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순간 뇌리에 박히고 오래갈 수 있는 비결 컨셉을 알아보자.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뜨려면 한국으로 가라라는 말이 있다.
한국이 세계적인 테스트 베드 국가로 주목받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IT와 인터넷의 발달 덕이 크지만 한국인 특유의 성향도 한 몫 거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인의 강한 호기심, 사회 전반에 깔린 경쟁 심리와 유행에 민감한 집단주의적 성향이 IT기술과 결합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은 몇 년에 걸쳐 피드백이 오는 해외 시장과 달리 단 몇 개월 안에 상품에 대한 피드백을 보여주기 때문에, 한국을 세계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기업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한국의 소비자들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움직이고 있고 마케팅적인 요소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런 한국의 마케팅 시장에서 어떤 성공적인 컨셉들이 있었는지 알아보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 어떤 컨셉이 우리에게 오래 기억되고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남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Ⅰ. 이니스프리와 제주가 만나다.
이니스프리는 자연주의 이미지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 분야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네이처 리퍼블릭이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자연주의를 연상할 수 있었고, 자연 그대로의 원료를 쓴다는 셀링 포인트를 앞세워 자연주의 = 네이처 리퍼블릭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구축했다.
그래서 이니스프리는 새로운 컨셉을 통해 변화를 꾀했다. 모호한 개념의 자연주의 화장품이 아니라 한 번만 들어도 바로 인식할 수 있는 직관적인 컨셉으로 방향성을 바꾸었다.
그 컨셉이 바로 Natural Benefits from JEJU 이다. 제주라는 아주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장소를 통해서 자연주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좀 더 쉽고 분명하게 체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니스프리는 브랜드의 활동 중심에 제주를 두었다. 제주를 원료로 제품을 만들고 제주에 브랜드 체험관을 지었다.
제주 에코 힐링 여행책자를 제작하고, 매장의 디스플레이도 제주의 자연을 직관적으로 연상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심지어 TV 광고도 광고모델보다 제주에서 생산된 원료에 더 포커스를 맞췄다.
제주의 천연 재료로 만든 화장품이라는 사실 덕분에 제품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졌다. 깨끗한 재료로 순하게 만든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인식을 주었기 때문이다.
제주 캠페인 이후 자연주의 화장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이니스프리라고 말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제주가 더해진 컨셉을 중심으로 브랜드가 새 옷을 입었을 뿐인데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구매도 늘었다.
더불어 중국인들의 제주 사랑으로 이니스프리의 매출은 엄청난 상승을 보였다.
Ⅱ.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줘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광고주를 연이어 영입했다. 그러다 보니 일이 많아졌고 새로운 직원을 뽑기 위해 채용공고를 내었다.
많은 지원자가 지원을 했고 영혼 없는 자기소개서를 그냥 넘기다시피 하며 읽던 차에 제 눈을 사로잡는 하나의 자기소개서가 있었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 사귀었던 남자 친구가 24명입니다.
이 한 줄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했다. 오호라, 제법인데? 무슨 매력이 있는 거지? 광고회사는 설득도 잘하고 사람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는데 적어도 남자에 대해서는 잘 알겠군.
그 지원자에 대한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결국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면접을 통과하게 되었다.
이력서 한 장에도 컨셉이 필요하다. 이전보다 더욱 경쟁이 치열해진 시대에는 그 누구라도 냉정하게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다르지 않으면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 다르다는 것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진다는 것이고, 세상에 없는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들 사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 바로 컨셉이다.
소비자와 브랜드를 이어주는 힘
소비자의 마음에 다리를 놓는 컨셉이 없으면 많은 이들이 실수하는 것처럼 일방적인 자기 자랑과 과시만 하고 마는 브랜드가 된다. 그런 브랜드는 시장에서 사랑받기 힘들다.
소비자들은 그런 브랜드는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선택해야 할 이유도 찾지 못한다. 컨셉은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해주는 너와 나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Ⅲ. 새로운 식당의 출현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필요를 느끼게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어릴 때 물을 사 먹는 시대가 올 거란 선생님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물을 사 먹는 행위가 너무나도 당연해졌다.
햇반이 처음 나왔을 때도 같은 반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햇반이 대한민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제품이 되었다.
하지만 성장이 다소 주춤해졌고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바로 혼밥족을 겨냥한 것이다. 혼자서 밥을 먹다 보면 여러 반찬을 차리기가 번거로워서 간단하게 먹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특징을 토대로 햇반과 함께 한 끼 식사가 해결되는 제품을 만들었고 그게 바로 햇반 컵반이다.
출시 초기에는 혼자 사는 가족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라는 컨셉으로 나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소비자들은 1+1 제품 정도로 생각했다.
컨셉은 소비자의 필요와 제품이 가진 장점이 만나서 도출된다는 원리에 따르면, 이 컨셉은 제품이 가진 특징만 돋보이고 소비자의 필요는 잘 반영되지 않았다.
CJ는 핵심 타깃층에 좀 더 주목했고 가정식 메뉴로 접근하기로 한다. 이런 생각들이 토대로 밥과 국이 묶인 1+1 제품이 아니라 집에서도 즐기는 1인 식당 컨셉으로 바꾸었다.
