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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Feb 18. 2023

반도체 전쟁

반도체는 왜 더 중요해질까?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총 균 쇠 세계적 문명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를 소환해 보자. 그는 인류의 운명을 바꾼 세 가지 무기, 병균, 금속을 꼽고 있다. 


우리는 이 가운데 두 가지인 코로나 19, 반도체를 동시에 경험하는 아주 특별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세상을 바꿀 에너지가 축적되는 것이 아닐까?


후대 사람들이 오늘날의 우리를 평가하면 말이다. 


코로나 19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듯이 반도체는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이 책은 인류의 운명을 바꿀 반도체에 대한 이야기다. 반도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그 움직임의 결과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 그려보고자 한다. 


Ⅰ. 반도체 코리아에 비상등이 켜졌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다. 세계 무대에서 우리나라가 세대로 대접을 받는 것은 반도체를 잘 만들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반도체를 강조할수록 우리나라의 몸값이 높아지는 이치이다. 


프로야구는 시즌이 끝나고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기 전 큰 전쟁을 한 번 치른다. 새로운 시즌 전력 보강을 위해 해외에서 선수를 데려오거나 다른 팀에서 선수를 스카우트한다. 


좋은 조건을 많이 가진 선수일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부르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의 반도체는 서로 데려가거나 함께하고 싶은 스카우트 1순위다. 


반도체를 기능 차원에서 보면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눌 수 있다. 메모리는 정보를 기억하고 필요할 때 이를 꺼내 사용하는 반도체이다. 


비메모리는 연산과 추론 기능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시장 규모는 메모리 30%, 비메모리 70%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DRAM과 NAND를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이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메모리보다 시장 규모가 크고 기술과 시장이 까다로운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우리나라의 존재감이 약하다. 


생산차원에서 IDM을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채워가야 할 공간이 많이 남아 있다. 


반도체는 크게 반도체를 생산하는 Fab, 설계를 담당하는 Fabless, 소재, 장비로 나눌 수 있다. 


생산을 담당하는 Fab은 2개로 나눌 수 있다. 설계와 생산을 같이 하는 IDM과 생산만 전담하는 Foundry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처럼 IDM이면서 메모리는 생산하는데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에서는 다른 나라의 반도체 기업들의 뉴스가 쏟아진다. 이미 알려진 기업뿐만 아니라 생소한 기업들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언론의 보도 내용은 어디에 얼마를 투자하고, 기업 간 짝짓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고, 어떤 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겪고 있거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등 다양하게 걸쳐 있다.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를 사가는 큰손들이 구글,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도 자체 반도체 설계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단순히 현재의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를 많이 사용하는 수요 기업까지 포함된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번 게임은 미래 혁신의 리더를 가리를 또 다른 의미를 가지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밀리면 2등이 아니라 완전히 나락으로 떠어질 수 있는 게임이다. 


혼자서만 잘해서도 안 된다. 반도체의 생산과 수요라는 전체 생태계를 아우르는 전쟁이다. 


Ⅱ. 반도체를 가진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반도체를 가진 국가들은 더 가지고 싶어 하고, 반도체가 없는 국가들은 확보 자체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를 두고 미국이 수출, 투자 등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을 때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디지털 혁신으로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중 갈등이라는 지정학적 갈등이 결부되면서 반도체는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미국은 디지털 혁신에서도 가장 앞서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애플, 아마존, 구글,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시장을 리딩하고 있다. 


미국의 Big Tech 기업들의 한국, 대만의 기업들이 생산하는 반도체 구매를 위해서 줄을 서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이들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에 가장 앞서 있는 국가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인 것이다. 


예를 들어 대만에는 TSMC라는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회사가 있다. 이 회사가 문을 닫으면 미국의 Tech 기업들은 비즈니스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세라 대만은 반도체 방패 전략으로 미국에 큰소리치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만을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다. TSMC를 지키기 위해 미국이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미국은 위기의식을 강하게 가지게 된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에 글로벌 반도체 생산시설의 75%가 집중돼 있다. 


미국은 국제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동아시아 지역이 미국의 생명줄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바꿔보자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특히 중국 변수를 고려할 때 계속 대만에만 반도체 생산을 맡겨놓을 수 없는 노릇이다. 


미국회사가 필요한 반도체는 미국에서 다 만들게 하자. 미국이 그리는 그림은 반도체 생산의 내재화이다. 

Ⅲ.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이 필요해요. 


반도체를 포함해 공급망 안정에 중요한 4개 업종에 대해 100일간 조사하라. 


2월의 미국의 공급망 안전점검 행정명령 이후 6월 4일 그 결과물이 발표됐다. 단순하게 요약하면 대형 Fab이 많이 필요하고, 반도체 소재의 R&D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자급자족이 가능한 자기 완결적 가치사슬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취약하게 거론되는 첨단 대형 Fab은 외국기업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가장 앞선 기술에 있는 인텔도 10nm 장벽에 막혀 있다. 최첨단 공정의 기준으로 취급되는 10nm이하 기술을 가진 미국기업이 없는 것이다. 


결국, 미국에는 최첨단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없다는 뼈아픈 진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Ⅳ. 중국의 큰 그림 


모이가 많으면 새가 날아든다. 


중국의 반도체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과감성이 있다. 


많은 정책 가운데 2015년 시작된 중국제조 2025가 핵심이다. 


