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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Oct 30. 2022

기술의 충돌

미중 기술패권 전쟁과 7가지 게임 체인저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이제는 기술 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대표적으로 5G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인공지능도 대등한 수준까지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자기술에선 전반적으로 미국이 앞서지만, 이를 활용한 양자통신 분야는 중국이 우위에 서 있다. 


이렇듯 첨단기술 경쟁에서 중국은 미국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한 세기 만에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위협받게 된 미국으로서는 어떻게든 중국이 타고 오르는 사다리를 넘어뜨려야 한다. 


이 사다리 걷어차기의 관건이 바로 반도체다. 때마침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는 미국과 그 동맹, 우방국들이 굳건히 장악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미국이 반도체 기술을 틀어쥐면 중국의 추격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가 미중 패권 경쟁에서 초크 포인트로 불리는 이유다. 


바이든이 동 아시아 순방의 첫 행선지로 한국을 선택하고, 그중에서도 삼성 반도체 공장을 제일 먼저 찾은 까닭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최근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근대 이후의 역사에서 기술 변혁과 세계 패권은 뗄 수 없는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 


18세기 이래 산업의 기반이 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 국가는 생산력의 비약적 증가를 이뤄냈고, 이는 국제 무역의 주도권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그렇게 쌓은 국부를 바탕으로 군사력을 키워 세계 패권을 거머쥐었다.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을 개발해 1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이 대표적이다. 


증기기관은 전례 없는 대량생산체제와, 철도를 비롯한 수송 교통망을 탄생시켰다. 이를 토대로 융성한 국제 무역과 세계 최강의 해군력이 대영제국 100년의 영화를 이끌게 된다. 


19세기 후반, 미국은 전기와 내연기관으로 한 제2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올라타며 영국의 경제 규모를 넘어섰다.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이후 영국의 퇴조를 틈타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한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명실상부한 세계 패권국 자리에 올랐다. 


미국은 1980년 제조업 공동화와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며 휘청거리는 듯했으나, 20세기 말 컴퓨터와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면서 패권 유지에 성공한다. 21세기 초 세계는 다시 인공지능과 통신망,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 


중국이 노리는 것도 바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회의 창이다. 기술 격변기에 대도약을 이뤄 세계 최강국 자리를 넘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2013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해 9월 중국 공산당 핵심 권력집단인 정치국은 IT 산업 단지인 베이징 중관춘에서 집단 학습 행사를 열었다. 


정치국 집단학습이 중국 지도부의 집단 거주지인 중난하이 밖에서 열린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정치국 위원들은 반도체 장비와 바이오 우주항공 산업 전시 구역을 주의 깊게 둘러봤다. 또한 빅데이터, 나노 재료, 생체 칩, 양자 통신 분야의 기술 개발과 응용 수준에 관해 연구원들과 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우리는 위기의식을 갖고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기다려서도 관망해서도 나태해져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누가 기술적인 패권을 가지고 갈 것인가가 앞으로의 몇 세기에 걸친 주도권을 획득하게 되는 것과 맞물려 있다.


그럼 어떤 형태로 기술의 충돌이 발생하고 있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Ⅰ. 추격에서 추월로


시장경제 국가인 미국이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 입안에 대대적으로 나서게 된 데는 중국이 빌미를 준 측면도 적지 않다. 시발점은 2015년 5월 발표된 중국제도 2025년 정책이다. 중국이 향후 30년간 3단계에 걸쳐 산업구조를 고도화함으로써 건국 100년을 맞는 2049년에 산업 최강국으로 우뚝 선다는 대전략이다. 


반도체, 로봇, 전기차, 바이오 항공 우주 등 10대 전략 산업을 선정하고, 2025년까지 달성할 시장 점유율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반도체의 경우 2015년 13% 수준인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중국의 이전 산업정책이 선진국의 모방을 통한 추격 전략이었다면 2015년부터는 4차 산업혁명의 정상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선진국을 추월하려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201년에 중국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력에서 미국의 80% 선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견제하지 않으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포비아를 이용하려는 도널드 트럼프의 선동정치도 한 몫했지만 저변에는 실제적 위기감이 깔려 있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트럼프의 충동적 일방주의적 관세 부과와 첨단 기술 수출 제한 등 강경책이 중국을 더 자극했고,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변한 게 없다는 점이다. 