햇반이 나를 위해 차린 매일의 가정식, 1인 식당
햇반 컵반은 컨셉 하나 바꿨을 뿐인데 출시한 지 2년 만에 4,500만개의 누적 판매율을 달성하고 한 달 평균 180만개를 팔아치울 정도로 성장했다.
더불어 햇반 단품의 판매도 덩달아 견인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게 되었다.
물리적으로 결합된 제품이라는 특징 하나로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한 사람을 위한 식당이라는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 것이다.
가치를 만들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브랜드에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Ⅳ. 오래오래 입고 싶은 옷
트롬은 드럼 세탁기 시장을 개척하여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이다. 수십 년 동안 통돌이 세탁기가 점령하던 시장을 무너뜨리고 10여년 넘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컨셉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드럼이 나왔을 때에 소비자의 습관을 바꾸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긴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이럴 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USP (Unique Selling Point) 즉 제품의 가장 강력한 장점을 내세우는 것이다.
트롬의 광고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승리했던 회사가 제안했던 새로운 관점은 드럼 세탁기의 USP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프리미엄 세탁기가 주는 직접적인 혜택이 무엇일가? 였다.
그들이 주목한 포인트는 좋은 세탁기가 아니라 좋은 옷이었다.
좋은 옷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행위를 읽어낸 것이다. 매번 그 옷 하나를 세탁소에 맡기는 것이 쉽지 않으니 좋은 옷을 위한 좀 더 좋은 세탁기가 있었으면 하는 필요를 발견해 낸 것이다.
트롬은 오래 입고 싶은 좋은 옷을 위한 세탁기로 포지셔닝 한 것이다.
오래 오래 입고 싶어서, 트롬
트롬은 현재 드럼 세탁기의 대명사가 되었다. 카테고리의 대표가 되도록 만들어준 컨셉은 모두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곳 반대편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Ⅴ. 비범함은 상황을 바꾸는 열쇠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는 이제 TV광고는 죽었다고 주장하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앞으로는 보편적이 미디어 광고로 승부를 볼 게 아니라 놀랄 만한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에 열광할 소수를 공략하는 것이 마케팅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파한 책이다.
책에는 수백 마리의 소떼가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던 저자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이 그림 같은 장면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는데 비슷한 무리의 소들이 새로 나타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한때 경이롭게 보이던 것들이 평범해 보이는 순간, 지루해진다는 것이다. 그 소의 무리 안에 완벽한 놈, 매력적인 놈, 또는 대단히 성질 좋은 놈이 섞여서 아름다운 태양빛을 받으며 서있다 할지라도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만일 그 사이에 보랏빛 소 한 마리가 서 있다면 어떨까? 비범한 그 소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주목할 만한 보랏빛 소의 힘이다.
이 책에서 주장한 것처럼 기존의 TV광고가 모두 죽는 현실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위세는 많이 떨어졌다.
TV광고에 대한 대안으로 보랏빛 소가 마케팅의 만능 열쇠가 아닌 것도 확인되었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특별한 것이 아니면 광고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마케팅이 아닌 제품에 대해 지적한 것이지만 위기에 처한 브랜드에는 주목할 만한 마케팅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생긴다.
[ 글을 마치며 ]
마케팅은 컨셉이라는 말이 가장 크게 와 닿았다. 어떤 컨셉이 확실하게 존재하는 브랜드나 제품은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이 된다.
나이키의 마크는 사람들의 도전 의식을 고취시키고 애플의 사과 모양은 창의적이거나 최첨단의 제품이라는 인식을 갖게끔 한다.
다른 명품 제품들의 경우도 이와 매우 비슷하다. 명품 제품들은 모두 제각각 자신만의 고유한 컨셉이 존재하고 그 컨셉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차별화된 인식을 전달하고 있다.
즉, 컨셉이 차별화를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식을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컨셉을 잡지 못한 브랜드나 제품은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는 꼭 제품을 판매하는 마케터로서의 자질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도 차별화된 컨셉이 존재해야 하고 특징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깔끔한 이미지를 주는 사람은 그 이미지로 인해서 다른 부분에서도 유사한 이미지를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
올바른 이미지를 주고 그 이미지를 토대로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꼭 비싼 명품을 두르는 것이 아니어도 깨끗하게 정돈된 옷을 입거나 걸음걸이를 올바르게 하거나 말투를 공손하게 사용하는 것도 이에 해당될 수 있다.
결국, 컨셉을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서 개개인의 삶도 변화될 수 있고 브랜드도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대기업 중에서 고전을 예전의 영광을 보여주지 못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업이 하나 있다.
바로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동영상 시대에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매력을 광고주들에게 어필하지 못했고 인스타그램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아직 글로벌 빅 테크 기업에 들어갈 정도로 탄탄한 기업이지만 미래 성장성 측면에서는 다른 여타의 기업들에 비해서 인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부분이 존재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 신사업에 열중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바로 메타버스라는 공간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명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전환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모양새이다.
아직 이렇다 할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가시화된 기술이 상용화되어 시장에 나온 것은 아니지만 메타버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다.
이렇듯 컨셉이 주는 힘은 대단하다.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가치까지도 상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보랏빛 소가 정말 있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들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 무리에서 특정되거나 차별화된 하나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만약 보랏빛 소가 한 마리 있다면 이라는 상상을 해보면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도가 습관이 되면 보랏빛 소를 상상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 도서 : 결국, 컨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