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물가 안정기는 끝났다.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에너지, 식품부터 시작되는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모든 업종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이러한 전반적인 추세를 반영한다.
그러나 기업은 이것을 결정적인 지표로 삼으면 안 된다. 오히려 각 기업이 처해 있는 구체적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는 특정 요인들이 기업의 관점에서는 더 중요하다.
다음 사례들을 보면 이 말의 뜻을 알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올 때 물가상승이 가장 먼저 피부에 와닿는 분야는 에너지와 식품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 두 부문에서 값이 유난히 뛰고 있는 현상을 보았다.
2022년 7월, 한국의 석유류값은 전년 대비 무려 35.1%나 올랐다. 경유는 47%, 휘발유는 25.5%, 등유는 80%, 자동차용 LPG는 21.4%가 올랐다.
또 전기 가스 수도의 가격도 전년 대비 15.7% 뛰었다. 전기료, 도시가스, 지역난방비 등의 상승폭이 컸다.
이러한 식품류의 가격상승률은 일반 소비자 물가지수의 상승률보다 훨씬 높다. 식품류 전체의 가격상승률은 7.1%였다.
가격 상승률은 제품에 따라 크게 다르며 업종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난다. 전기차 시장의 바닥에 있는 다치아 스프링의 정가는 2022년 초에 2만 940유로였다.
환경보조금을 빼면 구매자는 1만 1천 유로만 내면 된다. 이러한 초저가 덕분에 주문이 하도 몰려 다치아는 2022년 초 일시적으로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것 역시 인플레이션이 빚은 현상이다. 다치아 모델이 비록 테슬라 모델 3과 직접적인 경쟁관계를 아니지만, 비싼 제품의 값이 오르면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한결 더 싼 제품을 고르기 마련이다.
2021년 이후 갑자기 물가가 뛰기 시작했으며, 급기야는 1970년대 이후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급격한 물가상승의 요인은 여러 가지다. 이 가운에 몇몇의 영향이 일시적인 것으로 그친다고 해도, 이번 인플레이션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엄청나게 불어난 화폐공급을 급격히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인플레이션의 시대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들여다보자.
Ⅰ. 국가가 인플레이션 덕을 보는 2가지 이유
모든 것으로 고려해 보면, 국가는 2가지 이유로 인플레이션의 덕을 본다. 우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큰 빚을 지고 있다. 더구나 나랏빚은 대체로 장기 고정 초저금리 채무의 형태를 띤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국가는 다른 모은 채무자들과 마찬가지로 값어치가 떨어진 돈으로 빚을 갚을 수 있다.
이러한 혜택은 채무 상환기간이 길면 길수록, 또 상환기간 동안의 인플레이션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욱 커진다.
국가는 또한 세수 면에서도 더 유리해진다. 왜냐하면 명목상의 매출액과 소득이 올라가면 세금 수입이 자동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효과는 소득세에 대해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더욱 증폭된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 임원의 소득이 인플레이션이 오기 전에 과세표준으로 2억 8천만 원이었고, 인플레이션율은 10%, 그리고 그의 명목소득도 인플레이션율 만큼 올랐다고 가정하자.
계산을 간단히 하기 위해 여기서 누진공제, 지방소득세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면 인플레이션이 오기 전에 그는 소득세로 1억 640만 원을 낸다.
인플레이션이 온 후에는 10% 오른 과세표준 3억 8백만 원에 대해 40%의 소득세율이 적용되므로, 그는 1억 2천3백2십만 원을 내야 한다.
반면에 국가는 인플레이션 효과를 빼더라도 실질 세수가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물가가 오르면 이자율도 오르게 마련이다. 이러한 이자율 상승은 국가에 상당히 위험을 안겨준다.
극도로 낮은 이자율로 조달한 현재의 국채가 몇 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면 해당 국가는 별수 없이 훨씬 높은 이자로 국채를 다시 발행해야 한다.
이럴 경우 나랏빚이 많은 나라는 아주 심각한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Ⅱ. 인플레이션은 기업, 소비자 국가를 포함한 사회의 모든 집단에 영향을 준다.
어느 집단에나 인플레이션의 피해자와 수혜자가 있다. 현금보유자 보통예금 예금자 고정수입 소득자 생명보험 가입자 고정이자 수익증권 소유자 그리고 채권자는 인플레이션의 피해자들이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덜 받는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채무자들은 인플레이션의 수혜자들이다.
기업들은 원가상승에 대해 여러 가지 매우 다른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기업은 원가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려고 하지만, 그런 시도는 부분적으로만 성공할 뿐이다.
또 어떤 기업들은 원가를 낮춘다. 그들은 대체로 원가상승분의 약 20% 정도를 흡수한다고 한다.
현재 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경영진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고, 우리는 이것이 심각한 결점이라고 본다.
현재의 인플레이션과 비슷한 정도의 물가급등 사태가 있었던 것은 1970년대가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인플레이션 요인은 지금과 판연히 달랐다.
소비자가 가진 예금과 일자리 그리고 소득도 인플레이션의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는 가격행동에 관한 한, 모순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한편으로는 더 싸게 사기 위해 값에 더 큰 주의를 기울인다. 그래서 가격탄력성이 올라간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값이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준거가격 체계가 흔들린다.