2021년 3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나온 리커창 국무원 총리 발언은 중국이 느끼는 절박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십년마일검의 정신으로 핵심 기술 연구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십년마일검이란 당나라 시인 가도의 검객이란 작품에 등장하는 십 년 동안 칼 한 자루를 갈아 불의를 무찌르겠다는 구절에서 나온 말로, 오늘날에는 어떤 목적을 위해 때를 기다리려 철저히 준비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중국은 2035년까지 7대 첨단 과학 기술분야에서 자립 자강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7대 분야는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반도체, 뇌과학, 유전자, 바이오, 우주 심해 탐사, 임상의학, 헬스케어를 말한다. 


리 총리가 말한 십년마일검도 이를 두고 한 말이다. 


 Ⅱ. 대안 없는 제재의 한계


도널드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은 화웨이의 통신망 확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약발이 신통치 않아 보인다. 핵심 동맹들은 미국에 동조하고 나섰지만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나라도 적지 않다. 


어느 쪽이든 미운털이 박히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화웨이 통신장비를 설치한 경우에는 타사 제품으로 교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문제도 있다. 


4G와 5G 기술이 연동되어 있다. 다시 말해 4G를 화웨이로 설치했다면 5G도 화웨이 제품을 고르는 것이 비용과 효율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미국 외교협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화웨이 장비를 즉각 금지한 나라는 8개국이다.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파이브 아이즈 소속 국가와 일본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인도 프랑스 등은 금지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자국 업체에 화웨이와 재계약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터키, 헝가리 등의 나토 회원국과 사우디, UAE 등 중동 국가들은 여전히 화웨이 제품 사용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는 미국의 압박이 일부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한계에 직면할 것 같다. 


정보공유, 안보협약의 손실 위협이 미국과 공식 동맹국이 아닌 나라들을 설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협회는 주요한 이유로 미국이 화웨이 장비를 대체할 만한 경쟁력 있는 대안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가 차원에서도 미중 간 5G 경쟁력 격차는 상당히 벌어져 있다.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인 벨퍼센터는 2021년 12월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2020년 말 기준으로 5G 가입자는 중국 1억 5천만, 미국 6백만이고 5G 기지국은 중국 70만, 미국 5만, 평균속도는 중국 300 Mbps, 미국 60 Mbps로 차이가 난다면 거의 모든 핵심 지표들이 중국이 5G의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는 예측을 지지한다라고 분석했다. 


통신 기술 표준에 사활을 거는 까닭


미국은 중국 통신업계에 대한 고립화 전략을 지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6G 기술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11월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 중싱통신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의 제품을 미국 통신망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안장비 법에 서명했다. 


미중이 통신기술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 기술이 경제적 파급효과뿐만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은 초기 음성통화 중심에서 3G부터 데이터 통신으로 전환되었고 이후 데이터 전송속도 경쟁을 통해 발전해왔다.


5G는 4G보다 전송속도가 20배나 빠를 뿐만 아니라, 사용자 그룹이 사람에서 서버, 기계 간 통신으로 확장되었다. 


자율주행, 원격의료,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이 되는 셈이다. 5G의 기술표준은 스마트폰의 통신 기준을 넘어 산업용 기계장치와 로봇들을 연결하기 위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 교환의 기준까지 결정하게 된다. 


다시 말해 5G 기술 표준을 장악한 국가와 기업이 4차 산업혁명의 기초 인프라를 통제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6G에서는 5G가 씨앗을 뿌린 이런 산업 간 융복합 기술과 서비스가 더 발전된 형태로 발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지금은 발전 초기 단계인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의한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술은 우주 기술과 최첨단 군사 시스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미중이 사활을 걸고 5G, 6G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다. 


  Ⅲ. 자동차 후진국에서 전기차 선도국으로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자 판매시장으로 발돋움했다. 


기업으로서는 테슬라가 세계 최고지만 시장은 중국이 세계 최대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다. 


