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 돈을 버는 사람은 무엇을 보는가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2020년에 사람들이 만나서 하는 대화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한 번은 주식투자 열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은 항상 마이너스의 손이라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친구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집을 사면 값이 오르는데 자기가 집을 사면 오히려 떨어지거나 그대로이며 남들은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데 자기가 주식에 투자하면 항상 손해만 봐서 마음이 씁쓸하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주식투자를 할 때 주변 지인들이 추천해준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데, 큰 이익을 볼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투자하고 얼마 되지 않아 주가가 떨어져 손실을 봤고, 다시 원금이 될 때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직에서 은퇴한 지금 남은 재산을 가지고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데 미래를 생각하면 암담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겪는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닐 것이다. 아니 어쩌면 주식이나 부동산을 통해서 성공한 사람들보다는 실패한 사람들이 주변에 더 많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인지 나는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성공하는 투자자 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Ⅰ. 자본력을 갖췄다면 이만한 기회도 없다.
주식시장은 외환위기 직후 침몰하고 있었다. 월간 기준으로 1997년 5월에 756.77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는 외환위기 이후 1998년 6월에는 297.88까지 반토막 이상 떨어졌다.
개인이고 기관이고 투자자들은 겁에 질려 앞다투어 주식을 팔아치우고 시장을 떠났다. 그 무주공산을 채운 것은 외국인이었다.
1998년 4월에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종합대책이 발표되고 이어서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폐지되었다. 외국인들은 거의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국내 주식을 거저 줍다시피 하며 쓸어 담았고, 같은 해 중반부터 코스피지수는 급등세로 돌아섰다.
국내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왔고 외국인들은 엄청난 이득을 거뒀다. 외국인들이 헐값을 자산을 쓸어 담은 또 다른 시장은 부동산이었다.
대기업의 잇따른 부도 사태, IMF 구제금융에 따른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던 빌딩, 공장, 부지 등이 줄줄이 매물로 나왔다. 개인도 외환위기에 따른 공포감에 대출이자가 13%에서 25%로 급등하면서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주택 매물이 쏟아졌다.
당시 땅값이 200조 원이나 증발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 전반이 폭락했고 외국자본들은 헐값으로 국내 부동산을 주워 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자 금싸라기가 되는 땅들을 선점한 기업들은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우리 정부와 IMF가 고금리 정책을 철회하기로 합의한 후에는 대출금리가 10%대로 떨어졌다. 이자 부담이 낮아지자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2002년에는 집값이 반등해 IMF 직전 수준까지 올라갔고, 2006년에는 집값이 크게 올라 이른바 버블 세븐, 강남 불패라는 말이 유행했다.
어려움에 빠진 개인과 기업들이 내놓은 부동산을 사들인 주요 세력은 외국자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당시에도 돈이 있는 국내 기업이나 개인이 있었을 텐데 이들이 왜 그 자산을 사들이지 않았을까?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한 가지 중요한 패턴을 읽을 수 있다. 개인은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면 공포에 사로잡히고 시장에는 매물이 쏟아진다. 이때를 노리는 세력들이 있으니 일부 기관과 외국인들이다.
이들은 기다릴 줄 알고, 시장의 공포나 환희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투자가치가 높은 매물이 헐값으로 쏟아지기에 남들이 위기라고 생각할 때가 투자의 기회이기도 하다.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면 이만한 기회도 없다. 이 패턴을 이해하여 과도한 공포나 과열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한다면 개인도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Ⅱ. 알뜰하게 저축하면 부자 되는 시대의 종말
외환위기 이전에는 취직하면 열심히 일하고 알뜰하게 저축하는 것만으로도 부자까지는 못되어도 중산층으로는 충분히 살 수 있었다. 평균수명도 지금처럼 길지 않았으므로 정년까지 일하고 은퇴하면 퇴직금과 저축으로 여생을 보내는 데 별문제가 없었다.
외환위기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고 알뜰하게 저축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통념도 허물어졌다. IMF 이전에 재형저축은 14~17% 정도의 금리를 제공했고 일반 정기적금도 두 자릿수의 금리를 제공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도 4~6% 정도는 되었다.
Ⅲ. 더욱 거세진 재테크 열풍
1990년대부터 조금씩 불기 시작한 재테크 바람은 IMF 외환위기로 평생직장의 개념이 깨지면서, 그리고 IT 버블이 일면서 바람에서 태풍으로 바뀌었다. 코스닥 투자에 직접 뛰어드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간접투자 상품, 즉 펀드 열풍도 불었다.
