유사하다. 


노동 생산성이 아닌 정신적인 생산성으로 발전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창의적인 변화,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욕망이 점점 더 켜지고 있다. 


메타버스, 가상공간은 우리의 이런 창의력을 높이는 것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는 기술로서 가장 높은 단계의 욕망을 실현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도서 : 포스트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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