중국은 산업 고도화, 대외 원유 의존도 완화, 탄소 중립 등을 위해 2008년부터 정부 주도로 전기차 산업을 발전시켜왔다. 특히 2016년 신에너지차 크레디트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는 자동차 제조사들에 일정 비율 이상의 전기차 판매를 의무화한 제도다. 


중국 정부는 이 비율을 2019년까지 10% 이상 맞추도록 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도입 단계를 넘어 이제 성장 초기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2022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는데, 이는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현재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은 전기차 전문, 기존 완성차 빅 테크 등 많은 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중국 토종의 최대 전기차 업체는 배터리 제조사에서 출발한 비야디 BYD다. 비야디는 중국 내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놓고 테슬라와 자웅을 겨루고 있다. 


여기에 샤오펑, 니오, 리오토 등 3개 스타트업이 전기차 전문 신흥 브랜드로 떠오르면서 시장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니오는 전기차 원가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배터리 비용을 구매가에서 제외해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한편, 일정 금액을 내고 배터리를 구독(임대)하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또한 상하이 자동차, 창청자동차, 광청, 지리 등 기존 자동차 업체들도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여기에다 바이두 샤오미 화웨이 등 빅 테크 대기업까지 뛰어들어 2023~2024년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가히 춘추전국 시대라 부를 만하다. 중국 정부는 2020년 발표한 신에너지차 산업발전 계획안에서 신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 30%, 2035년 5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중에서 전기모터를 활용하는 하이브리드차 비중 역시 2025년 50%, 2030년 75%, 2035년 100%로 높이기로 했다. 이로써 2035년에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는 중국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Ⅳ. 프랭클린과 마오의 금융패권 전쟁


달러는 지구 자본주의의 혈관을 흐르는 피와 같다. 무역결제와 금융거래의 대부분은 세계 금융 권력의 심장부인 뉴욕을 거쳐야 한다. 전 세계의 돈과 정보가 뉴욕으로 몰리는 까닭이며, 모든 나라가 미국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까닭이다. 


이 돈 줄을 쥐지 않고서는 세계 패권을 넘볼 수 없다. 디지털 위안화는 달러의 헤게모니를 넘보는 중국의 승부수가 될 수 있을까?


기축통화의 마법 


미국이 이런 독자적인 제재를 할 수 있는 것은 거대한 자국 시장과 함께,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는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으로 기축통화 지위에 오른 이래 오늘날까지 무역, 금융 등 국제 지불결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벨기에에 본부를 둔 국제결제시스템 스위프트와 미국 내 은행 간 결제 시스템인 칩스를 활용한다, 


스위프트에는 전 세계 200개 이상 국가의 1만 1천여 개 금융기관이 참여해 자금결제를 한다. 미국은 9.11 사태 직후 이 기관의 금융거래 정보에 대한 접근권까지 확보했다. 


미국의 제재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제재 대상에 오를 경우 미국 금융시장은 물론 국제결제시스템에 접근이 거부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정상적인 국제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 세계은행들의 달러 결제는 반드시 미국 은행을 통해야만 가능하다. 한국의 국민은행 명동지점이 우리은행 명동지점과 달러 거래를 하려고 해도 미국 은행을 거쳐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과 금융기관이 혹시라도 미국의 제재망에 걸릴까 우려해 거액의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자금세탁 방지 등 내부통제에 신경 쓰는 이유다. 


수출 제한 등 전통적인 무역제재는 미 상무부가 담당하지만 최근에는 금융제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재무부의 역할이 도드라지고 있다. 


이렇듯 달러를 사실상 무기화하는 중심에는 재무부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7월 홍콩 자치법을 제정해 그동안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를 철회하자, 재무부 해외자산 통제국은 홍콩 전 현진 관료와 중국 관료 등 11명을 SDN 목록에 올렸다. 


이들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는 것은 물론 투자제한 등 금융제재를 받게 된다. 같은 해 12월에는 중국 군산복합체 관련 44개 기업이 이 목록에 올랐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이어받아 2021년 3월 홍콩 자치법 관련 제재 대상자를 34명으로 확대했으며, 6월에는 중국 군산복합체 투자제한 기업을 59개로 확대했다. 