1999년에 현대증권이 내놓은 바이코리아 펀드가 그 대표주자였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270까지 떨어진 상태였는데 당시 현대증권 대표였던 이익치 회장은 2005년에는 코스피가 6000까지 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면서 펀드 판매에 나섰다.
당시 한 광고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는데, 국내 주식 시장 총액이 일본의 통신회사인 NTT하나만도 못하다는 내용이었다. 바이코리아 펀드는 54일 만에 무려 5조 원을 판매하는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펀드 열풍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이후 다양한 거품 붕괴와 2008년 금융우기로 -50%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고 2014년이 되어서야 원금을 회복한 펀드도 많았다.
한편 부동산 재테크 열풍도 불기 시작했다. 특히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시기에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주택에 투자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주식을 하는 사람은 주식만, 부동산을 하는 사람은 부동산만 했다면 이제는 부동산이 달아오르면 부동산으로 갔다가, 부동산이 가라앉으면 주식으로 옮겼다가 주식시장이 식으면 다시 부동산으로 가는 패턴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주택 말고도 개인들 사이에서는 땅 투자 열기도 뜨거웠다. 2004년과 2005년에는 삼성동에 이른바 기획부동산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이런 기획부동산들은 신도시, 온천 발견과 같은 개발 호재를 내세우고 그럴싸하게 만든 관공서 서류를 증거로 보여줬는데 그러면 사람들은 그 땅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가보지도 않고 허겁지겁 사들였다.
한 기획부동산은 맹지에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소문을 퍼뜨려 30만 평을 500평씩 잘라서 팔았다. 기획부동산은 평당 1~2천 원에 사들였다가 많게는 평당 20만 원까지 받고 팔았다. 원래는 30만 원을 받아야 하지만 할인해준다는 말에 속아서 산 사람 중 대부분이 의사, 변호사, 교수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이었다.
이른바 엘리트로 꼽히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의외로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고 엘리트 대접을 받으니 다른 분야도 쉽게 생각했다가 본전도 못 찾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공부하지 않고 뛰어드는 투자는 백전백패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Ⅳ. 감당 가능한 선에서 견디면서 기다려라.
덧붙여 2008년 금융위기로 나타난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은 한국과 미국의 커플링이다. 나도 그랬지만 많은 사람이 미국의 금융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우리 경제는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위기가 터져도 설마 우리에게 무슨 대단한 타격이 될까 하는 생각이었다.
외환위기의 트라우마가 있었던 한국인 중에는 미국이 위기에 빠진 것을 고소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우리 경제에도 폭탄이 떨어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미국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절감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 경제는 독자적으로 갈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우리가 독자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폭은 넓지 않다.
우리는 중국에도 미국에도 수출하지만 중국에 수출한 것도 결국은 미국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 경제는 미국을 빼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렇다면 미국에 투자하는 게 낫지 않을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신흥국의 유행이 지나가고 미국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이기도 했다.
Ⅴ. 위기 속 기회는 어디서 오는가
큰 정부의 첫 번째 통제 수단은 돈
위기가 찾아오면 정부의 첫 번째 대응은 확장적 재정정책, 즉 돈을 푸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때는 공적자금을 조성해 부도 위기에 몰린 금융기관과 대기업에 주로 투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금리를 인하했고, 코로나 19에는 금리 인하와 자금 투입을 한꺼번에 실시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때처럼 기업 위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에서 한 발 나아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재난지원금이나 재난 기본소득과 같은 이름으로 개인에게 직접 돈을 지급하는 초유의 정책도 등장했다.
평상시에도 정부는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지만 경제의 기본은 시장의 자유로운 흐름이다. 그러나 위기가 닥치면 정부이 직접 개입이 불가피하다. 평상시에는 작은 정부지만 위기 시에는 큰 정부의 개입으로 경제를 이끌어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 19로 경제가 얼어붙자 세계 각국의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강력한 봉쇄 조치, 상점 폐쇄, 국경 폐쇄와 이동 제한과 같이 국민의 기본적인 자유까지 제한하는 여러 가지 강경책들을 쏟아냈다.