중국제조 2025에서는 차세대 정보기술산업 항목에서 구체적인 반도체 육성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설계, 후공정, 장비가 그것이다. 반도체 가치사슬의 모든 과정에 뛰어들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생산기술과 관련해서는 13차 5개년 과학 기술 혁신계획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3차 5개년 계획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을 의미한다. 14nm Logic Chip 생산, 14~28nm의 장비, 소재, 패키징 기술 개발 등이 대표적으로 언급된 분야이다. 


가장 눈여겨볼만한 것은 중국 특유의 보조금 살포정책이다. 


2014년 반도체 전용 펀드인 중국 IC 투자 산업펀드가 만들어졌다. 미국이 2021년 520억 달러의 보조금을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 펀드이다. 


1기 펀드는 현재까지 289억 달러가 모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한다. 


이는 정보의 직접 보조금지급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WTO 규정을 피해 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연구개발을 하겠다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문제이다. 현재 중국에 가장 시급한 것은 첨단 대형 Fab을 갖는 것이다. 


SMIC이 14nm를 상요화했지만 EUV장비를 얻지 못해 10nm로 가지 힘들다. 기술력을 가진 해외 기업들은 미국이 규제 때문에 중국에서 10nm이하 생산을 하기 힘들다. 


당장 EUV 장비 반입이 어렵다. 현재 상태로 진행되면 중국은 10nm이상의 Fab만 즐비하고 10nm이하의 첨단 Fab은 못 갖춘 형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Ⅴ. 생산라인에서 사람들이 사라진다. 


생산현장에서는 이미 디지털 혁신이 상당히 진척돼 있다. 원가와 효율을 중시하는 공장에서 먼저 디지털 혁신의 가능성을 알아봤는지도 모르겠다. 


스마트 공장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디지털 혁신 이전의 많은 공장은 생산라인의 길이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됐다. 


대량생산 체제에서는 생산라인이 길수록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생산라인의 길이보다는 Web에 얼마나 잘 연결돼 있는지가 공장 경쟁력의 바로미터이다. 


생산라인을 따라 사람들이 빼곡히 서서 작업을 하는 모습은 과거형이다. 요즘 공장은 Web에 연결된 시스템을 통해 생산이 자동화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의 경우를 보자. 위쪽에 연결된 컨베이어 벨트가 부품과 제품을 나르고 있어 사람이 직접 손쓸 여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공장 안에는 왁자지껄한 인기척보다는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가는 약간의 소리만 윙윙 들릴 뿐이다. 


그러다 보니 축구 운동장만 한 크기의 공장 내부에는 소수의 인력만 있어도 공장은 정상 가동되는 시대에 와 있다. 


같은 시간 사람들은 공장 내부가 아니라 모니터를 보면서 일을 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로의 전환은 반도체가 있어 가능하게 되고 있다. 생산라인 곳곳에 센서를 붙이고 여기에서 나오는 정보를 종합하는 그림이다. 


개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쏟아내는 정보량보다 공장 현장에서 나오는 정보량이 훨씬 많을지 모른다. 


반도체 센서를 통해 나온 산업데이터는 기업의 경쟁력 자체로 연결된다. Web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가 발달하는 속도와 비례해서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수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 글을 마치며 ]


미래에 어떤 산업이 더 유망해질 것인가에 대해서 유추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서 상상을 해보면 된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빨리 변화되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는 현금이 없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이나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의 경우에는 다양한 혜택을 줌으로써 사람들이 더 많이 유입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더 이상 장을 보러 가기 위해서 직접 이동을 하지 않는 추세로도 변화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서 물건의 가격이 좀 더 저렴하다면은 해외에서 구입을 하는 것에서도 크게 어려움이 없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가 형성이 되고 있고 사람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물건을 쉽게 결제하고 이동시킬 수 있게 되었다. 


집안일은 또 어떠한가? 사람들은 집안일도 예전보다 점점 더 적게 하고 있다. 로봇청소기가 바닥을 청소해주고 있고 식기세척기가 설거지를 대신해주고 있으며 세탁기와 건조기는 더 이상 특별한 물건이 아니다. 


음식을 먹기 위해서도 예전보다 더 간편하게 다양한 요리를 조리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밥을 먹는 동안에 콘텐츠를 보는 형태도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정해진 시간에 TV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선택해서 자신이 보고 싶을 때에 보는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이 덕분에 TV는 더 이상 바보상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좀 더 큰 화면을 제공해 주는 기기로 변모하고 있다. 


그럼 앞으로의 우리 삶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현재 상태의 변화가 점점 더 가속화되는 것이 일차적인 변화일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삶들도 오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 같은 가상공간에서의 삶이나 생활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그럼 이런 변화들에서 가장 크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디지털과 현실을 이어주는 다양한 서비스들과 장치들이다. 


서비스들의 경우는 어떤 형태가 어떻게 발생될 것인가에 대한 상상이 아직 어렵고 승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반도체만큼은 이미 그 윤곽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설계 과정은 각국의 빅테크 기업이나 주력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겠지만 제조의 경우는 몇몇 기업들이 이미 선도하고 있고 그 모양새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도체는 모든 분야에서 어려울 것이고 전쟁 같은 과정을 통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그 안에서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분명 빛을 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 도서 : 반도체 전쟁 (최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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