2021년 12월 센스타임을 제재 목록에 올린 곳도 바로 이 해외자산 통제국이다. 


Ⅴ. 디커플링 - 21세기의 냉전


디커플링은 미중 간 경제 기술 생태계가 의도적으로 분리되는 상황을 말한다. 


냉전 당시 진행된 미소 간 완전한 디커플링과 달리, 미국은 현재 반도체 인공지능 5G 등 핵심 첨단기술의 공급망을 분리함으로써 중국을 배제하는 부분적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화의 끝, 또는 21세기의 냉전으로 불리는 디커플링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문제는 분리의 정도


부분적 디커플링은 엄연한 현실이 되고 있다. 부분적 디커플링은 반도체, 인공지능, 5G 등 미래 산업과 군사력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핵심적인 민군 겸용의 첨단기술 분야 공급망 일부를 분리하는 걸 일컫는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디커플링이라는 용어만 쓰지 않고 있지, 사실상 부분적인 디커플링을 시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각종 수출 제한 제도를 통해 첨단기술 제품의 중국 반입을 제지했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더 나아가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의약품 등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두 강대국의 의도와 행동에 따라 글로벌 경제 기술 생태계가 거대한 변화의 회오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최악의 경우엔, 한국과 같은 낀 나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까지 내몰릴 수 있다. 


디디 추싱 사건, 자본 디커플링의 시작


디디 추싱의 뉴욕 증시 상장 이후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이 기업과 투자자에게 초래한 피해도 문제지만 미중 간 자본 시장 디커플링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디디 추싱의 상장이 문제가 된 이후 중국 IT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은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미국 증시는 2000년대 초부터 중국 IT 업계의 대표적 자본 조달 창구였다. 지금까지 248개 중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했으며, 그 시가총액은 2조 1천억 달러에 이른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국에 대한 무차별적 공세에도 불구하고 20년간 이어져온 미중 자본시장의 공존 기조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중국 기업의 자본 조달은 계속됐으며, 미국 투자자들은 중국의 경제 급성장과 TI 기업 붐이 가져다준 과실을 따먹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디디 추싱 사건이 판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 글을 마치며 ]


기술의 충돌은 결국 미래 산업의 패권을 누가 갖게 되는 가라고 요약해 볼 수 있겠다. 


미래 산업의 패권을 갖는 것이 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라고 생각해본다면 미래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 혹은 세계 최고의 기술 강국을 가지는 것과도 동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 현재는 누가 산업의 패권을 기술의 패권을 가지고 있는가에서 이야기를 출발해보겠다. 


현재 산업의 패권을 누구 한 사람이 완벽하게 독점을 했다고 보기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 핵심적인 기술을 3 가지로 추려보고 그것을 예로 들어보자. 


첫 번째는 반도체이다. 


반도체 기술은 설계 기술력은 미국이 제조 기술력은 대만과 한국이 우수하다고 보인다. 소재, 부품, 원재료를 가공하는 기술은 일본이 독보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은 반도체 설계 기술력은 미국과 동등 수준이거나 약간 하위라고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제조 기술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크게 뒤쳐진다. 미국과 유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기술력은 누구 하나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은 반도체 기술 클러스터에서 중국을 완전하게 배제하는 것을 고민 중이고 중국은 이런 의도가 자신들의 미래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반도체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핵심적인 능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기술력이다. 즉, 소프트웨어 관리 능력이 그 중추라고 보인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미국과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는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으며 어떤 나라가 더 발전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정도이다. 오히려 중국이 조금 더 앞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들이 많다. 


그 이유는 중국의 14억 인구에서 나오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공산당이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다양한 인간의 데이터 베이스가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통신 기술이다. 


통신기술은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5G 기술과 미래에 중요하게 부각이 될 6G 기술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현재의 5G는 중국이 6G는 아직 미정이라고 보인다. 