위기 상황에서는 시장의 기능이 망가지기 때문에 큰 정부가 사회를 통제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이 경우 첫 번째 통제 수단은 돈이다. 자본주의는 물론 공산주의도 통제의 우선순위는 돈이다.
정부가 나서서 막대한 돈을 시장에 투입한다.
시중에 자금이 풍부해지면 그 돈은 어디로 갈까? 정부가 바라는 것은 기업으로 들어가 기업이 잘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돈이 가계로 흘러가 소비로 이어짐으로써 생산과 소비가 정상화하고 경제가 정상 궤도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단기 흐름뿐 아니라 장기적인 변화까지 파악하라.
위기 국면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평상시에 나타나지 않는 현상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들은 하나의 기회이고, 잘 이용하면 이익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현상에만 매몰되어 상황이 변화하는 타이밍을 놓치면 오히려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흐름에 대응하는 한편으로는 장기적인 상황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는 자세도 꼭 필요하다.
시장에 위기가 찾아올 때 단기적으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현상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이다. 이는 쉽게 이야기하면 고농축 비타민, 더 심하게 말하면 약물 주사와도 같다.
정부가 부양책을 쓸 때는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 채권을 많이 발행한다. 그러다 보면 일반적으로는 장기 채권이 단기 채권보다 수익이 더 높아야 하는데 일시적으로 단기 채권의 수익률이 더 높아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상으로 회복된다. 약물 투입이 효과를 내는 초기 주식시장에서는 종목 차별 없이 상승 흐름을 타는 국면이 나타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초기 단계에는 종목을 세세하게 따지지 않고 사도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약발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체력이 약한 녀석부터 낙오하기 시작한다. 한 달도 안 되어 옥석구분의 시간이 온다. 이러한 변화가 나타날 때는 PER, 배당수익률과 같은 재무지표를 반드시 따져 우량종목으로 갈아탈 채비를 해야 한다.
투자의 힌트는 일상 속에 있다.
가치투자라고 말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기업의 가치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남들이 찍어주는 종목과 테마주를 쫓아다니면서 묻지 마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어쩌다 운 좋게 돈을 벌 수도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 돈을 잃는다.
도박에 돈을 걸면서 부자가 되길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양한 자료를 찾아 기업과 산업의 가치를 파악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해서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단기적인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만의 가치에 따라 뚝심 있게 투자하면서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 글을 마치며 ]
노동 소득이 자본 소득을 앞지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이 된 사실이다. 자본주의가 태동을 하기 그 전부터도 이미 노동 소득은 자본 소득을 앞지를 수 없었다.
동양의 역사에서 조선시대에도 토지를 가진 부자들은 땅을 빌려준 대가로 수확한 쌀의 50%를 가지고 갔다. 어떤 때에는 일정 수준의 쌀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수확한 쌀의 90%를 가지고 가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불공평한 상황에 사람들은 차라리 노비가 되는 쪽을 선택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 이집트나 유럽의 상황은 달랐을까? 매우 유사했을 뿐 그렇게 다른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현대 시대에 민주주의가 태동하면서 노동자의 인권이 보장받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노동의 가치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지 예전에는 오히려 노동 소득이 자본소득에 비해서 절대적으로 초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런 시대적인 변화가 앞으로 바뀌게 될까? 안타깝게도 이 시대적인 변화는 큰 차이를 나타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자산을 가진 사람들은 자산의 가치가 높아짐으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노동으로 이 격차를 따라잡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이 엄청난 탤런트가 있어서 유명해진다면 또 모를까 일반적인 상황과 평범한 일상으로 보내면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럼 이런 상황을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길일까? 절대적으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상황을 타개하고 좀 더 나은 삶으로의 방향 전환을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
그 노력이 바로 매일 하나씩 하나씩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한 도전을 해야 하고 그 도전을 통해서 끊임없이 자신만의 자산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산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공부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을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상황을 급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실력을 높이는 것 밖에 없다.
이미 다른 사람과 많은 격차가 벌어졌다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이테처럼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부를 조금씩 조금씩 축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은 투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근본에는 이 책을 읽는 과정과 공부를 지속해서 하려는 자세가 더 우선인 것 같아 동기가 어떻게 정립되어야 하고 어떻게 지속해야 하는지를 정리해보았다.
매일매일 조금씩 지식이 늘어나고 나의 생각이 정리되는 것이 스스로를 기쁘게 한다. 더 열심히 노력하자.
참고 도서 : 돈의 기회 (백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