그 결과 가격은 의미를 상실하는 지경에 이른다.
국가는 큰 채무자이므로 인플레이션의 혜택을 입는다. 또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으로 거두어들이는 세수도 늘어난다.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의 경우는 그 효과가 더욱 크다. 반면에 인플레이션으로 말미암아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연금, 사회복지, 보조금, 특정 집단을 위한 각종 보조금 등은 늘어난다.
저금리 국채의 만기가 돌아온 후에 다시 국채를 발행할 때는 국가의 부담이 엄청나게 더 커질 수 있다.
Ⅲ. 인플레이션과 디지털화의 관계
디지털화는 투명성을 극적으로 높였다. 특히 가격 투명성은 더 그렇다.
그러나 가치 투명성도 그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더 커지고 있다. 가격투명성이 높아지면 가격반응함수의 기울기와 가격탄력성이 늘어난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으로 말미암은 가격인상은 판매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치고, 따라서 관철시키기가 더 어렵다.
이런 경향은 우리 회사가 값을 올릴 때 경쟁사들이 따라오지 않을수록 더 심해진다.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고객가치 평가는 수요와 가격탄력성 면에서 비대칭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긍정적인 평가는 값을 올릴 때의 가격탄력성을 줄여준다.
그래서 만일 구켄베르크 함수가 해당 시장에 적용된다면, 독점영역이 더 커진다.
값을 올릴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지고 판매는 덜 줄어든다. 긍정적인 평가는 회사의 가격결정력을 강화시켜준다.
반면에 평가가 나쁘면, 정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특히 경쟁의 무기로서의 가격이 힘을 잃으므로, 값을 내려도 판매효과가 별로 없다.
한계비용이 0 또는 0에 가까우면, 최적가격은 매출액을 극대화하는 가격이다.
지불용의 가격이 변하지 않으면 가격도 그대로다. 이런 경우에는 한계비용이 0 또는 0에 가깝다는 사실이 인플레이션 효과를 약화시킨다.
그러나 손익분기점이 올라가기 때문에 회사는 성장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Ⅳ. 인플레이션과 재무관리
인플레이션은 재무관리에 새롭고 무거운 짐을 안겨준다. CFO는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는 데 핵심구실을 하기 때문에 그의 책임은 막중하다.
기업의 목표는 실질이익의 유지여야 한다.
명목이익의 상승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현금은 더 중요해진다. 회사는 가능하면 빨리 채권을 회수해야 하고, 가지고 있는 돈은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운용하거나 투자해야 한다.
지불기한을 줄일 수 없으면, 값을 정할 때 앞으로 일어날 가치의 상실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금리가 오르면 현금흐름 할인법의 원리에 따라 미래의 수입에 더 높은 할인율이 적용된다.
투자의 매력도는 현금흐름이 언제 발생하느냐에 의해 더욱 좌우된다.
금리가 오르면 위험 프리미엄도 함께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 둘이 오르면 자본비용이 WACC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기업이 경제이익을 내기가 더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절대로 이 목표를 포기하면 안 된다.
가공이익에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긴다. 이에 대비하려면 기업은 가능하면 많은 숨은 유보금을 형성해 놓아야 한다.
가격 결정을 위해서는 무조건 재구매 비용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또 가공이익 효과를 감안해 어쩌면 일정 금액을 덧붙여야 할지도 모른다.
[ 글을 마치며 ]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이 때문에 30년 만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겠는가?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플레이션이라고 보인다. 경제는 예전에 비해서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수명 연장에 따른 노령화 사회는 자연적으로 경제 성장의 기울기를 점점 더 감소시켜 갔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경제 위기가 닥치자 국가는 일시적인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 양적완화를 시행했고 그 여파로 인해 경제 성장 없이 돈의 양이 늘어남으로 인해서 물가가 상승되는 효과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세계화의 긍정적인 요인이던 물류의 원활한 이동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물가 안정의 효과가 흔들기게 된 것도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가별 자국 우선주의 논리에 따른 정책 변화로 인해서 고유가 현상이 발생되게 되었고 곡물의 불안정한 수급이나 육류나 생선의 수급도 불균형을 맞이하게 되었고 자원의 무기화로 인해서 세계화는 점점 국지적으로만 가능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단기간에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여기에 더해 더 이상 경제 체력이 남아나지 않는 국가들은 현재의 금리 인상도 버텨내기 힘들고 달러 이외의 돈은 화폐로서의 가치가 없어질 지경에 이르게 되는 등 세계 경제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이럴 때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어떻게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인가와 그전에 우리는 무슨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라고 생각이 든다.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의 기조로 인해서 올해 내에는 완만하게 줄어들어 모두가 목표로 하는 2% 수준의 인상으로 점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지만 이미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서 빈부의 격차는 더 크게 발생되었고 이는 자본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릴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자산을 확보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며 새로운 기회가 있을 곳에 선제적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기회를 찾기 위해서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하고 고민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참고 도서 : 인플레이션에 베팅하라 (헤르만 지몬)