그렇지만 현재 상태로라면 6G도 중국이 가장 먼저 상용화와 보급화를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논의가 가장 많이 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화웨이라는 기업의 영향력이 큰데 화웨이의 기술력과 중국 공산당이 집중적으로 밀어주고 육성하는 산업이라는 점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서 빠른 속도로 기술력이 축적되고 발전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인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산업들이 미래에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지만 위의 세 가지가 핵심 기술력이라고 보인다. 그 이유는 반도체는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고 반도체가 있어야 인공지능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발전된 인공지능은 다시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통신 기술은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을 교육시키는 데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고 더 많은 통신 장비의 사용을 위해서 반도체 제조 기술이 더 많이 사용되고 필요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위의 세 가지 기술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기 때문에 무엇 하나가 완전히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며 동시에 세 가지가 모두 잘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 점이 현재 기술의 충돌의 핵심이다. 


과거에는 어떤 한 나라가 기술의 독점을 가지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1차 산업혁명에서 증기기관의 발명을 통해서 기계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철의 제련과 기계의 동작, 설계 같은 수준을 고도화시키는 것이 중요했는데 이는 다양한 국가들의 도움과 연계가 필요한 과정이 아니었다. 


자신들만의 기술 축적과 노하우를 통해서도 충분히 기술의 독점이 가능했다. 


2차 산업혁명도 이와 비슷했다. 전기를 통한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한 것도 강대국이 스스로 자신들만의 생산 체계나 기술 영역 구축을 통해서 충분히 독점을 유지할 수 있었다. 


3차 산업인 컴퓨터와 인터넷의 사용도 서로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배포하고 인공위성을 쏘아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독점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의 독점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하나의 기술이 완성형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국가 간의 상호 공조가 필요한 형태로 발전을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1,2,3차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몇몇 국가들에게 선진국의 기술력이 전파되었고 선진국에서 학업을 마치거나 업무를 하고 돌아온 사람들로 인해서 신흥국에도 기술 격차를 극복할 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중국, 한국, 대만이라고 보인다. 그리고 중국은 이미 미국에 이어 2위를 바라볼 정도의 국가가 되었고 한국도 G10에는 거뜬히 들어가고 있고 대만도 앞으로 성장세가 기대되는 국가 중에 하나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신들이 가진 기술만으로 다른 나라를 밀쳐내고 1위에 자리를 고수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럼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나라들의 기술 성장을 저지시키고 자신들이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함으로 미래 산업의 선두자의 역할을 차지하는 것이다. 


즉, 선의의 경쟁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이 유리한 형태의 룰을 만들어내고 경쟁자는 제한적인 정보나 자원만을 제공함으로써 자신들만 더 나은 수준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위가 바로 금융의 디커플링이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이용해 다른 나라에 경제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이를 통해 자본이 균형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게 훼방을 놓는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로 다른 나라의 경제 안정화를 훼손시킴으로써 그들이 기술 발전에만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금융 정책도 이와 유사한 형태라고 보이는데 미국은 자국의 경제 안정화에만 신경을 쓰고 있고 기축통화국으로써의 적절한 대응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신흥국들은 강달러의 시대에 속절없이 고통받고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럼 최종적으로 미래에는 어떤 형태로 산업이 변화되고 발전될 것인가에 대해서 상상을 해보자. 


가장 큰 상상은 미국과 미국이 선택해주지 않는 나라들이라는 형태로 국가가 클러스터가 구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 온 세계화와는 다른 형태로 탈세계화라고 보는 것이 맞다. 국경의 구분이 없이 자본과 자원이 돌아다니는 산업의 발전과 공존은 이제 끝이 난 형태이고 앞으로의 시대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만 자본과 기술이 공유되고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이 될 것이라고 보인다. 


그런데 그 끝이 언제가 되고 누가 승리하게 될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단지 완벽한 승리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현재의 정책이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불리는 역사적인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강자는 완벽한 승리자가 되어서 자신의 의지대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을 원한다. 


그리고 자신의 통제를 기반으로 기술을 전파하고 그 기술이 다시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흘러가고 결과물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이런 흐름을 생각해 볼 때에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 구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어떻게든 중국의 발전을 저지하려 애를 쓸 것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은 미국과 중국 중에서 어떤 나라가 더 많은 이득을 줄 것인지를 따져보면서 탈 세계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도서 : 기술의 충돌 (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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